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50

뿌리는 식물의 '숨겨진 반쪽'… 땅위 잎·줄기와 무게 엇비슷

나무 뿌리가 바빠지게 생겼다. 얼었던 땅이 스르르 녹아 싱그러운 수액(樹液)이 치오른다. 겨우내 메말랐던 나뭇가지가 촉촉해진다. 맞다. 깊은 샘은 마르지 않고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뿌리는 식물 밑동을 땅에다 굳게 박아 바람에 넘어지지 않게 한다. 또한 '식물의..

지난해 여름부터 꽃눈 준비… '봄 길잡이' 목련의 준비성

"오 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야 희고 순결한 그대 모습 봄에 온 가인과 같고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새 시대의 선구자요 배달의 얼이로다." - '목련화(木蓮花)' 노래를 부를 날도 멀지 않았다. 봄 길라잡이 목련꽃이 피기까지 겨울이 얼마나 시렸는가. 그 냉..

미세기후(좁은 지역 내의 기후 차이)의 위력… 한겨울 노지에서도 죽살이치며 버틴 식물들

▲ 동심원 모양으로 자라는 로제트형 식물.예부터 우리나라 겨울 풍광을 청송백설(靑松白雪)이라고 했다. 휘몰아치는 북풍한설에 짙푸르렀던 나무는 잎사귀가 온통 떨어지고 풀대는 송두리째 쪼글쪼글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소나무·잣나무를 빼곤 죄다 앙상한 알몸으로 본색을 드러내..

한쪽으로 쏠린 넙치 눈… 바다 밑에 납작 엎드려 살기 위한 환골탈태

▲ 조선일보 DB'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시인 류시화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다. 일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

우리 몸세포, 정자 유전자 빼곤 죄다 난자서 비롯… 위대하지 아니한가

먼 옛날엔 난자와 정자가 생명의 축소판으로 그 속에 모든 기틀이 들었다고 여겼다. 요즘 세상에 들으면 뜬금없는 얘기다. 생물체가 난자에 들어 있었다는 난원설(卵原說)과 정자에 있다는 정원설(精原說)을 믿었지만 뒷날 둘이 합쳐 한 생물이 됨을 알았다. 인체 세포 중에서 가장 큰 난..

몸 65%가 언 채, 심장 부근만 피 돌아… 청개구리의 눈물나는 겨울잠

▲ 이명원 기자올 초 본란에 '식물의 월동'이 나갔다. 늦가을에 접어들면 소나무는 닥쳐올 고달픈 냉한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월동 준비하느라 부동액을 비축하니, 세포에 프롤린이나 베타인 같은 아미노산과 수크로오스 따위의 당분을 저장한다고 썼다. 봄동이나 된서리를 맞은 늦가을 ..

전어·고등어 등짝 검푸르고, 배 하얀 건… 포식자의 눈 피하려는 보호색

▲ 조선일보 DB "봄 도다리,가을 전어"라고 가을을 대표하는 생선은 누가 뭐래도 전어다. 살이 통통히 오른 전어 몸집 군데군데에 엇비스듬히 칼질하고 통소금을 뿌려 석쇠에 구우면,노릇노릇 지글지글거리며 내뿜는 구수한 냄새에 깜빡 죽는다. 오죽하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

落葉歸根(낙엽귀근)… 잎사귀는 뿌리서 생긴 것, 다시금 본디 자리로 돌아가는 법

▲ 뉴시스 수북이 쌓인 가랑잎 더미를 자박자박 걷다가는 두 발로 바닥을 슬슬 끌며 부스럭부스럭 헤집고 나간다. 일엽지추(一葉知秋)라, 작은 일을 보고 앞으로 닥칠 큰일을 짐작한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득선득 스산한 바람이 불고 사람 마음까지 교교히 물들게 하는 가을빛이 만연..

황제나비 흉내내 살아남는 총독나비처럼… 곤충계에도 '호가호위'

▲ 황제나비(위)와 총독나비. 분간이 거의 불가능할 지경이다.총독나비는 식민지 에서 황제의 권력을 대행하는 총독처럼 황제나비가 누리는 이점을 고스란히 누린다.50여년 전 대학원 석사과정 시험일.영어,제2외국어 다음 전공 차례가 왔다. 손도 못 댔던 문제가 있다. 'mimicry(흉내)'.풀어..

바람에 살랑살랑 '살살이꽃(코스모스의 우리말)' … 그럴싸한 꽃을 피워 벌·나비를 꼬드긴다네

▲ 김지호 기자 한때 즐겨 따라 불렀던 김상희씨의'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이다. "코스모스 한들한들 피어 있는 길 향기로운 가을 길을 걸어갑니다 기다리는 마음같이 초조하여라 단풍 같은 마음으로 노래합니다." 그 고왔던 가수 목소리가 막 들려오는 듯하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