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50

여름감자에 새끼감자가 조랑조랑… 놀라운 종족보존의 힘

초봄에 파종해 장마 전에 수확하는 감자를 하지감자라 한다. 그런데 올해 내 감자 농사는 하도 가뭄을 타 실농(失農)이었다. 그래도 포기마다 죽기 살기로 후사(後嗣)를 잇겠다고 새알만 한 것을 한두 개씩 매달고 있었다. '감자밭에서 바늘 찾는다'는 건 아무리 애써도 성과 없는 헛수고..

'사막의 전차' 낙타 어릴 땐 등 위에 肉峰 없어요

기다란 목과 두꺼운 입술 등거칠고 척박한 사막에 최적화 육봉, 물주머니 아닌 지방덩어리 메르스 사태가 한풀 꺾이는 것 같다. 이참에 메르스를 옮겼다는 낙타가 어떤 동물인지 좀 알아보자. 낙타는 소목(目), 낙타과(科)의 포유동물로 발굽이 2개인 우제류(偶蹄類)다. 두두룩하게 솟은 ..

끈적끈적 씨앗 나뭇가지에 찰싹… 겨우살이의 기막힌 번식작전

지난 겨울 설악산에 갔다. 버스가 거친 눈바람을 헤치며 한계령 고갯길 따라 인제 쪽으로 내처 굽이치는 가파른 내리막을 내닫는다. 중간쯤 올 때면 절로 왼쪽 차창으로 고개 돌려 앙상하게 헐벗은 참나무 숲으로 눈길이 간다. 군데군데 우람하게 걸려 있는 까치 둥지만 한 '나무 위의 나..

비가 반가워서? 비오면 지렁이가 땅위로 나오는 슬픈 사연

간밤에 비가 억수로 왔다. 마당에 지렁이들이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다. 지렁이〈사진〉는 축축한 살갗 아래에 있는 모세혈관의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시키는 피부 호흡을 한다. 지렁이들은 밤새 땅굴(집)에 흘러든 빗물에 숨이 가빠 참다 못해 가까스로 도망 나왔다. ..

홍어, 항아리에 짚과 소금 넣고 삭혀… 암모니아 발생해 오래 둬도 썩지 않아

돼지 삼겹살과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탁주 곁들이면 '홍탁삼합' 홍어 수컷은 덩치 작고 맛 덜하며 볼품 없어 어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硬骨魚類)와 물렁한 연골어류(軟骨魚類)로 나뉘며 거의 전부가 경골어류이고 일부가 연골어류다. 거기에는 홍어·가오리·상어 따위가 있으..

1초에 220번씩 날개 떨며 求愛… 짧지만 치열한 초파리의 일생

염색체수 적고 알도 많이 낳아 그지없이 좋은 실험 모델 생물 당뇨·암 등 의학 연구에도 이용 파리와 모기, 등에는 절지동물 파리목에 속한 곤충이다. 하나같이 날개가 한 쌍이다. 이들도 애초엔 날개가 4장이었으나 뒷날개가 퇴화하여 흔적만 남았다. 파리를 잡아보면 얇은 하얀 살점 ..

'트랜스포머 세균'… 내성균 죽으면 DNA 주워먹고 수퍼박테리아로

"야, 무슨 이런 일이?" 1928년 여름, 휴가를 보내고 연구실에 돌아온 영국 세균학자 플레밍(A Fleming·1881~1955)은 탄성을 질렀다. 휴가를 떠나기 전 실험대에 아무렇게나 밀쳐놨었던 배양접시 중 하나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고름 세균의 일종인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한 접시의 화..

삶은 달걀, 껍질 쉽게 까지면 오래된 것… 신선한 건 잘 안 까져요

▲ 조선일보DB 닭의 알(달걀)은 살아 있는 단세포(單細胞)다. 모든 세포가 세포막·세포질·핵으로 구성돼 있다. 달걀의 세포막은 껍데기·알 막·흰자를 묶어 이른다. 세포질은 노른자다. 노른자 위에 자리한 작은 알눈,즉 배반(胚盤)이 핵에 해당한다. 달걀 무게는 보통 60g이다. 공룡·..

'植物의 피' 樹液,, 어떻게 115m 나무 끝까지 올라갈까

▲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모습. / 조선일보DB 봄바람이 건듯건듯 불어 하루가 다르게 잎이 돋고 꽃이 핀다. 온갖 나뭇가지가 싱그럽게 풀빛을 띤다. 말 그대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이다. 힘차게 물오름(수액 상승)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하여 이미 고로쇠나 다래나무 줄기에서'식물의 피'..

씨앗은 발명의 어머니… 우엉서 '찍찍이', 민들레서 낙하산이 탄생

▲ 조선일보 DB 선농일체(禪農一體)라고 정녕 텃밭은 나의 배움터다. 밭 흙을 뒤집으며 자갈을 골라내고 가랑잎도 주섬주섬 줍는다. 흙 알갱이를 알알이 조물조물 부숴 흙고물을 만든다. 그때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싸늘하고 보들보들한 촉감은 필설로 다 못한다. '농부는 굶어 죽어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