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우리 몸세포, 정자 유전자 빼곤 죄다 난자서 비롯… 위대하지 아니한가

浮萍草 2014. 12. 28. 12:14
     옛날엔 난자와 정자가 생명의 축소판으로 그 속에 모든 기틀이 들었다고 여겼다. 
    요즘 세상에 들으면 뜬금없는 얘기다. 생물체가 난자에 들어 있었다는 난원설(卵原說)과 정자에 있다는 정원설(精原說)을 믿었지만 뒷날 둘이 합쳐 한 생물이 됨을 
    알았다.
    인체 세포 중에서 가장 큰 난자(卵子·ovum)는 제일 작은 축에 드는 정자(精子·sperm)에 대응하는 자성배우자(雌性配偶者)로 여성 생식세포를 일컫는다. 
    성숙란은 동그랗기에 아주 적은 표면적으로 매우 큰 부피의 세포질을 담을 수 있다. 
    난자는 세포막(난막·卵膜)·난세포질·난핵으로 이뤄져 있다. 
    난세포질에는 소량의 노른자위(난황·卵黃)와 인(仁·알갱이란 뜻),미토콘드리아·골지체·리보솜·소포체·리소좀 등등의 모든 세포소기관(細胞小器官)이 들어 있다. 
    포유류는 모체에서 양분을 얻는 태생이기에 난황이 아주 적지만 나머지 동물들은 스스로 발생해야 하기에 달걀처럼 노른자위가 엄청 많다.
    체외 수정 중인 난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모습. / 조선일보 DB

    난자 지름은 0.15㎜ 내외로 보통 활자의 점(點)보다 작다. 현미경을 쓰지 않은 채 맨눈으로 가까스로 보이는 크기다. 또 난자는 정자 부피의 약 10만 배고, 난자가 운동성이 없는 것과는 달리 정자는 활발히 움직인다. 그런데 그 작은 난자핵을 빼 없애고 거기에 체세포의 핵을 옮겨 심어 줄기세포(stem cell)를 만든다니 놀라운 일이다. 난자 언저리를 당단백질로 된 질기고 맑은 투명대(透明帶)와 수많은 과립세포가 담벼락처럼 빙 둘러싸고 있다. 이들은 수정란이 세포분열하면서 늘어나는 세포가 알 밖으로 비어져나가는 것을 막으며 오직 한 개의 정자만 들게 하는 문지기 몫도 한다. 그리고 난자는 난소의 난모 세포,정자는 정소의 정모 세포가 감수분열로 생겨나므로 난자 정자의 염색체는 각각 반수(23개)이다. 여자 아이는 난소에 자식이 될 생식세포를 이미 점지받아 태어난다. 태아 때는 어림잡아 700만개의 난모세포(卵母細胞)를 가지지만 출생 무렵에 100만~200만 개로 줄고 장성하여 초경 즈음엔 30만개로 줄어든다. 그중에서 평생 동안 고작 300~400개 남짓만 난자가 된다. 그중 수정돼 아기가 되는 것은 두셋이고 나머지는 홀알(미수정란)로 흘려버려진다. 한국 여성은 평생 300~400개 생산되는 난자 중 1~2개만 써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권(244개국 중 219위)이란다. "아들딸 구별 말고 5~7!" 필자가 거듭 학생들에게 당부하던 말이었는데 요즘 저출산 현상에 나라가 자못 걱정된다. 난자는 두 난소에서 다달이 28일여 주기로 달거리 전후 14일경에 번갈아 하나씩 배란(排卵)된다. 배란 후 24시간 후엔 생명을 잃는다. 정자는 일생 동안 5000억 마리 넘게 만들어지지만 난자는 초경부터 폐경까지 긴긴 시간을 마냥 난소에 머무는 30만개의 난모 세포에서 생긴다. 난모 세포는 DNA 염기 손상을 일으키는 약품,환경 호르몬,술·담배 등 유해 물질에 취약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난자에는 태아의 신체를 구성하게 될 난막·난핵·세포질·세포소기관이 빠짐없이 두루 들어 있다. 반면 정자에는 23개의 염색체를 담은 정핵과 꼬리,꼬리 운동에 힘을 대는 극소량의 미토콘드리아뿐이다. 따라서 우리 몸 세포는 정자의 유전자를 빼고는 죄다 난자에서 비롯한 것이다. 실로 위대한 난자다.
    Premium Chosun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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