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광복 70년… 물건의 추억 34

24 옛 택시 미터기, 캔맥주 5개 무게… 급정거 때 승객 머리 때리기도

1969년 4월 30일 저녁 서울 시내를 달리던 택시 안에서 보기 드문 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사람을 피하려고 급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조수석 승객이 숨진 것. 원인은 택시 미터기였다. 급정거하는 순간, 대시 보드 위에 버티고 있는 큼지막한 기계식 미터기에 승객이 머리를 찧은 것이다(조선..

23 日帝 땐 걸인들까지 찼던 '완장'… 격동 역사 속 신분 과시 수단 돼

1939년 경기도 일대에서'고물상 위장 절도'가 잇따랐다. 폐품을 사들인다며 남의 집을 방문한 뒤 주인이 한눈파는 사이에 값진 물건을 훔치는 수법이다. 신종 범죄에 대한 경찰의 대책은'순실(純實)한(참된)'폐품 수집상들 팔뚝에 '완장(腕章)'을 차게 하는 것이었다. 마찬가지 이유로,걸인..

22 한 집 1개씩… 'TV안테나의 숲' 수신 상태 조정하다 감전死도

▲ 1970년대 후반 난시청 지역 집집마다 높다랗게 세운 TV 안테나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저것들 다 가짜 아닙니까?" 1972년 9월 남북 적십자 회담 때 서울에 온 북한 기자는 아파트 옥상마다 숲처럼 수없이 꽂힌 TV 안테나를 보고 그렇게 물었다. 국민을 웃긴 북한 측의 '황당 질문'이었다(조..

21 풀 죽은 솜 되살린 마법의 '솜틀'… 솜사탕 같은 러브신 배경 되기도

▲ 솜틀을 이용해 헌 솜을 새 솜으로 재생해 주던 1960년대 솜틀집 모습.박물관에 재현된 모형이다.1963년 1월 서울시 위생시험소가 시내 환경오염 실태를 조사한 끝에,주택가에 흔한 업종 하나를 '연탄 공장 못잖게 먼지를 일으키는 시설'로 지목했다. ' 솜틀집'이었다. 쉽게 말해 헌 이불솜..

20 일제가 착용 강요한 여성복 '몸뻬'… 1950년대에는 官이 '입기 운동'도

▲ 몸뻬를 입은 1950년대 아낙네의 모습(왼쪽)과 현대식‘몸뻬 패션’의 아이돌 여가수.전국이 광복의 감격으로 들끓던 1945년 8월 15일 대낮, 서울 효자동 거리에서 경축 행진을 하던 군중이 지나가던 한 여성을 붙들어 바지를 벗겼다. 입은 옷이 '몸뻬(もんぺ)', 즉 일본식 간편 바지였기 때..

19 통금시대의 '마패' 야간통행증… 도둑들이 갖고 다니며 '애용'도

▲ 1960~1970년대 야간통행증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으로 신문 기자용,심야 열차 승객용,지방‘향토방범단 원’용 야간통행증.1972년 6월 '청와대 민원반'을 사칭하며 건축업자 등에게서 돈을 뜯어낸 사기꾼 2명이 신분을 과시할 때마다 꺼낸 건 공무원증도 아니고 명함도 아니었다. ' 야간통..

18 "공중전화 놔두고 왜 휴대폰 쓰나" 유선전화 회사 간부, 소년과 충돌

▲ 밀실에 가까운 1938년 경성 자동전화실(왼쪽),현재 국내 공중전화 부스(가운데),예쁜 전화 부스의 세계적 모델이 된 영국의 레드 텔레폰 박스(K2형).1997년 10월, 유선전화 사업체의 국장급 간부가 공중전화 부스 앞에서 10대 소년과 말다툼을 벌였다. 간부가 소년에게"공중전화를 코앞에 ..

17 半공개 손 편지 적던 '관제엽서'… 익명으로 비난·협박 때도 '애용'

▲ 2002년 5월 조선일보의 월드컵 퀴즈에 응모한 엽서 52만여 통에 파묻혀 추첨 중인 소프라노 조수미 씨.이젠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조선일보 DB'관청에서 만들었다'는 뜻의 '관제(官製)'가 앞에 붙는 말치고 어감 좋은 단어가 별로 없다. '정부가 조작한 민의(民意)'라는 뜻의'관제 민의'를..

16 아파트 거실마다 '뻐꾸기시계'… 1990년대 신도시 붐 타고 히트

▲ 1994년 신문에 실린 광고의 일부.“부잣집에는 반드시 뻐꾸기시계가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이 집 저 집 뻐꾸기들이 한 시간마다 울어댔다. 1990년대 많은 아파트촌의 풍경이다. 당시 좀 여유 있는 집이라면 거실 벽에 뻐꾸기시계 하나쯤 걸어놓는 게 크게 유행했다. 정시마다 통나무..

15 '웃으며 살자' 외친 스마일 배지… '정치의 겨울' 1972년 유행 시작

방긋 웃는 얼굴 모양의'스마일 배지(smile badge)'가 국내에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가 묘하다. 정치 상황이 꽁꽁 얼어붙고 있던 1972년 2월이다. 전년도 12월 6일엔 박정희 대통령이'국제정세 급변'과'북한의 위협' 등을 언급하며'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12월 27일엔 비상사태 아래서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