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광복 70년… 물건의 추억 34

14 주부들 '초인종' 소리에 공포증… '짧게 두 번' 등 가족 간 비밀 신호

'도시 주부들 사이에 새로운 정신병이 퍼지고 있다.' 1972년 다소 충격적인 기사가 신문 사회면 머리기사로 실렸다. 그 '정신병'이란 '초인종(招人鐘) 노이로제'다. 집에 있다가 누군가 누르는 초인종 소리만 듣고도 깜짝 놀라 쩔쩔매는 공포증으로 정신병원까지 찾는다는 것이다(조선일보 ..

13 '특수층 전유물' 같던 초기 삐삐… '신분 사칭범'들마다 허리에 차

▲ 1984년 8월 허리춤에 삐삐를 찬 회사원 모습.담뱃갑만큼 컸지만 당시엔'휴대에 아주 간편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DB1983년 5월 12일 이범석(李範錫) 외무부 장관이 부처의 국장급 이상 모든 간부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다. '무선호출기(삐삐)를 허리에 차고 다니라'는 것이었다. '어린이날'..

12 서민의 가구 대용품 '사과 궤짝'… 책상·밥상·찬장·악기로도 활용

시인 고은은 젊은 날 교사로 일할 때 학교 숙직실에 이 물건을 엎어놓고 책상 삼아 시를 썼다. 록의 대부 신중현은 가난했던 중학 시절 이걸 간이 거문고로 개조해 기타 대신 튕겼고 한국 재즈 타악기 연주자 1세대인 류복성도 젊은 시절 이걸로 모의 드럼을 만들어 두드리며 꿈을 키웠다...

11 1966년 서울 '육교市'… 16개 건설, 미니 스커트 여대생들은 "보이콧"

▲ 1966년 6월 22일 개통 첫날의 서울 신세계백화점 앞 육교.구경하러 온 사람들까지 몰려 온종일 계단이 인파로 꽉 찼다.1966년은 '육교(陸橋)의 해'라고 부를 만하다. 1년간 무려 16개의 보행자용 육교가 서울 도심에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불도저'란 별명의 김현옥 서울시장은 임명받자..

10 예비군의 48년 친구 '카빈 소총', 대형 총기 범죄에도 단골 등장

광복 이후 터진 대형 총기 사건 중 피해 규모로 보면 경관이 하룻밤 사이 주민 56명을 사살한 1982년 4월의 '의령 총기 난동'이 최악이었다. 사회적 충격파가 컸던 사건으로는 1974년의 '이종대·문도석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불우하게 자란 두 남자는 2년간 3만여 경찰의 추적을 따돌린 채 총..

9 '아스팔트 위의 이단자' 牛馬車… 경찰·황소, 1㎞ 추격전 벌이기도

▲ 1963년 4월 서울 거리의 소달구지. 연탄, 쌀 등 생필품을 싣고 트럭이 들어가지 못하는 작은 길까지 날랐다. 서울 최고 기온이 38.9도까지 올랐던 1929년 8월 5일.시내 한복판에서 석재(石材)를 실은 수레를 끌고 가던 말 한 마리가 쓰러져 폐사하더니 몇 시간 뒤엔 황소 한 마리도 큰길에 갑..

8 뺑뺑이 돌려 학교 정한 70년대… 판사들 사건 배당도 추첨기 써

▲ 1969년 2월 5일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생들이 물레처럼 생긴 8각형 통의 추첨기를 돌려 진학할 학교를 결정하고 있다.1969년 2월 5일 서울의 초등학교 6학년생 5만여명은 영하 15도 강추위 속에서 하루 종일 차례를 기다려 가며 물레처럼 생긴 기계를 뱅뱅 돌렸다. 1968년 중학 입시 폐지에 ..

7 물지게 지기, '여자들의 일' 취급… "남편들은 밤에 도와 줘라" 충고

▲ 1963년 2월 서울 서대문구의 공동 수돗가에 물지게를 들고 와 장사진을 친 수백 명 주민들. 거의 모두 여성들이다.가뭄이 유난히도 길었던 1978년 여름,서울 시내 고지대(高地帶)의 약국들이 때아닌 대목을 맞았다. 근육통에 붙이는 파스와 연고제, 피로회복제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6 문교부 "아동 훌라후프 철저 금지" 언론도 "천하의 점잖지 못한 운동"

▲ 1992년 TV 드라마‘아들과 딸’에서 미연(채시라)과 엄마(고두심)가 훌라후프를 돌리고 있다. 이 드라마 방영 이후 훌라후프 돌풍이 다시 불었다. 겨울방학 중이던 1959년 1월 30일,문교부가'어린이 훌라 후프 금지령'을 내렸다. '골반을 격렬하게 움직여 탈골(脫骨)을 부를 수 있으며 혈액..

5 움직이는 광고 '샌드위치맨'에… 언론 "人道的 면에서 안됐다"

▲ 1962년 12월 서울역 앞 지게꾼 옆을 걸어가는 샌드 위치맨.사방을 둘러싼 영화 광고판 때문에 몸은 잘 보이지도 않는다. /조선일보 DB 1960년대 전후, 신작 영화의 화려한 포스터는 극장 건물이나 담벼락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길을 걷다 보면 가끔 포스터가 움직이며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