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달팽이 박사의 생명 이야기

홍어, 항아리에 짚과 소금 넣고 삭혀… 암모니아 발생해 오래 둬도 썩지 않아

浮萍草 2015. 6. 6. 20:30
    돼지 삼겹살과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탁주 곁들이면 '홍탁삼합'
    홍어 수컷은 덩치 작고 맛 덜하며 볼품 없어
    류는 뼈가 딱딱한 경골어류(硬骨魚類)와 물렁한 연골어류(軟骨魚類)로 나뉘며 거의 전부가 경골어류이고 일부가 연골어류다. 
    거기에는 홍어·가오리·상어 따위가 있으며, 무엇보다 뼈가 물렁하다는 것이 두드러진 특성이다.
    연골어류는 ① 단백질(질소) 대사물이 경골어처럼 암모니아가 아니고 포유류와 같은 요소(尿素)이며 ② 뼈에 골수가 없어서 지라(비장)에서 적혈구가 만들어지고 
    ③ 살갗에 거친 치상돌기(齒狀突起)가 있으며 ④ 아가미 뚜껑이 없는 탓에 5~7쌍의 아가미가 겉으로 드러나고 아가미에 줄곧 물을 흐르게 하려고 몸을 설렁
    거리거나 입을 뻐끔거리며 ⑤ 암수가 짝짓기(체내수정)하고 수정란이 '인어지갑(mermaid's purse)'이라 불리는 특별한 알주머니에 쌓여 나오거나 치어로 태어나고   
    ⑥  부레가 없기에 뜰힘(부력)이 약해 땅바닥을 긴다.
    홍어 수컷의 꼬리 양 옆으로 홍두깨 모양의
    성기(性器)가 보인다.
    홍어 이야기다. 홍어는 연골어강(綱) 홍어목(目) 가오릿과(科)에 속하며 몸빛깔이 붉어 홍어(紅魚)라 하고 몸이 넓적하다 하여 홍어(洪魚)라 달리 부른다. 몸은 마름모꼴이며,작은 머리에 주둥이는 짧고 뾰족 불거졌다. 바다 바닥에서 생활하며 연체동물이나 갑각류가 먹잇감이다. 그리고 한 번에 4∼5개의 수정란을 낳는데 그것은 4개의 예리하고 긴 뿔이 난 네모꼴의 질긴 주머니(알껍데기)에 들어 있어 보호를 받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홍어 생각 따뜻하면 굴비 생각'이란 말처럼 바야흐로 11∼12월에 홍어잡이가 한창으로 어부 들의 손놀림이 분주해진다. 그런데 수컷은 암컷보다 덩치가 작고 맛이 덜하며 볼품이 없다. 하여 헐값인 수컷이 실속 없다 하여 잡으면 닁큼 배 바닥에 냅다 패대기친다. 또 수놈의 꼬리 양쪽에 길게 축 처진 홍두깨 모양인 15㎝나 되는 교미기가 2개 있다. 잘못 다루면 거치적거리는 생식기의 가시에 손을 다치는 수가 있어서 그놈을 칼로 몽탕 잘라 털벙 바다에 던져 버리기 일쑤였다. 기분 잡쳤다는 분풀이다. 그래서 '만만한 게 홍어 X'이란 말이 생겨났다. 푸대접받는 불쌍한 홍어 수놈이로고! 홍어는 몸의 물이 농도가 짙은 바닷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으려고 체내 삼투압을 바닷물 삼투압보다 다소 높게 유지한다. 그러기 위하여 요소와 여러 화합물을 혈중에 녹여 놨다. 한데 홍어를 항아리에 짚과 소금을 넣고 삭히면 요소가 분해되면서 지린내 나는 암모니아가 발생한다. 이 암모니아가 세균 번식을 막기에 홍어는 얼간을 해 오래 둬도 살이 썩지 않는다. 이렇게 여느 물고기처럼 쉽게 부패하지 않으므로 옛날에 바다에서 먼 내륙의 오지 동네 제사상에 홍어나 상어 토막이 올랐다. 홍어의 분홍빛 살점을 돼지 삼겹살과 함께 묵은 김치에 싸 먹으며 탁주를 곁들이니 말해서 홍탁삼합(洪濁三合) 이다. 그리고 삭힌 홍어는 중독성이 있어 맛 들이면 이내 코를 톡 쏘는 알싸한 맛에 빠져들고 만다. 필자도 무척 좋아하는 터라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입안에 한가득 번진다. 정작 내 대뇌에도 홍어 맛 조건반사 중추가 옹이처럼 꽉 박힌 모양이다.
    Premium Chosun ☜       권오길·강원대 명예교수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