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470

이별 앞둔 소나무의 회고

잎이 여린 어린 나무들아,너희들 보기엔 그저 낯설겠지만 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은 것이 내 잎이란다. 사계절 내내 이런 모양이라 사철 푸르다는 게 우리의 자랑이었지. 울퉁불퉁 거칠게 겹을 두른 줄기는 기개와 강인함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은 봄이면 꽃놀이다, 가을이면 단풍이다 들과 산으로 왕왕 몰려다녔지만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여전히 푸르른 우리를 경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단다.제 잘난 맛에 사는 인간들도 소나무만은 깍듯이 모셔 인간처럼 벼슬 받고 재산을 거느린 나무도 있었단다.시련은 언제부터였나. 너도 곧 알겠지만 생명이란 고요한 호수 같을 수 없어. 산다는 것 자체가 소소한 다툼과 크고 작은 전투가 쉼 없이 벌어지는 거대한 전장이지. 그러니 우리 소나무가 겪은 시련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