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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비아그라 먹으면 골프 장타를 칠 수있나요?"

浮萍草 2015. 4. 3. 07:30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조선일보DB
    마 전 한 모임에서 70대 어르신이 귓속말로 물었다. "서 원장, 내가 탁구 동호인 모임에 나가요. 그런데 회원 한 명이 탁구 치기 전 비아그라를 조금 먹으면 실력이 더 좋아진다면서 나눠주길래 먹고 친 적이 있어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정형외과-재활의학과 두 개 전문의에다 올림픽 대표팀 주치의를 지낸 경력 때문인지 이색적인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데도 그 질문은 무척 낯설었다. 이렇다 할 답을 드릴 수가 없어"확인해보고 말씀 드리겠습니다"고만 했다. 논문들을 검색해보니 실제로 실데나필(비아그라의 성분명)이 운동 능력에 영향을 주는 지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운동선수나 일반인들이 축구나 야구, 탁구를 잘 하게 해주는가에 대한 연구는 아니다.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실데나필을 투여하면 운동 중 근육의 산소처리 능력이 향상되는가 등 이 약물이 인체에 어떤 변화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연구들이다. 판단이 쉽지 않아 아는 비뇨기과 의사들에게 전화해서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실제로 어르신들 중에 발기부전 치료제 처방을 위한 상담 도중에 배드민턴이나 탁구 칠 때 먹어도 되냐고 묻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약의 판매 허가를 내줄 때 보건당국은 '적응증'이라는 기준을 적용한다. '해열' '혈압조절' '진통' 등 해당 약의 사용 목적을 적응증이라고 한다. 그 외의 목적으로 약을 쓰려면 그에 대해서도 약효가 있고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해서 새 적응증에 대한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비아그라를 처방받은 뒤에 운동능력 개선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 지 참 난감하다. 비아그라는 고산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등반가들이 복용한다는 뉴스는 이미 나온 적이 있다. 초기 적응증과는 다른 목적으로 사용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기본 개념은 혈관을 확장해 혈액량을 늘려주는 것이다. 발기가 되려면 음경에 혈액 공급이 잘 이뤄져야 하는데 동맥경화증 등에 의해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발기가 잘 되지 않는다.
    인천본부 세관에 적발된 가짜 비아그라./조선일보DB

    이를 해결해주는 것이 발기부전 치료제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면 음경 뿐 아니라 팔-다리 등에도 혈액 공급이 잘 이뤄진다. 이 약을 복용한 뒤 얼굴 화끈거림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돼 있는데 혈액 공급 증가와 연관이 있는 것들이다. 운동할 때도 팔-다리에 혈액 공급이 원활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운동과 발기부전 치료제의 원리는 맥이 닿는다. 어르신들 사이에 '비아그라를 먹고 운동했더니 힘이 더 나서 좋더라'는 말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 골프장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4명이 나눠 먹고 골프를 치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스포츠의학을 하는 의사로서 운동 능력 향상을 위해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은 반대한다. 필자에게 문의한 어르신께도 드시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아직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발기부전 치료제가 '해피 드럭(happy drug)'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안전성이 입증됐다고 하지만 분명히 부작용도 있다. 특히 심혈관 질환 약물(질산염 성분)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더 조심해야 한다. 시중에는 가짜 비아그라들이 몰래 유통되고 있다는 보도가 종종 나온다. 심장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 성분도 불분명한 약을 먹고 운동하다가 어떤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지 알 수 없다. 비아그라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개발 중에 의도하지(?) 않았던 효과가 확인돼 발기 부전 치료제로 개발된 약이다. 지난 3월27일은 비아그라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지 17주년 되는 날이었다. 만약 이 약물이 운동능력 개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 제약회사들이 서둘러서 임상시험을 해주었으면 한다. 아스피린도 처음에는 해열 진통제로 개발됐다가 연구를 거듭하면서 요즘은 심혈관 질환 예방 목적으로도 쓰인다. 만약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안전하게 운동 능력을 증강시켜 준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 사람들이 복용하는 날이 올 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이 입증될 때까지 운동능력 향상 목적으로 이 약을 복용해서는 안된다.
    Premium Chosun ☜       서동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동시면허 s918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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