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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제비, ‘강남’은 長江의 남쪽…‘제비’는 지지배배서

浮萍草 2016. 4. 27. 10:08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왔을까?’ 봄이 되어 흐드러지게 핀 꽃을 보며 어릴 때 생각을 문득 한다. 판소리 ‘박타령’에는 “너 왔느냐, 너 왔느냐, 내 제비 너 왔느냐 (…) 강남은 가려지(佳麗地)라 어찌하여 내버리고 누추한 이 내 집을 허위허위 찾아왔나. 인심은 교사(巧詐)하여 한번 가면 잊건마는 너는 어찌 신(信)이 있어 옛주인을 찾아왔나”라는 대목이 있다. 제비는 ‘아름다운 땅(가려지) 강남’을 떠나 ‘남을 교묘하게 속이는(교사)’ 인간과는 달리 ‘믿음(신)’이 있어 돌아왔다는 내용이다. 그냥 돌아온 것이 아니라 흥부를 부자로 만들어 줄 보은표 박씨를 물고 돌아왔다. 흥부전의 시대에는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 되면 꼭 돌아왔던 것이다. “사랑했기에 멀리 떠난 님은 언제나 모습 꿈 속에 있네. 먹구름 울고 찬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 고운 눈망울 깊이 간직한 채 당신의 마음 품으렵니다.” 조영남의 노래 ‘제비’도 제비가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노래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임이 아니라도 제비를 기다리고 있으나 제비를 보는 것이 어려워졌다. 제비가 갔던 ‘아름다운 땅’ 강남은 원래 중국의 창장(長江)강 중류 이남 지역을 가리켰는데 당나라 이후 청나라까지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매혹적인 문화가 발달한 지역의 대명사가 되었으나 사치와 부패라는 이중적인 면도 지니게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강남과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것은 혼자만의 느낌일까? 우리나라의 강남은 서울의 한강 이남으로 지금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로 나뉘어졌지만 원래 강남구였던 지역을 이르는 말이다. 이 지역은 1963년에 경기 광주군, 고양군에서 서울특별시로 편입됐다. 처음에는 성동구 관할이었지만 영등포의 동쪽이라 하여 영동으로 불리기도 했다. 1975년에 성동구 한강 남쪽 지역이 강남구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강남’이 등장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규모 아파트 건설, 명문학교들의 이전 거기에 따르는 학원들의 밀집 등으로 또 다른 의미의 ‘8학군’이 생겨나고 강남을 지나는 지하철 2호선이 1982년에 완공되면서 단순한 구의 명칭이 아닌 ‘강남’이 등장하게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 후 1990년대부터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우리나라 경제 문화의 중심지가 됐다. 이렇게 급변하는 중에 강남에서는 소위 ‘복부인’도 태어나고, 부녀자를 울리는 사기꾼 ‘제비’가 사시사철 날아다녀 사치와 부패의 그늘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제비는 ‘지지배배’ 우는 소리에서 나온 말이다. V자로 갈라진 꼬리의 날렵한 모습에서 연미복(燕尾服)이란 말도 나왔다. 제비는 전통적으로 농작물의 벌레를 잡아먹는 아주 소중한 새였으므로 농사를 짓지 않아도 봄이 되면 제비를 기다리게 됐나 보다. 청정지역 충북 괴산군의 한 마을은 ‘제비마을’이라 이름을 짓고 ‘제비맞이 3399축제’를 벌인다고 한다.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월삼짇날(음력 3월 3일)의 33과 제비가 강남 간다는 음력 9월 9일의 99를 축제이름에 넣었다. 실제로 이 마을에는 해마다 돌아오는 제비가 늘어난다고 하니 제비를 기다리는 청정한 마음이 청정지역을 만드는 힘이 되기도 했나 보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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