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수저

浮萍草 2016. 4. 5. 11:34
    ‘수’는 쇠(金), ‘저’는 나무(木)를 뜻하는 말
    “너거 아부지 뭐 하시노?” 영화 속의 나쁜 선생님만 묻는 말이 아니다. 청년 실업이 턱을 차고 오르는 요즘, 면접담당자도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채용할 때 면접에서 업무 외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능력중심 채용을 위한 실천선언’의 선포식을 했겠는가. 인간 사회는 생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부분의 동물이 생존에 필요한 적당량만을 원한다는데 유독 인간만은 의식주가 해결돼도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리석은 부모들은 부정을 저지르기도 하고, 크든 작든 자신이 지닌 권력을 여기저기서 휘두른다. 이렇게 부모의 부와 권력이 디딤돌도 되고 대물림도 되니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많은 청년의 입에서 마침내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송(宋)나라 절도사 미신(米信)은 백성들을 수탈해 큰돈을 모았다. 물론 인색해서 돈을 쓰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들은 집에서는 아버지 말에 순종하며 검소하게 지냈으나 집 밖에서는 종을 부리고 말을 타면서 방탕한 생활을 했다. 돈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주겠다고 약속하고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렸다. 그 돈이 일명 노도환(老倒還)이었다. 미신이 죽자 거지가 된 아들은 야경꾼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이었다고 한다. 신분이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 봉건사회가 금수저로 대를 잇는 대표적인 사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옛말에 ‘삼대 부자 없다’는 말이 있다. 금수저로 태어나 부모가 디딤돌이 되고 대물림을 해도 지속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부자의 재산 유지 비율이 2대가 되면 20% 정도이고 3대가 되면 2% 정도라고 한다. 아마 디딤돌이 너무 많아 변화하는 세상의 파도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어서 대부분 거덜내고 만다.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엄청난 부자가 아들, 손자 대에 와서는 파산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수저는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일컫는 말로 먹는 도구를 대표하는 말이다. ‘수저’는 ‘술저’에서 ‘ㄹ’이 떨어진 말이다. ‘술’과 ‘저’에 ‘가락’이 더해져서 ‘숟가락’ ‘젓가락’이 되었다. ‘술’은 원래 ‘쇠(金)’라는 뜻이다. 청동기나 철기시대에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저’는 ‘저분’이라는 사투리와 제비뽑기의 ‘제비’로 알 수 있는 ‘접’에서 ‘ㅂ’이 떨어진 것으로 근원적으로 ‘나무(木)’라는 뜻이다. 내 자식을 금수저로 만들어 세상 대처 능력을 없애고, 다른 사람의 자식은 흙수저로 만들어 좌절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한없는 욕망을 대변하는 ‘한술 밥에 배부르랴’는 말이 있는가 하면 ‘밥 열 술이 한 그릇이 된다’는 뜻인 십시일반(十匙一飯)도 있다. 여러 사람이 조금씩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는 쉽다는 뜻이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가슴에 와 닿는 대사가 있다. 파티마(한 소녀)를 돕는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유시진 대위(송중기)의 말에 의사 강모연(송혜교)은 말한다. “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파티마의 삶은 바뀌겠죠. 그건, 파티마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일 거예요. 그럼 됐죠, 뭐.” 한술로 세상을 살리는 말이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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