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개·강아지, ‘컹컹’ 짖어 큰개(犬), ‘공공’ 울어 작은개(狗)

浮萍草 2016. 4. 27. 10:03
    선 시골 마을에 들어섰는데 동네 어귀에 있던 개가 ‘컹컹’ 짖으니 금세 온 동네 개들이 모두 따라 짖어 당황했던 적이 있다. 명나라 말 사상가인 이탁오(李卓吾)는 ‘속분서(續焚書)’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성인의 가르침을 읽었으나 성인의 가르침을 제대로 알지 못했으며, 공자를 존경했으나 왜 공자를 존경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알지 못했다.(…) 나이 오십 이전의 나는 정말로 한 마리 개에 불과했다. 앞의 개가 그림자를 보고 짖으면 나도 ‘따라서 짖어댔다’. 만약 남들이 짖는 까닭을 물어오면 그저 벙어리처럼 쑥스럽게 웃거나 할 따름이었다.” 이탁오는 오십이 됐을 때 유교의 틀에서 벗어나 요즘 말로 좌파, 즉 ‘삐딱이’의 길을 가며 마침내 자기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분서(焚書)’라는 책을 내면서 스스로 이 책은 시대에 맞지 않으므로 ‘불태워 버려야 할 책’이라는 제목을 달았으나 역설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됐다. ‘분서’는 진시황이 비판을 막기 위해 책을 불태우고 책을 지닌 학자까지 생매장했다는 이른바 분서갱유(焚書坑儒)에서 비롯된 말이다. ‘따라 짖는 개’는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남의 말을 앵무새같이 무조건 따라 한다. 집단이나 특정 세력 속에서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 흐름을 무조건 따라가는 것이다. 혹 다른 생각을 가졌더라도 자신의 배경이 된 가문, 집단을 위해서 그 생각을 스스로 무시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개는 개 짖는 소리에서 나온 말이다. 큰 개는 ‘컹컹’ 짖어 한자로는 犬(견)자로 표기했다. 강아지는 ‘공공’ 운다 하여 한자로는 狗(구)자로 적는다. 강아지는 ‘가’에 ‘아지’를 붙여 만든 말이다. ‘아지’는 어린 것을 뜻하는 단어를 만들 때 붙이는 말이다. 말의 어린 것을 망아지, 소의 어린 것을 송아지로 만든 것도 같은 원리다. 세상의 모든 어린 것은 다 귀엽지만 특히 강아지는 귀여움과 사랑스러운 애완동물, 반려동물의 상징이다. 인간끼리 욕을 하면서 가장 욕보이는 동물이 개다. 이는 부모에게 불효하는 사람은 자신을 길러준 어미를 몰라보는 개와 같다는 말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실제의 개는 충직한 동물이다. 술이 거나하게 취한 주인이 비틀거리며 마을 입구에 이르렀을 때 백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달려가 반겼다. 주인은 백구와 함께 양지바른 묘지 옆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쉬다 어느새 잠이 들었다. 주인 옆을 지키다 불이 마른 잔디를 따라 타들어오고 있는 것을 본 백구는 다급하게 짖으며 주인을 깨웠으나 술에 취한 주인은 일어나지 못했다. 백구는 주인을 구하기 위해 개울을 오가며 온몸에 물을 적셔 필사적으로 뒹굴었다. 만신창이가 된 백구는 최후를 맞이했고 주인은 백구 덕에 목숨을 건졌다. 여러 곳에서 볼 수 있는 충견비의 한 유래다. 누구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는 세상에 오직 반려견에 의지하며 사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아내의 애완견보다 서열이 낮은, 불쌍한 남편도 있다는 우스갯소리를 심심찮게 듣는 시대다. 따라 짖는 개인지, 남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주구(走狗)인지, 개만도 못하다고 욕먹는 사람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자.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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