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끗발

浮萍草 2016. 4. 5. 11:28
    ‘끗’은 쭉정이 ‘발’은 세력…노름판서 유래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 말이 있다. 무슨 일을 할 때 처음에 나는 달콤한 성과에 조심하라는 말이지만 실은 노름에서 온 말이다. 노름꾼은 처음에 순진한 노름꾼을 유혹하기 위해 일부러 잃어주며 미끼를 던진다. 초짜 노름꾼은 이를 모르고 덥석 문다. 처음 조금 따는 데 맛이 들려 자리를 떠날 줄 모르고 정신없이 하다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어느새 조금씩 잃기 시작하여 마침내 본전마저 잃게 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 농한기만 되면 시골 마을에 장사나 손님으로 가장한 뜨내기 노름꾼이 한둘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겨울에 딱히 할 일도 없고 구경거리도 없던 시골 마을에 나타난 낯선 사람들은 관심거리가 되었다. 그나마 형편이 좀 나은 시골 사람들 몇몇은 노름꾼들과 재미로 한판 벌이게 되고 소문을 들은 또 다른 사람들은 구경이나 한다며 노름하는 방으로 한둘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노름을 왜 하나 몰라. 잘못하면 패가망신해. 나는 절대 안 하고 구경만 할 거야’ 하지만 ‘딱 한판 재미로’ 하면서 끼어들면 ‘개끗발’을 맞이했다. 당시 작은 노름방에는 사람들이 꽉 들어차 담배 연기가 자욱했고 돈 꾸러미를 안고 노름판에 둘러앉은 사람들 뒤로 먹다 남은 음식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노름방 바깥 흙 담벼락은 너나 할 것 없이 뒷간에 가지 않고 마구 싸대는 바람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냄새가 진동했다. 구경꾼은 꾸역꾸역 몰려들고 마침내는 판이 점점 커져 논문서, 집문서 다 날리고도 옆 사람에게 빌려 한 판만 더 하려고 눈이 뻘겋게 달아오르기도 한다. “안면 몰수, 현금 박치기”라는 웃지 못할 규칙 아닌 규칙에 잡힐 것이 없으면 ‘아내를 걸고’ 노름을 하는 장면은 소설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시절 모든 것을 잃고 인생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어리석은 가장이 시골 마을마다 으레 한두 명씩 있었다. 끗발이라는 말은 ‘끗’과 ‘발’이 합쳐진 말이다. ‘끗’은 끝(末)과 마찬가지며 화투에서는 피,쭉정이고 인간으로 말하면 따라지나 마찬가지다. 따라지라는 말도 노름에서 나온 말로 보잘것없다는 뜻이다. ‘발’은 현재는 접미사로 쓰이지만 본래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이나 ‘세력’을 뜻하는 말이었다. ‘힘이 펄펄 난다’의 ‘펄펄’, ‘기운이 팔팔하다’의 ‘팔팔’이 같은 말이다. ‘끗발 날린다’라는 말도 이 ‘끗발’이란 말에서 나온 것으로 노름에서는 좋은 끗수가 잇달아 나오는 기세를 말한다. 이것이 의미가 확대되어 권력이나 지위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뜻이 되었다. 그래서 말발, 오줌발, 서릿발도 세기가 훨씬 강한 의미를 주는 것이다. ‘한 끗 차이다’는 아주 작은 차이를 의미한다. 끗발처럼 ‘발’이 붙어 요즘 자주 쓰이는 화장발,사진발,포샵발,조명발,깔창발 등은 각각 화장,사진,조명,깔창의 도움으로 더 예뻐 보이고 더 키가 커 보이게 된 것을 이르는 말이다. ‘발’이란 접미사를 붙여 키를 키우고 아름다운 외모를 강조하는 현대 사회를 나타내는 낱말을 만들어 냈다. 농촌의 노름판이 없어지니 ‘끗발’이란 말의 ‘발’이 ‘외모’를 강조하는 말이 되어 우리 사이에 스며들고 있다. 말은 시대를 타고 이렇게 시대를 나타내면서 흐른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草 浮
    印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