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바둑

浮萍草 2016. 3. 22. 10:20
    ‘바’는 나무, ‘둑’은 돌에서 유래
    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의 멋진 승부다. 알파고는 그리스 첫째 글자 ‘α(알파)’와 바둑 기(碁)의 일본 발음 ‘ご(고)’의 합성어다. 이세돌의 1승에 세계인이 기뻐하며 새삼 인공지능과 바둑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바둑은 나무나 돌 또는 조개껍데기 등으로 만들어 두었다. 그래서 바둑의 어원을 나무와 돌에서 찾는다. 우리말 바둑의 ‘바’는 나무, ‘둑’은 돌이다. 한자로 바둑을 뜻하는 棋(기)와 碁(기)에도 나무(木)와 돌(石)이 들어 있다. 바둑은 옛날 중국의 요(堯)임금 때 만들어졌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선놀음에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의 신선놀음이 곧 바둑이니 도교 사상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옛날 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산속 깊이 들어갔다가 동굴을 발견해 안으로 들어가니 두 노인이 바둑을 두고 있었다. 무심코 바둑 두는 것을 보다가 정신이 들어 집으로 돌아오려고 도끼 자루를 들었더니 썩어서 부스러졌다. 이상하게 여기며 어두워진 마을로 내려오니 마을의 모습이 변해 있었다. 길 가던 한 노인을 만나 자기 이름을 말하자 “그분은 저의 증조부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바둑을 둔 두 노인은 북두칠성과 남두육성이라는 신선이었다. 두 신선은 도교에서 사람의 수명을 관장하는데 바둑을 즐겁게 무심으로 구경한 나무꾼의 수명을 늘려 준 것이다. 바둑의 기원 이야기 가운데 ‘귤중지락(橘中之樂)’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좁은 곳에서도 즐거움을 가진다는 뜻으로 바둑의 즐거움을 일컫는다. 옛날 중국의 파공(巴)에 사는 농부의 귤농원에서 서리가 내린 뒤 귤을 다 거둬들이고 보니 서말(三斗)들이 동이만 한 큰 귤이 있었다. 이상하게 여겨 쪼개 보니 놀랍게도 그 속에는 두 노인이 마주 앉아 즐겁게 바둑을 두고 있었다. 두 노인은 눈썹과 수염은 희었지만 안색은 발그레하고 맑은 동안(童顔)이었다. 두 이야기에서 신선놀음인 바둑으로 시간을 잊고 즐겁게 지낸 사람은 동안으로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았다. 바둑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동안 유지의 비법이었던 것일까. 바둑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묘수가 많다. 그래서 지금도 바둑을 한번 두기 시작하면 먹는 것, 자는 것을 잊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우는 사람이 많다. 바둑에 무궁무진한 수가 있듯 우리의 삶도 사는 방법에 따라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삶을 나타내는 말 중에는 바둑에서 온 말이 많다. 일찍이 소동파(蘇東坡)는 ‘인간사란 그저 한 판의 바둑(世事棋一局)’이라고 했다. 정수,꼼수,헛수,악수,강수,묘수,무리수,초읽기,꽃놀이패 등만이 아니라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 제목인 미생(未生)과 그 상대가 되는 완생(完生)도 모두 바둑에서 비롯된 말이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草 浮
    印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