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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농암 이현보 (5)

浮萍草 2016. 1. 20. 12:01
    마음을 비우고 춤과 노래를 즐기다
    부가는 한글로 지어졌습니다. 
    1500년대 중반이니 한글이 아직 일반적으로 쓰이지 않을 때였지만 한글로 시를 지은 것은 누구나 읽고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의 고관대작이라면 당연히 한문으로 폼나게 짓는 것이 일반적인데 농암은 권위를 버렸던 것이죠. 
    그리고 정이품 벼슬을 했던 분이 어부처럼 직접 강에 배를 타고 나가 고기를 낚았고 흥이 나면 가사를 지어 노래를 불렀던 것이죠. 
    어부가는 고대 한글로 쓰인 것이므로 요즘 한글로 바꾸어진 것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배를 타고 낚시하는 그림. /정지천
    [제1수] 이 중에 근심이 없는 것은 어부의 삶이로다 한 척의 조각배를 넓은 바다에 띄워 두고서 인간세상을 다 잊었으니 세월 가는 줄 알겠는가? 여기서 '어부'는 자연 속에서 흥취를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늙은 가짜 어부,바로 그 자신을 말하는 것이죠. [제2수] 굽어보니 천 길 푸른 물, 돌아보니 겹겹 푸른 산 열 길 붉은 먼지 세상에 얼마나 가렸는고 강호에 달 밝아 오니 더욱 한가롭구나. 이것을 보면 아직 속세의 일을 완전히 잊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세상일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으니 그래서 더욱 더 말로써 세상일에 초탈해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제3수] 푸른 연잎에 밥을 싸고 버들가지에 물고기 꿰어 갈대와 억새가 우거진 곳에 배 대어 묶어 두니 이처럼 맑은 뜻을 어느 분이 아시겠는가? [제4수] 산등성이에 구름이 한가롭게 피어나고 물 가운데에 갈매기가 나는구나. 아무런 욕심 없이 다정한 것이 이 두 가지뿐이로세.
    평생에 시름 잊고 너를 좇아 놀리라. [제5수] 한양을 돌아보니 북쪽의 궁궐이 천리로다. 고깃배에 누워있은들 잊은 적이 있으랴. 두어라, 내가 걱정할 일 아니라. 세상 구할 현인이 없으랴.
    작은 배를 타고 있는 어부. /정지천
    ㆍ어부가의 가사는 신선의 경지
    어부가의 발문(跋文)을 퇴계가 썼는데,거기에 신선이란 말이 빠지지 않고 나옵니다. ‘ 우리 농암 선생은 벼슬을 버리고 분수가로 염퇴했다. 항상 조각배를 타고 물안개 낀 강 위에서 읊조리거나 낚시바위 위를 배회하며 물새와 고기를 벗하여 망기지락(忘機知樂)했으니.강호지락(江湖之樂)의 진(眞)을 터득한 것 이다. 그 아름다움이 신선과 같았으니 아, 선생은 이미 진락(眞樂)을 얻었도다!’ 농암은 벼슬자리에서 은퇴한 뒤에 글을 많이 썼는데 38세 이후에 남긴 120여 편의 글 중에서 90여 편이 은퇴 후에 쓴 글이라고 합니다. 자연 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며 자유롭게 지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농암은 양반,상민을 가리지 않았고 빈부를 차별하지 않았으며 시골의 노인들과 잘 어울렸으며 그들의 삶을 마음깊이 존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농암에게선 유학자가 아니라 예술가, 신선의 풍모가 느껴진다는 것이죠. ㆍ농암 집안에도 내려온 노래와 춤
    농암의 집안에도 노래와 춤이 상시로 있었다고 합니다. 노래에는 춤이 따랐고 춤엔 술이 따랐습니다.
    선비라서 도학군자인양 하며 근엄하게 지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류를 즐길 줄 알았기에 벗들과 만나 흥겹게 지냈던 것이죠. 손님이 오면 강에 배를 띄우고 노래했고 철쭉꽃이 피면 벗들이 모여 시를 짓고 강물 위에 잔을 띄워 유상곡수(流觴曲水)를 했다고 합니다. 유상곡수는 강 위쪽에 앉은 이가 흘러가는 물에 술잔을 띄우면 아래쪽에 낮은 사람이 받아서 마시는 놀이입니다. 농암과 퇴계도 자주 유상곡수를 하며 놀았다고 하지요. 주위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지내는 것도 장수비결에 들어갑니다. 퇴계가 농암의 삶을 보고 ‘진락(眞樂)’을 얻었다고 한 것도 일상적인 노래와 춤, 여유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어머니 권씨 부인은 농암이 승지 벼슬로 승진한 것을 축하하기 위해 한글로 시를 지어 계집종으로 하여금 노래를 부르게 하였습니다. 그 노래가 바로 선반가(宣飯歌)입니다. 이 쯤 되면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는 분위기가 확실하지 않나요?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kyjjc1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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