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진영에 깃든 선사의 삶과 사상

42 설송연초(雪松演初)

浮萍草 2016. 1. 16. 10:49
    한 줄기 맑은 바람’ 본래 면목
    
    視之有色 聽之無聲  “보는 모양은 있으나 듣는 소리가 없다.
    聲色有無 是什道理?  듣고 보고 있고 없음이 무슨 도리인가
    荷衣杖錫晏然夕坐?  풀 옷에 지팡이 짚고 늦도록 우두커니 앉아 있으면 
    泯視聽於聲色 絶聲色於有無 ? 소리와 모양을 보고 듣는데 빠짐과 있고 없음의 소리도 모습도 끊어짐이
    只這是一片淸風 本地面目?  단지 한 줄기 맑은 바람으로 본래 면목이라
    九品蓮 自家園還會?  구품연화의 꽃밭이 우리 집 정원이니 도리어 알겠는가?
    這箇是無影月之圓缺 不響山之高低  저 그림자 없는 달이 차고 이지러지면서 불향산에 뜨고 진다.”
    문사에 모셔진 설송연초(雪松演初, 1676~1750) 선사 진영에 실린 해담치익(海曇致益, 1862~1942)스님의 영찬이다. 설송스님은 사명유정과 편양언기로 양분됐던 서산휴정의 교파(敎派)와 선파(禪派)를 합일해 조선후기 불교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운문사는 설송스님의 출가사찰이자 스승인 명암석제(銘巖釋霽)의 승탑과 탑이 모셔지고 또한 설송스님의 승탑과 비가 세워진 곳이다. 진영도 함께 모셔졌으나 세월이 흘러 낡게 되자 운문사에서는 20세기 전반에 진영을 새로 조성했다. 진영이 제작되면서 영찬 역시 새로 지어졌다. 찬자인 해담스님은 근세에 율사이자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다. 스님은 통도사 춘담(春潭)스님에게 출가해 용호해주(龍虎海珠)스님을 찾아 경전을 배우고 고운사 수월음관(水月音觀)스님에 선(禪)을 전수받았다. 법맥상 정관일선(靜觀一禪, 1533~1608)의 후손이지만 자신을 춘담 문인이라 칭할 정도 뿌리를 다르게 인식했다. 설송스님 영찬에 ‘문하이손(門下耳孫)’이라 밝힌 점으로 보아 춘담스님은 설송 문손으로 추정된다. 해담스님은 통도사 강주(講主)와 취운암 조실(祖室)로 있으면서 사찰의 크고 작은 불사에 증명으로 참여했다. 통도사는 운문사에 이어 승탑과 탑비, 진영이 모셔진 곳으로 해담스님은 출가 직후부터 설송스님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또한 운문사, 범어사, 석남사 등 설송스님의 자취가 깃든 사찰에서 활동하면서 존숭의 마음이 깊어졌을 것이다. 이런 마음은 속세에서 성색(聲色) 유무를 벗어나 한줄기 맑은 기운을 일으킨 설송스님을 기리는 찬문으로 표현됐으며 이후 스님의 문집인 <증곡집(曾谷集)> (1934년 간행)에 수록됐다.
    Vol 3169       
    해제ㆍ설명= 정안스님 불교문화재연구소장 / 이용윤 불교문화재연구소 불교미술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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