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양탕국 (커피)

浮萍草 2015. 12. 23. 23:03
    피는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즐겨 마시는 음료다. 9세기에 에티오피아 동북부 지역에서 기운을 북돋우는 효과로 처음 발견된 커피는 이후 아랍 지역을 거쳐 무슬림 세계에서 인도,이탈리아를 거쳐서 17세기에 유럽 전 지역으로, 인도네시아, 미주 대륙으로 전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884년 3월 27일자 한성순보(漢城旬報)에서 커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당시 한성순보에는“이태리 정부에서 시험 삼아 차와 커피를 시칠리아 섬에 심어 아주 번식하게 되었으므로 정부에서는 이것을 국민들에게 많이 재배하게 해서 국산 증식을 도모했다고 한다”라고 적혀있다. 또 이보다 11년 후인 우리나라 최초의 미국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의 서유견문록에 “우리가 숭늉을 마시듯 서양 사람들은 커피를 마신다”고 소개한다. 우리나라에 커피가 처음 들어왔을 때 당시의 사람들은 이상한 서양의 탕국 같다 하여 ‘양탕국’이라 불렀다.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황제가 러시아 공사관 생활을 하면서 커피를 처음 접하고 궁으로 돌아온 후 ‘덕수궁 정관헌’에서 커피를 즐겨 마실 정도로 커피 애호가가 되었다고 한다. 고종황제가 마신 커피는 원두커피 열매를 건조해서 으깬 다음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 형태로 오늘날 드립 커피의 전단계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는 1919년 이후 명동, 충무로, 종로 등지에 다방이 생기며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음료가 됐다. 그리고 1950년 6·25전쟁 이후 미군 주둔을 통하여 인스턴트 커피가 시중에 보급됐다.
    최근에는 커피메이커나 반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등으로 원두에서 추출한 커피를 마시는 전문점이 증가하면서 커피에 대한 외형성장뿐만 아니라 커피의 기호도 다양 하게 변화하고 있다. 한 언론사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커피 섭취에 대하여 조사한 결과, 평소에 커피를 마신다는 사람이 95%나 됐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하여 제일 많은 대답은 ‘습관적’,그 다음이 ‘맛’, 세 번째가 ‘각성효과’ 때문이라고 답했다. ‘신맛, 쓴맛, 단맛’이 오묘하게 어우러진 커피의 효능이 최근 새롭게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포항공대 연구팀은 커피의 향을 유발하는 화합물인 ‘멜라노이딘’을 활용한 항암치료 기술을 얼마 전 개발해 발표했다. 아미노산과 당의 마이야르(Maillard)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멜라노이딘은 식품 가공이나 저장 과정에서 생겨나는 물질로 항산화작용이나 암 예방물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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