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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식해

浮萍草 2015. 12. 16. 17:47
    사를 지내고 나서 남은 생선포를 활용해 만들어 먹던 포식해는 강원 강릉의 유서 깊은 창녕 조씨 가문 종부를 통해 대물림으로 전해져 온 별미음식이다. 좁쌀밥을 지어 넣던 일반 생선식해와 달리 창녕 조씨 종가의 포식해는 찹쌀고두밥을 지어 넣는다. 9대 종부인 최영간 씨의 포식해 만드는 법을 살펴보자. 우선 제사에 쓰고 나온 명태포나 마른오징어 같은 포를 물에 촉촉하게 적셔 둔다. 충분히 적신 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이어 찹쌀고두밥에 포와 함께 잘게 썬 무,밥공기 하나 정도의 엿기름,고춧가루 등을 넣은 후 으깬 마늘과 소금을 넣고 잘 버무려 작은 단지에 담아 2주일 정도 삭힌다. 포식해는 수시로 조금씩 만들어 갈고단지(작고 예쁜 단지를 말함)에 넣어 두고 먹는다. 잘 삭힌 포식해는 부드럽고 맵지 않으며 은은한 맛을 낸다. 포식해를 만들 때에 넣는 생선포,무,찹쌀밥과 엿기름은 소화가 잘돼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좋은 음식 이다. 경상도에서는 북어, 조기 등으로 만든 포식해를 마른고기식해라 하여 진주를 중심으로 합천,산청,함안, 의령,창녕 등지의 반가에서 만들어 먹는다. 창녕에서는 붉은 고춧가루가 ‘이사할 때 악귀를 쫓는다’는 유래가 있어 이사할 때는 꼭 고춧가루가 들어간 북어식해를 만들어 먹는다고 한다.
    창녕 조씨 명숙공 종가댁은 강원도가 지정한 전통한옥으로 2007년 농촌진흥청의 향토음식자원화사업에 의해‘서지초가뜰’로 지정받은 후 종갓집 음식 상차림을 재현하고 있다. 서지초가뜰의 주메뉴로는 모내기할 때 일하는 마을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못밥’과 한 등급 높은 상차림으로 모내기가 끝난 후 일을 도와준 마을 사람들을 위한 잔칫 상을 재현한 ‘질상’이 있다. 질상에는 팥밥과 제철나물 반찬,다양한 전과 장아찌,김치,떡,떡볶이,두부조림,감자조림,미역국,잡채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질상 차림 음식에도 명태포로 만든 포식해가 포함돼 있다. 명태포식해는 새콤하거나 짠맛보다는 고춧가루가 들어가 약간 매콤하면서 감칠맛이 뛰어나 밥과 비벼 먹으면 절묘한 맛을 낸다. 사위의 첫 생일상에도 포식해가 빠지지 않는다. 강릉 선교장에서는 제사 후 남은 마른오징어로 마른오징어포식해를 만든다. 마른오징어포식해는 오징어로 유명한 주문진에 가면 있고 속초 중앙시장에서는 명태포식해도 팔고 있다.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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