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연반계 술국

浮萍草 2015. 12. 2. 20:24
    장 담그는 날은 가까운 친지나 이웃 간에 김장날이 서로 중복되지 않도록 의논해 품앗이를 했다. 품앗이는 우리나라 농촌지역의 협동노동과 가족 및 이웃과의 두터운 친분이 담겨 있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생활문화다. 연반계술국도 일종의 품앗이에서 나온 전통 식문화 중 하나다. 예전에 반가의 전통밥상은 1인상으로 웃어른이 먼저 식사를 드시고 나서 아랫사람에게 물림상으로 주었다. 그런데 반가의 식생활이라고 해서 풍족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른이 일부러 ‘입맛이 없다’고 하시면서 음식을 남겨 아랫사람에게 물려주었던 것도 배려와 인정이 담긴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문화다. 조선 후기 이래 상례를 주관해온 자치 조직인 연반계(延燔契)가 있다. 충남 공주시 봉현리에서는 초상이 나면 임종부터 출상까지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초상집을 돕는 연반계를 구성해 운영했다. 연반계를 풀어 보면 농촌에서 쌀이 귀한 때에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돕기 위해 ‘자기 먹을 식량을 반이라도 가져가 도와준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마을 사람들이 쌀을 한 되씩 모아 연반계쌀이라 해서 초상집에 가져갔다. 공주시 김혜식 새이학가든(공주국밥) 대표로부터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실제로는 ‘부조’라 하여 형편에 따라 쌀뿐만 아니라 좁쌀,달걀,명태,고기 등을 초상집에 보내 상례를 치르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러면 초상집에서는 문상객들에게 연반계술국을 끓여 대접했다.
    연반계술국은 먼저 좁쌀을 물에 불려 맷돌에 곱게 갈아 놓는다. 다시마와 북어를 넣고 푹 끓이다 국물이 우러나면 북어와 다시마를 건져낸 뒤 소금,간장으로 간을 해 서서히 끓이다가 갈아 놓은 좁쌀을 넣고 약한 불에 끓이면서 두부를 넣는다. 이렇게 끓인 연반계술국은 밥 대신에 먹을 수 있고 따로 술안주를 마련하지 않아도 막걸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된다. 다른 방법으로는 좁쌀을 갈아 물에 담갔다가 거른 물을 넣고 좀 더 맑게 끓이는데 이는 연푸국이라고 한다. 연반계술국은 좁쌀로만 끓이는 것이 아니고 형편에 따라 연반계에서 보내온 쌀,좁쌀,명태,달걀,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 등으로 술국을 끓여 문상객에게 대접했다. 지금은 이러한 풍습이 거의 사라져 보기 힘들다. 한 해의 끝자락으로 가는 초겨울에 누군가와 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고 베풀며 배려하는 인정이 넘치는 우리의 아름다운 음식문화를 생각해 본다.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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