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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주

浮萍草 2015. 11. 25. 20:09
    리나라 포도주는 고려,조선시대의 여러 기록에 나와 있다. 고려사에 의하면 충렬왕 28년(1302년) 2월에“원나라 황제가 왕에게 포도주를 선물로 보내주었다”고 했고, 충렬왕 34년에는“중찬 최유엄이 원나라에서 돌아왔는데 황제가 왕에게 포도주를 보냈다”라고 해 포도주가 원나라로부터 고려왕실로 들어온 것이라고 본다. 조선시대의 기록으로 효종 4년(1653년)에 네덜란드인 하멜 일행이 폭풍을 만나 제주도에 상륙하여 14년 억류생활을 했던 기록물인 ‘하멜 표류기’에 조선에 처음 등장한‘클라레’포도주 이야기가 있다. ‘클라레’는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서 생산되는,로제 와인 톤의 엷은 빛이 나는 와인으로 우리나라에 상륙한 최초의 유럽 포도주다. 하멜 일행은 ‘클라레’ 포도주를 제주도의 관리에게 상납했다고 한다. 포도주 제조법에 대하여는 조선시대 동의보감에 “익은 포도를 비벼서 낸 즙을 찹쌀밥과 흰누룩에 섞어 빚으면 저절로 술이 된다. 맛도 매우 좋고 산포도도 괜찮다”라고 했다. 조선 후기에 저술된 양주방(釀酒方)에는“익은 포도를 짜서 즙을 내 두꺼운 그릇에 담고,찹쌀을 깨끗이 씻고 또 씻어 묽게 쪄,좋은 누룩가루를 섞어 포도즙까지 한데 빚으면 자연히 술이 되어 빛과 맛이 좋다. 산포도로도 하고, 빚는 법과 분량은 보아가며 뜻대로 하라. 술밑을 하려면 찹쌀로 빚는 술에 첫날이나 이틀째에 포도즙을 섞어 빚되, 물을 한 되쯤 덜어라”라고 기록돼 있다. 이 포도주에 대한 고사(故事)가 있다.
    중국 한(漢)나라 서안에 맹타(孟他)라는 호족이 질이 좋은 포도주를 한 말을 빚어 환관에게 보내어 본토에서 서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양주자사(凉州刺史) 벼슬을 얻어서 후에 그 지역의 포도주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는 이야기다. 조선시대의 포도주 제조법이 서구식 포도주 제조법과는 매우 다르다. 누룩과 곡물지에밥과 포도즙 또는 포도가루를 함께 넣어 발효시켰다. 또 예전의 포도주 빚기에는 우리나라에서 나는 산머루를 이용했을 것이라고 한다. 포도주가 건강식품이라는 인식과 함께 우리나라의 포도주 소비율이 날로 증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포도주 제조도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곡물을 넣어 발효시키는 전통적인 포도주 제조법에 대한 관심은 아직 미미하다. 이에 대한 우리 고유의 포도주 제조법을 살리고 서구식 포도주와 차별화된 맛과 건강을 찾는 한국포도주 생산을 기대해본다.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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