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국과수의 범죄학개론

6 범죄 해결사 ‘거짓말 탐지기’

浮萍草 2015. 12. 11. 12:06
    속일수 없는 ‘몸의 증언’… 뇌파·심박 요동치자…
    知人 2억 돈다발 훔친 여성 일상적 질문에선 맥박 평온 사건 관련 질문땐 격한 반응 否認 못하고 “내가 맞다” 시인
    포대자루 여성屍身 유기 사건 1번 ~ 7번까지 자루 보여주니 현장서 발견된 5번에만 반응 범인 아닐 가능성 ‘1/710’ 확률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김희송
    (오른쪽) 법심리과장이 지난 11월 17일 한 참고인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하며 진술을 분석
    하고 있다.신창섭 기자 bluesky@
    초생활보장 수급자인 채모(여·43) 씨는 10년 동안 악착같이 돈을 모아 무려 2억여 원을 마련했다. 남편과 이혼한 뒤 받은 위자료와 홀로 식당·옷 수선집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차곡차곡 저축한 돈이었다. 채 씨는 번듯한 가게를 하나 내기 위해 가진 돈으로 사채놀이를 하며 독하게 재산을 불렸다. 채 씨는 자신의 재산이 드러나면 정부 보조금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에 돈을 은행계좌에 넣지 않고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고스란히 집안 김치냉장고 속에 보관해왔다. 그런데 지난 9월 23일, 지방에 내려가느라 일주일간 집을 비우고 돌아온 날 10년 동안 냉장고 속에 보관해 둔 2억400만 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 친자매 같았던 고향 동생 = 채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이 현장을 둘러봐도 집안에는 누군가가 강제로 침입한 흔적이 없었다. 돈이 김치냉장고에 있는 사실을 아는 누군가 문을 열고 제집처럼 들어와 돈만 가지고 빠르게 빠져나간 것 으로 보였다. 채 씨가 왕래를 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2년 전 알게 된 같은 고향 출신 김모(여·41) 씨로,비슷한 나이에 둘 다 혈혈단신으로 살고 있어 서로를 의지 하며 친자매처럼 지냈다. 얼마 전부터는 김 씨가 운영하는 스포츠마사지업소에서 채 씨가 종업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김 씨를 의심한 경찰이 사건 당일의 CCTV를 확인했지만,채 씨의 집에서 돈다발을 들고 빠져나간 사람은 채 씨가 전혀 알지 못하는 한 중년 남성이었다. 그러나 김 씨가 범인이란 의심을 떨칠 수 없었던 경찰은 10월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김 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의뢰했다. 김 씨는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기 직전까지도“언니와 나는 믿고 의지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다”며 “돈을 가져간 범인을 빨리 찾아야 할 텐데…”라며 채 씨와의 우정을 과시했다. 그러나 막상 거짓말탐지기에 앉아 조사가 시작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 거짓말, 그리고 도주 = 김 씨는 일상적인 질문에 대답할 때와 달리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시작하자 뇌파와 맥박,심박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김 씨의 몸이 스스로 진술이 거짓이란 걸 증명하고 있었다. “2억 원의 현금을 가져갔습니까”“채 씨 집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습니까”“현금이 들어있는 곳을 알고 있었습니까” 등 모든 질문에 김 씨의 대답은“아니오”였지만,김 씨의 심박수는 조사가 진행될수록 더욱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누군가에게 김 씨의 집에 들어가 돈을 훔쳐오라고 시킨 적이 있습니까”에서 김 씨는 이에 대한 진술을 거부했고 그날 밤 채 씨에게 “내가 돈을 가져갔다, 미안하다”는 문자를 남긴 채 도주해버렸다. 경찰은 이에 따라 김 씨가 CCTV 속 남성에게 돈을 훔쳐오도록 사주한 것으로 보고 도주 한 달 만인 지난 11월 27일 김 씨를 검거했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언니인 채 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업소에 취직한 뒤에도 잔소리를 이어가고,돈도 더 많은 것에 불만이 생긴 김 씨는 채 씨의 집에 방문할 때 몰래 봐둔 비밀 번호를 적어놓고 열쇠까지 복사해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이후 가게 손님으로 알게 된 절도전과 2범의 남성에게 비밀번호와 열쇠를 건네 돈을 훔치게 한 뒤 1억 원씩 나눠 가진 것이었다. 완전범죄가 될 수 있었던 범행은 거짓말탐지기 앞에서 진실에 반응했던 채 씨 스스로에 의해 덜미를 잡혔다. ◇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 = 범죄수사에 쓰이는 거짓말탐지기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범인이 진술을 하자마자 ‘거짓’혹은‘진실’로 구분해 결과를 도출해주는 기계가 아니다. 실제로 탐지기는 진술자의 심장박동,호흡,맥박,피부온도 등의 변화를 질문과 답변에 따라 종합적으로 측정하며,이후 전문가들이 이 반응 수치를 개인의 평균치와 비교해 분석·판가름한다. 거짓말탐지기 조사가 직접 증거보다는 자백을 받아내기 위한 수사 방법으로 많이 쓰이면서,흔히 정확도가 낮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통계적으로도 확인 가능하다. 지난해 6월 강원 횡성에서 40대 여성의 시신이 포대자루에 담겨 버려진 사건이 발생해 거짓말탐지기가 동원된 적이 있었다. 국과수 법심리과는 당시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던 용의자 김모(55) 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진행하며,김 씨에게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포대자루를 포함해 총 7종류의 자루를 보여줬다. 이어 1번부터 7번까지 번호를 매겨 “O번 자루를 사용했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 뒤 김 씨의 반응을 살폈다. 김 씨는 7번의 질문에 동일하게 “아니오”라고 대답했지만,정확하게 범행현장에서 나온 5번 포대자루에 대해 답변을 할 때만 심박수와 호흡 등이 거짓말탐지기에 격하게 반응했다. 시신유기에 사용된 포대자루가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반응하는 김 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은 7분의 1로 줄어들었다. 국과수는 이 같은 7개의 질문을 한 세트로 총 10번 반복 측정했고,김 씨가 똑같이 5번 포대자루에서만 거짓말탐지기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김희송 국과수 법심리과장은“이로써 김 씨가 범인이 아닐 가능성은 1/710 이라고 결론 낼 수 있었다”며“김 씨가 범인임이 통계적으로 확실해진 순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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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 되살려내는 ‘法최면’… 범죄현장 정확히 재현
    “왜곡되거나 사라진 기억들 특징적 반응 찾아 바로잡아” 짓말탐지기 수사와 함께 최근 법심리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는 것이 바로 ‘법최면’이다. 최면을 통해 사건 당시의 정확하지 않은 목격자·피해자·가해자의 기억을 되살리거나 바로잡아 주는 수사기법이다. 2012년 8월 몸살로 인해 학교에서 조퇴한 뒤 집으로 가던 여고생 A 양은 후미진 골목길에서 낯선 남성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했다. A 양은 범인을 잡기 위해 남성을 뒤쫓아 갔지만, 인근에 주차돼 있던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남성을 약 10m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코앞에서 차량을 목격한 A 양은 차량의 번호와 색상,종류를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었고,이를 바탕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양의 진술을 바탕으로‘12모3456(가상의 차량번호)인 검은색 레조 차량’을 추적했지만,해당 번호를 가진 차량은 전혀 조회되지 않았다. 번호판이 위조됐을 수도 있었지만, A 양의 기억이 잘못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과에 A 양에 대한 법최면을 의뢰했다. 최면에 빠져 사건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 A 양은 범인이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장면에서 심상을 멈춘 채 다시 차량번호를 보았다. A 양은 한 자리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처음의 ‘12모3456’이 아닌 ‘12모3X46’으로 번호를 수정했다. 이제 A 양이 기억하지 못한 5번째 자리의 숫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국과수는 뇌파측정을 통해 A 양에게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불러주며 반응이 있는지 확인했고, 숫자 8에서 반복적으로 특징적인 반응이 나왔다. 국과수는 ‘12모3846’의 번호로 경찰에 차량 조회를 요청했다. 다행히도 12모3846의 번호를 가진 차량이 존재했고,경찰은 차주인 남성을 찾아가 범행을 자백받았다. 함근수 국과수 법심리과 범죄분석실장은“코앞에서 목격한 장면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면 잘못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며“이렇게 왜곡되거나 사라진 기억을 법최면을 통해 되살리면서 수사의 방향을 바로잡거나 수사망을 좁혀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다영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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