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술과 건강 이야기

1 우울한 주부의 고독주(酒)...알코올 중독자 되기 쉽다

浮萍草 2015. 10. 15. 09:30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술 한 잔 하자”, “우울한데 술 한 잔 할까?”
    평소 이런 말을 들어본 분들이 많이 계실 텐데요. 그만큼 누구나 괴롭고 힘들면 술 생각이 많이 나지요. 
    우리 일상생활에서 술이 주는 위로가 많습니다. 
    살면서 괴로움이나 힘겨움, 슬픔 등을 술로 풀려고 하는 것이죠. 
    감당하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풀거나 우울함을 피하기 위해 술이 시작됩니다.
    살림을 도맡아 하는 주부들은 남편과 아이를 위해 희생한 뒤 찾아오는 ‘빈 둥지 증후군’을 겪게 됩니다. 
    상대적 박탈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쉬운 환경에서 고부갈등과 같은 가정 문제에 부딪칠 경우 직접적으로 호소할 곳이 없어 집에서 혼자 몰래 음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일로 본원에 입원한 40대 후반의 여성 환자분이 있습니다.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 것은 2년 전쯤입니다. 
    남편이 출장을 가고 딸아이는 방학을 맞아 외가에 간 사이, 오랜만에 친구들이 이 분의 집으로 술과 안줏거리를 들고 찾아왔다고 합니다. 밤이 깊어가고 취기가 
    오르자 어느새 친구들의 신세 한탄 자리가 되어갔습니다. 
    분위기에 취한 탓인지 이 분은 친구들이 권하는 술을 계속 받아 마셨고, 나중엔 그동안 시부모님과 겪었던 갈등이 떠올라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날 이후, 장을 볼 때마다 소주를 한 병씩 사들고 돌아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음주가 시작되었지요. 
    밤마다 남편과 딸이 잠들 무렵이면 혼자 불 꺼진 식탁에 앉아 한두 잔씩 마셨습니다. 술이 주는 안정감,취기가 주는 감정이 큰 위로가 되었고 술의 양은 점점 늘어
    갔습니다. 
    나중에는 아침에 남편과 딸이 나가고 나면 부엌에 숨겨놓은 소주병을 꺼내 들었고, 술에 취해 정신을 놓고 지내는 날도 많았습니다.
    이처럼 ‘부엌에서 혼자 술 마시는 여성 음주자’를 뜻하는 ‘키친 드링커(kitchen drinker)’ 대부분이 심각한 우울과 외로움을 호소합니다. 본원에 알코올 의존증으로 입원한 상당수의 여성 환자들도 우울증세를 호소합니다. 술로 우울한 마음을 달래려고 습관적으로 한두 잔씩 마신 술이 그만 알코올 의존증에 이르게 된 것이지요. 우울한 기분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지만, 술로 인한 일시적인 기분 상승효과가 사라지면 더 우울해지기 때문에 술을 다시 찾게 되는 악순환이 알코올 의존증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 있습니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2008~2013년 알코올성 정신장애로 인한 건강보험 지급자료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연령별 진료인원은 40대 여성이 10만명당 90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40대 여성에서 알코올성 정신장애가 많이 나타나는 것은 폐경과 함께 급격한 호르몬 변화가 나타나고 중년기로 넘어가면서 노화현상으로 신체적·정서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과 같은 기분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으며 이때 혼자서 술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 정신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초기 우울증의 원인은 남편과의 불화, 시댁과의 관계,자녀 교육 지도 등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관계에서 비롯 됩니다.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그것을 해소할 방법이 없는 주부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것입니다. 우울증으로 인한 외롭고 서글픈 감정들을 달래기 위해 정신과를 찾기보다는 술을 먼저 찾는데서 주부 알코올 의존도가 급증합니다. 부부 문제나 시댁문제 등 자신을 둘러싼 스트레스 때문에 술에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체내에서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떨어지면 우울증을 일으키는 중요한 원인이 됩니다. 의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세로토닌 수치가 낮아 우울증에 잘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폐경에 따른 갱년기 등 다양한 증상을 겪으며 우울증 증세를 경험하게 되는데,이 시기를 술로 해결하는 이른바 ‘키친 드링커’가 느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여성은 신체 구조에서도 남성에 비해 알코올에 취약합니다. 여성은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체지방 비율이 높고 체내 수분 비율이 낮습니다. 알코올 흡수가 잘되는 지방이 많아 음주 후에는 알코올이 혈액에 더 많이 남게 됩니다. 때문에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상대적으로 여성의 혈중 알코올 농도가 남성에 비해서 더 높게 나타납니다.
    여성은 알코올을 처리하는 분해 효소도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쉽게 취하고 해독은 더딥니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과음을 하는 여성의 경우 알코올 의존증에 남성보다 빨리 노출될 수 있습니다. 주부의 음주 문제는 결국 가정의 문제로 귀결되고 자녀 양육과 연결이 됩니다. 한 가정의 주춧돌인 어머니가 흔들리면 가정 전체가 흔들리고 아이들도 정서적 안정을 찾기 힘듭니다. 폐경 후 불안, 우울증 등 기분의 변화나 고독감 같은 심리적 증상이 올 경우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특히 중년 주부는 외로움이나 소외감 때문에 음주를 계속하게 되므로 습관성 음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본인의 병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합니다. 본원에 입원했던 한 여성 환자도 여성 특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태도가 바뀌고, 신체의 건강이 회복되면서 알코올 없이는 살 수 없었던 삶 자체가 바뀌었다고 합니다. 부부치료, 가족과의 대화, 문제해결능력 학습 등을 통해 술에 의존하지 않고 걱정되거나 힘든 부분에 대한 대화를 통해 다시금 원만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알코올에 의지하지 않고 알코올을 통해 바라봤던 인생이 새롭게 바뀐 것입니다. 다시 그들이 가족 안에서 행복한 어머니로, 아내로서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가족의 관심과 배려가 중요합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whanta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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