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김치와 김장문화

浮萍草 2015. 11. 18. 17:24
    해도 어김없이 김장철이 왔다. 우리의 식생활에서 김장 김치는 중요한 겨울양식이다. 김치의 영양성분과 효능은 유명하다. 비타민 A, C와 칼슘,인,철 등의 무기질과 식이섬유가 많고 풍부한 유산균이 정장작용과 항암작용을 한다. 김장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문화다. 조선 시대의 동국세시기에 보면 ‘봄의 장 담그기와 겨울의 김장 담그기는 가정의 중요한 일 년 계획’이라고 돼있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아들이자 조선 후기 문인인 정학유의 농가월령가 시월령에는
          “…무우 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냇물에 정히 씻어 염담(鹽淡)을 맞게 하소 고추 마늘 생강 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에 중도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假家)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라는 내용도 나온다. 2013년 12월에 한국의 ‘김장문화(Kimjang·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등재가 확정됨으로써, 국제적 공인을 받았다.
    평가서를 보면 음식예절과 조리법을 포함한 요리를 둘러싼 ‘문화’가 등재 대상임이 강조되었고 김장이 한국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예전에는 초겨울 김장철이면 “김장했어요?”, “김장 언제 해요?”,“그 날 갈까요?” 등 인사말을 많이 했다. 김장은 그처럼 우리의 중요한 품앗이 문화의 하나였다. 실제로 김장하는 날은 집에 식구들이 북적거리고,돼지고기를 푹 삶아 썰고 갓 버무린 배추김치,양념 넣은 배추속대와 밥으로 식사를 했다. 얼큰한 생태탕도 끓여서 같이 먹었다. 아이들은 식구도 많고 먹을 것도 많아서 무조건 좋아했다. 필자 역시 김장 날은 학교 끝나면 집에 일찍 돌아와 배추 절이고 절인 배추 씻기 등의 집안의 김장일 돕기에 앞장섰다. 세월의 변화와 함께 우리가 사는 생활환경의 변화로 먹는 음식도 다양해지고 입맛도 달라지고 식구도 줄어서 김장 문화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등장으로 김장의 자연저장고 역할을 하던 김장독을 볼 수 없게 됐고 김장하는 양도 줄고 김장을 안 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 그러나 김장은 이웃 간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고 그들 사이에 연대감과 정체성,소속감을 증대시켜 주는 우리의 오래된 자랑스러운 문화다. 삭막한 풍경의 도심 아파트에도 김장의 품앗이 문화가 자리 잡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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