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아욱국

浮萍草 2015. 11. 12. 10:13
    을 아욱국은 문 닫아걸고 먹는다’‘가을 아욱국은 사위만 준다’는 옛말이 있다. 가을 아욱국의 맛과 영양이 특별하여 나온 말이다. 아욱국은 멸치국물에 된장,고추장을 풀고 박박 주물러 씻은 아욱을 넣어 끓이는 구수한 토장국으로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난다. 아욱은 연한 줄기와 잎으로 국을 끓이는데 억센 것은 주물러 치대서 풋내를 빼고 끓여야 제맛이 난다. 옛날 중국에서는 아욱을 부추,달래,아욱,파,콩잎 등의 오채(五彩) 중에서 으뜸이라 하였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시경’에는 채소류 중에서 아욱을 가장 좋아하여 아욱밭을 차지하기 위해 전쟁이 일어났다는 기록도 있다. 고려시대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의 ‘가포육영(家圃六詠)’에서 권세 다툼에서 벗어나 홀로 수양하는 모습을 아욱 으로 비유했다. 가을 아욱의 맛과 영양이 특히 산모에게 더욱 좋다 하여 아욱국은 미역국 대용으로도 쓰였다. 그래서 정자를 헐고 아욱을 심는다고 해 ‘파루초(破樓草)’라고도 부른다. 아욱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다산 정약용의 제자로 학자가 된 황상(1788∼1870)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산을 개간하여 곡식,약초,꽃과 나무를 심고 누에를 키우며 청빈한 생활을 하였다. 어느 날 스승 다산 정약용과 추사 김정희가 황상의 거처를 방문하자 그는 평소에 먹던‘조밥에 아욱국’을 아침밥 으로 차려냈다.
    정약용은 이에 대한 답례로 ‘집앞 남새밭의 이슬 젖은 아욱을 아침에 꺾고…’ 라는 시를 남겼다. 추사는 ‘이슬 젖은 아욱과 노란 조’를 길러내 ‘노규황량사(露葵黃梁社)’라는 제액을 써주었다. 이 제액은 가난하지만 고귀한 선비의 표상이 되었다. 아욱국을 끓이기 위해선 줄기를 윗부분에서 꺾어 얇은 껍질을 우선 벗겨야 한다. 연한 것이 맛이 좋으므로 연한 것은 그대로 쓰고 줄기를 꺾으면서 잡아당겨 투명한 실 같은 심을 벗겨 낸다. 손질한 아욱을 바가지에 넣어 꼭꼭 주물러 으깨어 풋내를 가시게 한 다음 찬물에 헹궈 적당한 크기로 찢는다. ‘증보산림경제’에 “아욱에 마른 새우를 넣고 장에 끓인다”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보리새우를 넣는다. 보리새우는 수염과 발을 떼어 넣고 마른 팬에 기름 없이 볶는다. 냄비에 쌀뜨물과 된장,고추장을 넣어 한소끔 끓인다. 볶은 보리새우,아욱,다진 마늘, 생강즙을 넣고 아욱의 색이 변할 때까지 푹 끓인다. 멸치로 국물을 내면 담백한 맛이 난다. 들깻가루를 넣기도 한다. 칼칼한 맛을 내려면 마른 붉은 고추를 반으로 갈라 씨를 빼고 2㎝ 길이로 어슷하게 썰어 넣고 대파로 마무리하면 된다.
         김갑영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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