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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미얀마 대사, "박근혜 대통령과 동질감을 느껴…공중파는 한류가 점령"

浮萍草 2015. 11. 26. 10:38
    지난 17일 양곤의 집무실에서 이백순 주 미얀마 대사는 "지금까지 미얀마는 한국을 짝사랑해왔다고 비유할 수 있다"며 "이제 아웅산 수지의 미얀마는 세계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양곤(미얀마)=김형원 특파원
    얀마에서 53년만의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이번 선거의 윤곽이 드러나자마자 미·중은 앞다투어 아웅산 수지 여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우리와 미얀마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이백순(55) 주(駐)미얀마 대사는 지난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그간 미얀마는 한국만 바라보는 ‘짝사랑’같은 외교를 해왔다”면서도“수지 여사는 국제문제 전반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는 세계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사와의 일문일답. ―아웅산 수지 여사는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나. “아웅산 수지 여사와 몇 차례 만났는데 그때마다 한국에 대한 깊은 호감을 보였다. 특히 2013년 방한 당시 수지 여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장군의 딸이자 여성지도자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낀 것 같았다. 미얀마 입장에서 한국은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투자액 6위)로 중요한 교역국이다. 특히 테인 세인 대통령은 ‘한국은 롤모델’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수지 여사는 국제 사회 전반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우리와의 관계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개혁·개방 이후 한국과의 외교적 관계는 진전이 있나. “개혁·개방 이후의 미얀마는 한국을 짝사랑하는 관계로 비유할 수 있다.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한 테인 세인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다. 군인 출신으로 경제성장을 이룬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안다. 실제 테인 세인 대통령은 한국의 새마을 운동을 미얀마 농촌에 이식했다.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이 워낙 뜨겁다 보니 장관 각료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공부하고,회의석상에서 박 대통령의 어록을 인용할 정도라고 한다. ‘ 박정희 대통령이 이런 정책을 펼쳤습니다’라고 장관이 설득하면, 대통령의 마음이 기운다는 것이다.”
    아웅산 수지 여사는 2013년 방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당시 당선인)을 만났다. /조선일보DB
    ―수지 여사의 미얀마와 한국과의 향후 전망은? “수지 여사의 미얀마는 ‘일방적인 짝사랑’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나겠지만,그래도 현재의 친선우호 관계는 굳건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미얀마 국민들이 한국이란 나라 자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 미얀마 황금시간대 공중파 방송의 ‘주력상품’은 모두 한류(韓流) 드라마다. 미얀마 사람이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한국의 드라마,음식,음악(K-POP)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화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요즘에는 미얀마 부유층에서는 젊은 커플들의 성장기나 연애시절 사진·동영상을 하객에게 보여주는 결혼문화가 자리잡았는데 이는 한국 드라마에 나온 장면을 너도나도 따라 하면서 정착된 관행이다.” ―미얀마와 북한의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나. “예전 같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 서구권의 제재로 인해 미얀마가 교역할 수 있는 나라가 제한적이었다. 그 틈을 타서 북한이 미얀마와 무기거래를 텄다. 이후 북한 측이 미얀마 군부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얀마와 북한의 관계는 2011년 개혁개방 이후부터 소원해졌다. 특히 2012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하면서 미얀마 내에서 북한의 입지가 좁아졌다.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수지 여사가 집권하면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자연히 간극이 생길 것으로 본다. 미국도 미얀마에 '북한과의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주 미얀마 북한대사를 과거활동 등을 바탕으로 제재대상에 올렸다. ” ―한·미얀마가 협력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뭐가 필요한가. “미얀마는 ‘롤모델’ 한국에서 많은 투자와 기술지원을 기대하고 있고 한국 기업들도 개방된 미얀마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당장은 경제적 협력 증대가 기대된다. 이미 일본은 양곤 인근에 ‘틸라와 경제특구’를 조성,자국 기업들을 발 빠르게 유치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그간 정치적 위험요소로 인해 미얀마 투자를 망설여왔다. 더 늦어지면 중국과 일본에 밀릴 수 있다. 우리도 중소기업들이 밀집할 수 있는 산업단지 조성 등의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
           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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