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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는 미얀마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浮萍草 2015. 10. 24. 07:30
    2013년 6월 6일 미얀마 민주화 지도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지 여사가 미얀마 네피도
    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동아시아 지역포럼
    토론에 참석하고 있다.수지 여사는 이날 오는 2015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싶다는 의도를 공식 밝혔다.
    /AP 뉴시스
    난 7월 11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이상한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아웅산 수지(70)여사가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11월 8일 열리는 총선에 참여하겠습니다. 가능한 많은 선거구에 후보를 내보낼 계획입니다.” 수권(受權)정당이 선거에 나서겠다는 ‘당연한 선언’은 대대적으로 보도됐습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수지여사가 25년만에 처음으로 선거에 나서기 때문입니다. 1990년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압도적인 지지(82%)로 승리했지만 군부는 선거결과를 무효화했습니다. 2008년 선거에서는 부정선거를 이유로 NLD가 불참했지요. 아웅산 수지는 동남아시아판 ‘철의 여인’입니다. 그는 1989년 첫 가택연금을 당한 이후부터,2010년 11월 석방될 때까지 군사정권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식, 남편의 임종에도 자리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실시된 보궐선거에 마침내 그는 하원의원에 당선됐습니다. 군사정권이 여타 정치범처럼 아웅산 수지를 제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얀마 국부(國父)로 칭송 받는 아웅산 장군의 딸이기 때문입니다. 아웅산 장군은 미얀마 식민지 역사를 끝낸 독립투사였지만,독립 이후 정적(政敵)에 의해 암살됐습니다. 군부 내에서도 아웅산 장군에 대한 존경심이 드높기 때문에 그의 딸을 함부로 다룰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는 11월 총선은 차기 대권의 가늠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됩니다. 미얀마 대통령은 국회에서 간선(間選)으로 뽑습니다. 총선을 통해 선출된 의회가 상원, 하원에 후보를 지명하고 군부에서도 후보를 내보내는 구조입니다. 한마디로, 다수당이 대통령을 배출하기 유리합니다. 미얀마 대통령 선거는 내년초에 실시될 예정입니다. 아웅산 수지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요. 당장은 어렵습니다. 군부 제정 헌법은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외국 국적의 자녀를 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작고한 남편과 두 아들이 영국인인 아웅산 수지의 출마를 가로막는 조항이지요 지난 6월 미얀마 국회는 이 헌법 조항 개정안을 부결시켰습니다. 따라서 가족 중에 외국인이 있는 아웅산 수지는 여전히 대선에 출마할 수가 없게 됐습니다. 아웅산 수지는 총선수락 기자회견에서“NLD가 선거에서 승리하면 (내) 대선 출마를 가로막고 있는 헌법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 군부가 헌법 개정에 사실상 거부권을 갖고 있고, ▲ 총선이 끝나자마자 대선 레이스가 이어 지기 때문에 아웅산 수지가 내년에 미얀마 대통령이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조선일보D
    그렇다해도, 군부가 수지 여사를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NDL이 총선에서 승리하면,당수(黨首)인 아웅산 수지가 의회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투표에 막강할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넉달 뒤 총선에서 NDL 승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NDL측 인사가 내년에 대통령이 되어 헌법을 개정한 다음 오는 2020년 대선에 아웅산 수지가 출마한다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때면 아웅산 수지의 나이는 일흔다섯입니다. 미얀마는 아시아의 서쪽 끝으로,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유래가 없을만큼 군사 통치가 오래 지속된 나라입니다. 권좌에 앉은 독재자들은 점성술사의 자문대로 국정을 운영하는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1987년 암거래에 타격을 준다며 단행한 화폐 무효화 조치가 있습니다. 독재자 네윈이 “이렇게 하면 아흔살까지 살 수 있다”는 점성술사의 말을 믿은 것이죠. 이로 인해 국가경제는 파탄이 났습니다. 2005년 11월 6일에는 급작스런 수도이전이 있었습니다. 양곤에서 북쪽으로 320㎞ 떨어진 산악지대의 네피도로 중앙부처들이 이전한 ‘사건’입니다. 공무원들도 출발 하루 전에 “수도를 옮긴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고 합니다. 언론과 외국 대사관은 수도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여기에도 점성가가 개입됐다는 추측이 나왔습니다. 양곤은 집권층 군부장군에게 위험할 장소가 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는데 이를 미국의 침공이라고 해석한 군부가 수도 이전을 감행했다는 것입니다. 이 분석이 정말인지는 불분명합니다. 그러나 민생이 파탄지경이라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현재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은 868달러입니다. 인접국 태국(5848달러)의 14.8% 수준이고, 최빈국(最貧國) 라오스(1454달러)와 견주어도 절반 수준입니다. 미얀마의 전력보급률은 26%, 휴대전화 보급률도 5% 미만입니다. 여론이 차차기 대선판까지 그려가며 그녀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그만큼 미얀마가 민주화에 목말랐다는 뜻이 아닐까요.
    다가오는 총선은 “아웅산 수지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미얀마 국민의 대답일 것입니다. 미얀마 군부 실권자 아웅힐라잉 총사령관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야당이 공정한 방법으로 이긴다면, 선거결과를 존중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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