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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대통령 조코위가 국제기구의 비판 받는 이유

浮萍草 2015. 10. 10. 07:30
    근 잇따라 사형을 집행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비난여론에 부딪혔습니다. 사형집행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29일 유엔은“매우 유감스럽다”며 우려를 표했고,루퍼트 애벗 국제엠네스티 (AI) 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연구국장도“사형집행에 관한 국제 기준을 완전히 무시했다”며“전적으로 비난 받을 만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트위터에서는 ‘보이콧 인도네시아(#boycottIndonesia)’ 해시태그를 달자는 움직임마저 불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처음으로 평화적 정권 교체를 통해 조코 위도도(Widodo·일명 조코위)가 당선되면서 문민정부가 출범했습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온화하고 소박한 이미지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코위 내각이 집권 91일만에 마약 사범 6명을 총살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4명의 마약 사범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이 가운데 12명이 외국인입니다. 형(刑)집행을 미루기 위해 사형수 고국들의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하고 있던 터라, 국제사회의 놀라움은 컸습니다. 호주는 인도네시아와 체결하려던 자유무역협정(FTA) 서명까지 미루면서까지 자국민 구명 (救命)에 나섰습니다. ‘발리 관광 보이콧’‘사형수 맞교환 제안’‘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지원사실 거론’ 등 꺼낼 수 있는 압박 카드를 모두 빼들기도 했었습니다. 앞서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신임 인도네시아 대사의 신임장 수령을 거부했고,필리핀 복싱 영웅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매니 파퀴아오도 메이웨더와의 대결을 앞둔 시점에서“각하가 필리핀 사형수를 사면해주신다면,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읍소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국제사회의 각종 호소와 압력에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뿌르지잣노 인도네시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이“우리정부가 밀입국 1만여명의 이민자들을 호주로 가도록 내버려 두면 호주는 인간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라고 응수했고,유숩 칼라 인도네시아 부통령은 “브라질산 무기 구입의 연기 여부를 검토 중이며,호주 정부에는 쓰나미 구호 성금을 되돌려줄 용의가 있다” 고 밝혔습니다.
    조코위 대통령 자신도 “마약 사범 사형집행은 우리 법에 따른 것이고,우리 법을 집행하는 것은 주권에 해당된다”며 냉랭한 반응이었습니다. 현재 마약 사범 기결수만 60여명에 달해,조코위 내각의 세 번째 사형집행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조코위 내각은 불법조업 문제에서도 강경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대통령 취임 한달여만에 불법조업 어선을 침몰시키겠다고 발표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중국을 비롯해서 파푸아뉴기니,베트남,필리핀 어선 50여척을 폭파 시켰습니다. 불법조업 선박에서 선원들을 내보내고,폭발물을 부착해 원격으로 터뜨리는 방식입니다. 정부 측이 이례적으로 어선폭파 동영상을 방송사,유튜브 등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선원이 단속경찰에 달려드는 형편인 우리로서는 꿈 같은 일이지요.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자국 어선이 폭파됐다는 보도에 대해"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항의했습니다. 다른 나라의 배를 마음대로 폭파하는 것은 국제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인도네시아 측은 개의치 않고 불법조업 어선에 대해서 계속해서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도둑들이 우리 뒷마당에서 절도를 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간단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것"이 조코위 대통령의 입장입니다. 외교마찰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지 언론들은 "49척의 외국어선들이 추가로 폭파될 수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조코위의 터프한 행보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우선 필요에 의한 행동이었다는 시각입니다. 인도네시아 문민정부가 마약사범을 다루는 데 군사정부 못지않은 강경함을 보이는 데는 마약이 그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실제 이 나라에서는 마약 남용으로 매일 평균 50명,연간으로 따지면 약 1만8000명이 숨지고 있습니다. 450만 명이 마약중독 재활 치료를 받고 있으며,10살 미만의 어린이조차 마약에 손을 대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마약과의 타협은 없다”고 선포하기도 했죠. 인도네시아 국적의 사업가 J씨는 “마약이 사회를 썩게 만들기 때문에 그만큼 엄중한 공권력을 적용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국력 상승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22~24일 열린 반둥회의 60주년 기념식에 아시아·아프리카 106개 국가와 16개 참관국 및 25개 국제기구의 정상과 대표들을 끌어모으면서 외교력을 과시했습니다. 현지소식통은 “우리 생각보다는 인도네시아의 발언력이나 외교적 체력이 강하다”며“조코위 대통령 양 옆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일본 총리가 서있는 모습만으로도 인도네시아 ‘외교의 힘’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최근 동남아 맹주로 확고히 자리를 굳히면서 인도네시아의 대외정책 기조가 상당히 공세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적 기반이 약한 조코위 대통령이 보수층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적인 입장도 있습니다. 혜성처럼 등장, 대통령을 거머쥔 조코위가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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