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동남아 산책

몰래 숨어들어 비행기 타려다 하늘나라 먼저 간다

浮萍草 2015. 10. 3. 07:00
    마리오 스티븐 암브리따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트리뷴 페칸바루 캡처
    공(上空)을 나는 비행기 실외(室外)에서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까요. 만화 같은 일이 얼마 전 인도네시아에서 있었습니다. 지난 4월 7일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하타 공항 활주로에서 웬 20대 남성이 비틀비틀 걸어 나오는 장면을 공항 직원이 목격했습니다. 남성의 이름은 마리오 스테판 암브리따(21). 발견 당시 그의 왼쪽 귀에서 피가 흘러내렸고 손가락은 퍼렇게 질려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수마트라 섬 페칸바루에서‘도둑 비행기’를 타고 1300㎞ 떨어진 수도 자카르타까지 날아왔습니다. 비행기 바퀴가 접혀 들어가는 바퀴 격납실에 몰래 숨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륙부터 착륙까지 약 1시간 15분간은 그에게 지옥 같은 비행이었을 겁니다. 그는 곧장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암브리따는 ‘항공기 몰래 타는 법’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했다고 합니다. 그의 친척은“평소 수도 자카르타를 동경해서 가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고도 진술했습니다. 인도네시아 경찰은“암브리따가 조코 위도도(Widodo) 대통령을 보기 위해서 비행기를 훔쳐 탔다”고 밝혔지요. 어느 쪽이든 목숨을 건 비행의 이유로는 황당합니다. 비행기 밀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비행기 바퀴 격납실에서 태평양의 절반을 건너고도 살아남은 15세 소년이 있습니다. ‘기적의 소년 압디’ 이야기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고교에 재학하던 야히아 압디는 아버지에게 꾸지람을 듣고“소말리아에 있는 생모(生母)를 보러 가겠다”며 공항 울타리를 뛰어 넘어, 눈에 띄는 아무 비행기를 골라잡아 몰래 숨어들었습니다. 이 비행기는 약 1만1500m 고도를 찍으면서 5시간 동안 태평양 상공을 날아 하와이 마우리 공항에 떨어졌습니다. 당시 공항 CCTV를 보면 압디는 착륙한 비행기 날개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낸 뒤,방향감각을 잃은 듯 마우리 공항 활주로를 서성이고 있습니다. “물 좀 주세요.” 압디는 공항직원을 보자 이렇게 말하곤 쓰러졌다고 합니다.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미국 당국은“소년이 비행시작과 동시에 의식을 잃었고 뇌가 심작박동을 제외한 다른 신체활동을 정지시키는 일종의 동면(冬眠)에 빠진 덕분에 생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퀴 격납실에 숨어 서부 아프리카 베냉에서 나이지리아 라고스까지 30여분간 비행하고 공항에서 체포된 사례도 있습니다.
    비행기 바퀴 격납고에 숨어 상공을 날면, 한기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바퀴 격납실은 이륙 이후 바퀴를 접어 올리는 공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소형기에는 좌우,가운데 이렇게 3개의 바퀴가 있고 점보 747기 같은 대형기는 5개의 바퀴가 달려있습니다. 당연히 난방시설은 없고, 비행기 소음도 살인적입니다. 비행기가 고도 1만m 이상으로 날면 실외의 온도가 영하 50~65도까지 떨어진다고 합니다. 에베레스트 산(8850m)보다 높은 공간에서 혹독한 한기(寒氣)를 맛보게 됩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에 따르면 1947년 이후 105명이 비행기 바퀴에 숨어들었고,이 가운데 25명만 살아남았습니다. 생존율은 24%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러나 항공기술전문가들은“고도를 낮게 잡는 국내선이라면 운 좋게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에베레스트산보다 높이 나는 국제선 항공기의 바퀴 격납실에서 살아 남을 확률은 0.01%도 안 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 항공사 정비기술팀장은“태평양의 절반을 넘어간 경우는 그야말로 기적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대부분 호흡곤란은 둘째치고 그 이전에 얼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6월 네덜란드 KLM비행기 바퀴격납실에서 실종된 17세 청소년의 시신이 발견됐고 2013년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몰래 에어프랑스 비행기에 올라탄 밀항자는 니제르 상공에서 추락사했습니다. 무모한 비행을 감행했던 인도네시아 청년 암브리따는 최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합니다. 수사당국은 범행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이 청년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그는 메단(수마트라 섬의 도시) 공항으로 도망간 적도 있었다”며“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지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ㆍ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영화보다 소설을 좋아한다. 소설만큼 신문도 재미있었다. 종국에는 활자(活字)가 부활하리라 믿고 있다. 스물일곱이 되던 겨울에 조선일보 기자가 됐다. 사건·사고기사를 주로 썼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동남아시아의 도약을 관찰하고 있다. 마감시간에는 가족의 전화도 잘 받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인 독자(讀者)와의 사이가 가장 중요한 인간관계가 된 것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관념적인'관계를 유지해나가기 위해 나는 종종 을(乙)이 된다. 어떤 기사를 송고할 때'조공을 바칠 것을 윤허해달라'며 국경으로 달려 나오는 속국(屬國)의 신하처럼 간절해진다.
    애인에게 꽃다발을 바치는 마음으로 기사를 쓸 때도 있다. 우리의 관념적인 관계가 세상을 바꾼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스스로 재미있는 기사가 독자에게도 재미있게 읽힐 거라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다. 2009년 입사.

           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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