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동남아 산책

한류 드라마의 성공, 줄거리와 이것이 필수

浮萍草 2015. 10. 17. 08:00
    아시아나항공이 드라마 대장금 인기에 편승해 보잉 767기에 2006년 주인공 장금(이영애 분)의 사진을 입혔다. /조선일보DB
    “대장금 이후에 ‘한방’이 없습니다.” 동남아시아의 한류(韓流)바람이 여전하냐는 질문에 인도네시아의 방송사 편성관계자가 했던 말입니다. 풀하우스·올인·대장금이 징검다리처럼 인기몰이를 했지만,그 이후에 크게 흥행한 한류 콘텐츠가 없다는 것입니다. 벌써부터 동남아시아 한류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리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동남아시아 여심(女心)을 본격적으로 겨냥한 ‘한류 영화’가 크랭크인(crank in·촬영개시)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류 영화라고 해서 한국 감독이 연출하거나, 배우가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한국 남자와의 로맨스를 다룬 인도네시아 영화입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손꼽히는 대형 영화제작사 라피필름은 “아스마 나디아의 소설 ‘질밥(Jilbab·이슬람식 여성 의복)을 쓴 여인’의 영화화를 전격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네시아 여성 라니아가 여행지에서 만난 한국 남성과 운명 같은 사랑을 나눈다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입니다. 제작사 측은 한류로 형성된 자상한 한국 남성 이미지를 스크린으로 옮겨 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실제 극 중 남자 주인공 ‘미스터 양’은 한국 남성에 대한 인도네시아 여성의 환상을 한 몸에 모아놓은 듯한 캐릭터입니다. 시나리오에서 묘사한 그는 ‘코리안 무비스타’를 빼 닮았고, 무엇보다 무슬림 여성에 대한 이해심이 깊습니다. 라니아가 이슬람식 기도를 마칠 때까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할랄푸드(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식품)를 먹을 수 있도록 늘 배려하는 식입니다. 미스터 양의 취미는 외국 여행과 사진촬영.아이돌 출신 인도네시아 배우 모건 오위가 주인공으로 낙점돼 ‘한국 남자’를 연기할 예정입니다. 제작사가 피부색깔이 한국인과 비슷한 화교(華僑)출신 배우를 물색하다 최종적으로 현지인 배우를 발탁했다는 후문입니다. 영화의 원작소설은 7쇄를 찍을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슬람식 여성의복을 칭칭 감은 무슬림(이슬람 신자) 여성이 해외에서 겪는 여러 가지 편견을 극복해나가는 내용입니다. 저자인 아스마 나디아는 고려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공부하면서 3개월간 서울에 체류한 경험을 이 책에 녹였다고 합니다. 영화는 원작소설에서 러브스토리만 뽑아내 각색한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만난 20~30대 여성들은 “한국 드라마는 연애판타지를 귀신같이 잡아낸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견주기 어려울 정도로 조각처럼 생긴 한국배우가 재벌가의 자제(子弟)나 고소득 전문직 배역으로 등장합니다. 여기에 화려한 서울을 배경으로 서민적인 여자 친구를 위해 헌신한다는‘신데렐라 스토리’가 신선하다는 겁니다. 동남아시아 한류드라마 팬들에게 한가지 목마름이 있다면,상대배역이 언제나 한국여성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직장인 킴벌리 데위 페드리 안티(25)씨는“자상하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파트너가 한국인이 아닌 무슬림 여성이어서 영화 ‘질밥을 쓴 여인’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시나리오상에서 두 사람의 사랑이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라니아는 이교도와 결혼할 수 없는 이슬람 율법에 괴로워합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자카르타의 동네 청년 ‘알빈’을 사윗감으로 일찌감치 점 찍어 두기도 했지요. 하지만 라니아는 미스터 양과 남산타워와 청계천,춘천 남이섬을 넘나들며 데이트를 즐기면서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폭죽이 사방에서 터지는 부산 광안대교에서 미스터 양이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지는 만큼,당신이 믿는 신(알라)에 대해서도 더 알고 싶다”고 라니아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영화의 절정입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장면인 불꽃축제 장면은 강원도 지역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발벗고 나선 강원도가 지난달 영화사와“촬영 경비와 통역을 지원하는 대신,영화의 50%(45분 안팎)에 한국과 강원도 모습을 포함한다”는 업무 협약을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청 관계자는“춘천 닭갈비 골목,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 등이 촬영지로 협의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이르면 오는 12월에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개봉될 예정입니다.
           김형원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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