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리 음식 이야기

박대껍질묵

浮萍草 2015. 11. 4. 16:57
    토리묵이나 메밀묵, 청포묵 등은 전분을 가라앉힌 앙금을 되게 쑤어 굳힌 음식이다. 또 족편은 단백질 식품인 고기의 각 부위를 장시간 가열해 결체조직 속의 콜라겐을 가용성 젤라틴으로 변화 시켜 식히며 굳힌 후 묵처럼 얇게 썰어낸 음식이다. 생선도 종류에 따라 껍질 부위를 잘 건조시켜서 고아 젤라틴을 우려내어 식혀서 묵처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박대껍질묵도 그 같은 음식의 하나다. 박대는 참서댓과 생선으로 몸이 매우 납작하고 머리와 눈이 작은 생선이다. 갯벌이 많고 수심이 얕은 서해안 지역의 서천,군산,인천,목포에서 잡힌다. 산란기는 5∼7월이고 가장 맛이 있을 때가 겨울에서 봄까지이다. 박대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맛이 고소하여 서민들 밥상에 자주 오른다. 박대껍질묵은 박대의 껍질을 벗겨서 말려두었다가 푹 끓여서 우려낸 젤라틴을 식혀서 묵처럼 만든 음식이다. 박대껍질묵은 날씨가 더워지면 녹아버리므로 추운 겨울에만 해 먹는다. 박대껍질묵을 썰 때 벌벌 떨리고 추울 때만 먹는다고 해 ‘벌벌이 묵’으로도 불린다. 박대껍질묵은 황해도 향토 음식으로 알려져 있으며 투명하면서 탄력이 있고 쫄깃거리는 식감이 난다. 달콤새콤한 해초와 곁들여 많이 먹는다. 지역에 따라 만드는 법이 약간씩 다르나 대표적인 방법을 소개해본다.
    우선 박대의 껍질만 골라서 바짝 말린다. 말린 박대 껍질을 방망이로 3차례 두들겨 가며 검은색 비닐과 같은 껍질을 제거하고 물로 깨끗이 씻어 먼지를 씻어내고 쌀뜨물에 하루 정도 담근다. 손질한 박대껍질을 가마솥에 넣어 물을 부어 국자로 저어가며 푹 끓이면 진한 액즙이 우러나온다. 생선의 비린내 제거를 위해 북어대가리,진피도 한 조각을 넣으면 연한 갈색의 액이 된다. 끓는 박대껍질을 면보자기에 2차례 걸러내어 진하면서도 맑은 육수를 받아낸다. 고아낸 국물을 묵 틀에 부어 상온에 식혀서 굳히면 투명하고 뽀얀 박대껍질묵이 된다. 박대껍질묵은 생선 껍질로 만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비린내가 난다. 비린내 제거를 위해서는 메밀묵을 무칠 때처럼 썰고 쪽파,부추 등의 향미 채소를 듬뿍 넣은 후 식초 양념장을 끼얹어 먹으면 된다. 추운 겨울에만 먹는 음식이었으나 요즘은 냉장시설을 이용하므로 여름에도 먹을 수 있다. 생선의 내장, 껍질도 버리지 않고 잘 이용하여 먹었던 우리 선조의 지혜가 잘 반영된 음식이다.
    Munhwa ☜     김갑영 영양학자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