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이건희의 세계 1위 방정식

8 파격적 실험 '7.4제'를 도입한 진짜 이유

浮萍草 2015. 11. 23. 12:12
    건희는 삼성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수술을 단행한다. 
    바로 그중의 하나가 소위 <7.4제>였다.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시스템이다. 
    과거에 대부분의 한국기업들이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6시나 7시쯤 퇴근하던 시스템을 두 시간 앞당긴 것이다. 
    그러나 <7.4제>의 의미는 출퇴근 시간을 두시간 앞당기는 데 있진 않았다. 
    그때까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하는 시스템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여기에 대해 한 번도 검토해보지 않았다. 
    이 룰을 깬 것이 삼성의 이건희다.
    삼성의 7.4제 도입은 한국의 기업문화는 물론 세계의 기업사회에서도 보기 드문 파격이다. 
    한마디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었다. 
    당시 이건희가 이런 시스템을 도입했던 저의는 무엇이었을까. 
    첫째는 업무효율과 강도를 높이고 임직원들이 퇴근 시간후 건강관리, 어학연수,동호회 활동 등 자기 개발에 힘쓰도록 하며 러시아워를 피해 출퇴근해 소요되는 
    시간을 크게 줄이는 효과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외의 목적은 고정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는 하나의 사례제시였던 것이다. 
    7.4제 도입은 초기엔 상당한 반발이 있었다. 
    본래 삼성의 근무 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너머까지였다. 
    그것을 한시간 30분 앞당겨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조정하라는 것이 이건희 회장의 지시였다. 
    그러나 실제 시행이 되자 오전 7시 출근에 오후 5시 너머까지 근무하는 계열사들이 많았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에 출근한 이건희 회장이 오후 3시 30분쯤 건물을 나서는 모습. /조선일보 DB

    즉 벌건 대낮에 사원들을 퇴근시키는 것이 당시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고 봉급에는 이미 한시간의 야근 수당이 포함돼 있으므로 5시 너머까지 근무를 고집했던 계열사들이 있었던 것. 이를 안 이건희 회장은 진노했다. 7.4제 도입을 통한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계열사 사장들이 임의로 지시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오후 4시에 퇴근하면 어학연수나 자기 개발을 위한 취미생활이 가능했지만 오후 5시에 퇴근할 경우엔 그것이 무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지시로 오후 5시 너머 퇴근은 오후 4시 퇴근으로 다시 당겨졌다. 이것이 오랫동안 관리에 물들여 있던 삼성의 관행이었다. 그룹은 조기출퇴근제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는지 조사해보았다. 조기출퇴근제 이후 임원들이 시간을 가장 많이 쓴 것은 현장방문.하루 1시간 32분(21.7%)으로 가장 많이 쓰였고,서류 및 자료 검토시간이 1시간 13분(15.5%), 혼자서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이 1시간9분(14.4%),회의참석이 1시간8분(14.1%)였다. 이는 세계적인 컨설팅 업체인 미국의 매킨지사가 제시한 ‘이상적인 시간배분’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일반직원들의 시간관리에는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다. 이어 이건희는 더욱 파격적인 수사를 구사한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그것은 우리가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에 대해 한 번 다 바꿔보자는 의식개혁의 촉구였다. 다 바꾸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자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선언했다. 그것이 바로 ‘나부터 변하자’였다.
            홍하상 작가 hasangs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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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직원들을 사무실에서 현장으로 내보내다
    부터 변하자’는 사내에 상당한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처음엔 힘들게만 느껴졌던 조기출퇴근제도 막상 해본 사원들은 거기에 익숙해졌고 러시아워 시간이 아닌 한가한 시간에 출퇴근하면서 그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기출퇴근제가 사원들에게 가져온 무형의 자산 중 괄목할만 것은 우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즉 어렵게만 생각했던 새벽 기상과 새로운 출근시스템이 막상 부딪혀보니 할만했고 오후 4시 이후에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뿌듯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사내의 분위기도 일신되었다. 자유로운 발언 분위기가 확산되었고 업무재량권이 하부로 대폭 이양되었으며,사내의 인간관계도 좋아졌고 라인스톱제 도입으로 고객을 중시하는 마인드가 사원들 간에 생겨났다. <나부터 변하자>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7.4제 도입은 2002년에 삼성그룹 차원에서 전면폐지되었지만,당시 7.4제 시행으로 임직원의 61%가 퇴근 후 시간을 개인 학습에 활용,각종 자격취득자가 크게 늘어났고,업무적으로는 보고절차 간소화 및 회의 문화 개선 등의 효과가 있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조선일보 DB

    <나부터 변하자>와 <7.4도제 도입>,<라인스톱제>가 93년 이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자 이어 삼성은 사원에 대한 전면적인 재교육을 시작했다. 이 무렵 또 하나 바뀐 것은 현장경영이다. ‘임원들은 사무실에 앉아있지 말고 영업현장이나 생산공장으로 나가라.’ 이건희는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회장 자신이 미국의 가전제품 매장,일본 도쿄의 가전제품 판매현장을 돌 듯이 간부들도 현장의 실상을 보라는 지시였다. 임원들은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근무했지만,오후에는 현장에 나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앞장서라는 애기였다. 과거처럼 넥타이를 매고 사무실에 앉아있던 기업문화는 삼성에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당시 삼성그룹은 현장경영을 위해 임원이나 간부들을 차출해 6개월간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93년 삼성이 일으킨 신경영은 경영이라기 보다 하나의 문화혁명이었다. 기업이 그동안 관행대로 해왔던 모든 사고의 틀과 방식을 바꾸는 일대 전환점이었던 것이다.
            홍하상 작가 hasangst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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