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재벌가 인사이드

69 SK 家가 화목한 이유

浮萍草 2015. 11. 19. 11:10
    난 8일 저녁 워커힐 호텔 비스타 홀,출소후 활발한 활동을 하는 최태원 SK 그룹 회장이 갑자기 단상에 올라왔다. 
    준비된 원고나 사전 귀띔도 없었던 것 같았다. 
    사회자가 축사를 해 달라는 요청에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최 회장은“저는 큰 어머니 사랑을 마음껏 받았다”면서“어렸을 때 큰 댁에서 잘 때가 많았는데 저를 아들과 똑같이 대해 주셨다”고 미수연을 맞은 노순애 여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노 여사는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1973년 작고)의 부인이다. 
    한창 일할 나이에 남편을 여의고 아들들을 보살피면서 살아온 SK그룹의 최고 어른이다. 
    이날 노 여사의 인사말은 “집안이 화목해야 한다”가 주류였다. 
    최근 형제들간 잇단 잡음을 일으키고 있는 재벌 집안을 의식한 얘기일 수 있다.
    특히 워커힐 호텔은 최종건 창업주가 숨을 거두기전 마지막에 인수한 기업이다. 
    선경직물로 회사를 창업한 최종건 회장은 회사 설립 20년만인 1973년 1월 정부로부터 워커힐 호텔을 인수했다. 
    이 호텔 인수로 ‘선경’이 재벌 반열에 들어섰음을 내외에 알렸다. 
    당시 26억3200만원에 호텔을 인수하자 재계에선 ‘무명의 반란’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최종건 창업주는 그해 11월 폐암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지난 8일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최종건 SK그룹 창업주 미망인 노순애 여사의 미수연. /홍성추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원대한 꿈은 동생인 최종현 회장(1998년 타계)으로 넘어간다. 창업 회장이 사망하면서 그룹 경영을 자식이 아닌 동생에게 물려준 것은 최종건 회장 특유의‘가부장적 기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창업 회장 자녀들이 어린 탓도 있었지만 최 창업주는 동생이 조카들도 잘 돌보고 그룹 경영도 잘 할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때문에 SK가(家)는 다른 어떤 재벌가 보다 분쟁의 소지가 많은 요인을 갖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창업주의 유지를 받든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잘못했거나 창업주 자식들이 욕심을 부렸다면 분쟁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현 회장은 그룹을 재계 랭킹 4위로 만들 만큼 역량을 발휘했다. 최 회장은 조카(최종건 회장 자식)들도 모두 친 자식이나 마찬가지라며 돌봤음은 물론이다. 최종현 회장이 돌아가시고 그룹 대권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넘어갔다. 이때 재계에선 ‘분쟁’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4촌들이 반발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주 자녀들은 승복했다. 이 이면에는 노순애 여사의 ‘화목론’과 최신원 SKC 회장의 ‘맏형론’이 뒷받침했다. 최신원 회장의 형인 최윤원 회장은 일찍 별세했다. 때문에 최신원 회장이 사실상 SK가의 장남인 셈이다. 최신원 회장은 주식 지분이나 재산도 별로 없다. 그러나 최신원 회장은 불만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집안 어른으로서의 역할만 했다. 이날 미수연에서도 최신원 회장은 “어머님께서 늘상 해오신 화목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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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이룬 재산도 아니면서 분쟁을 일으키는 재벌가 형제들
    재 형제간 갈들을 빚고 있는 롯데가(家)나 효성가(家)와 대비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주요 재벌가 중에 가족간 분쟁이 일어나지 않은 집안은 거의 없다. 
    LG그룹과 SK그룹 외에는 대부분 재벌 집안이 분쟁을 겪었거나 현재도 진행 중이다. 
    이들의 분쟁 요인은 ‘총수’자리 싸움과 재산싸움이다. 
    누가 덜 받았냐 더 받았냐와 총수자리에 누가 앉느냐를 놓고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천억원 심지어 수조원대의 재산을 물려 받고도 형제간 송사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벌어진 롯데가의 분쟁은 재산이라기 보다 ‘총수’자리 싸움이다. 
    신격호 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물려받은 재산만 수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맡고 있던 일본 롯데 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직에서 해임되자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소송전을 일삼고 있다. 
    신동주 회장은 “자신이 해임된 것은 동생인 신동빈 회장의 음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모든 원인을 신동빈 회장에게 돌리고 있다. 
    이에대해 신동빈 회장 측은 “신동주 회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무리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일본 롯데 홀딩스 이사회와 직원들이 등을 돌렸고 신격호 총괄 회장의 
    분노를 산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선일보 DB

    이들 형제의 지리한 공방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12일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와 일본 롯데그룹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동생 신동빈 회장측을 압박하고 있다. 14일 발표된 면세점 특허 연장에도 롯데는 잠실 월드타워점을 잃는 큰 손실을 입었다. 신동주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호텔 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던 신동빈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수십 년 전부터 숙원사업으로 추진해온 제2롯데월드 건설이 마무리돼가고 있는 시점에서 입점해 있는 면세점의 문을 닫아야 하는 사실이 뼈아프다. 면세점 특허 재연장에 실패 한뒤 신동빈 회장은 "99%가 내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국 경영권 분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신동주 회장 책임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형제간 분쟁으로 롯데의 그룹 이미지와 임직원들의 타격은 말할 수 없을 만큼 깊어가고 있다. 효성가 역시 지리한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변호사가 회사와 형을 상대로 형사고소를 해 법정 다툼이 한창 벌어지고 있다. 잘잘못이 누가 있느냐는 차지하고 재벌가 집안 싸움이라 일반인의 시선도 싸늘해지고 있다. 형제간 분쟁은 대부분 결말이 안좋게 끝나고 만다. 두산 그룹인 경우 2남인 박용오 회장이 형제간 갈등으로 집안에서 ‘파문’을 당한 끝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금호 그룹은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 두 형제가 그룹을 분리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지만 그 감정의 골은 깊기만 하다. 대성 그룹의 형제간 갈등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장남인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과 3남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간의 반목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종근당의 이장환 회장과 동생인 이덕한 씨는 서로 인사도 안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과 한진중공업의 조남호 회장 형제 역시 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재벌 집안이 이처럼 분쟁을 겪고 있는 시점에 SK 가의 훈훈한 화목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누군가 조금만 양보하면 그렇게 볼썽 사나운 모습은 연출되지 않는다. 더 갖겠다는 욕심이나 자기가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는 독단을 버리면 된다. 자기가 이룬 재산도 아니면서 분쟁을 일으키는 후손들을 창업주들은 어떻게 바라 볼까.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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