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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막오른 정의선 시대, 빛과 그림자

浮萍草 2015. 11. 12. 12:35
    2000년 9월 현대자동차 그룹이 현대그룹과 결별,독자그룹으로 출범했을 때 얘기다. 
    당시 재계에선 정몽구 회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과연 현대차 그룹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었다. 
    이때 현대그룹 CEO출신 K씨를 필자가 만난 적이 있다. 
    K씨는 한때 잘 나가는 전문경영인이었다가 왕회장(정주영 창업주)의 눈밖에 나 쉬고 있었다. 
    K씨는“다른 것은 몰라도 정몽구 회장이 다른 형제들 보다 왕 회장의 사업가 DNA는 가장 많이 물려 받았다”면서“주어진 사업만은 충분히 이뤄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항간의 소문과 전혀 다른 주장이었다. 
    당시 필자는 K씨의 얘기에 별로 주목하지 않았으나 그 후 현대차 그룹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고 K씨의 말에 동의했다.
    정몽구 회장은 사실상 왕 회장의 장남이면서 그룹의 적통은 동생인 정몽헌(2003년 사망) 회장에 밀리고‘왕자의 난’으로 가까스로 자동차 부분을 분리,독립했었다. 
    항간의 우려에도 자동차 그룹을 재계 2위 그룹까지 끌어올린 최고 경영자다. 
    IMF이후 유수의 세계 컨설팅 회사들은 ‘한국에서 자동차 메이커는 힘들고 유명 메이커 생산기지가 맞다’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내기 바빴다. 
    그러나 현대차는 이를 보란 듯이 극복했다. 
    현재 현대차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로 우뚝섰다. 
    자동차, 제철, 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거대한 제조그룹이 됐다. 
    조선과 물류 부분을 빼고는 옛 현대그룹의 위상을 다 찾은 셈이다. 
    왕 회장이 그토록 염원했던 ‘일관제철소’의 꿈도 이뤄냈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왼쪽)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조선일보 DB

    이러한 현대차 그룹에 조용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의 시대를 알리고 있는 변화다. 그 첫 번째 신호탄이 지난 4일 동대문 플라자에서 있은 ‘제네시스’ 선포식이다. 제네시스는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다. 현대차가 이제 고급 차 부분에서 독일의 ‘벤츠’나 “BMW’‘아우디’일본의 ‘렉서스’와 당당하게 경쟁하겠다는 ‘선전포고’다. 이 선전포고를 정몽구 회장이 아닌 정의선 부회장이 들고 나왔다. 정 부회장은 “이 날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다”며 “안주하는 것은 현대차 정신이 아니다. 제네시스를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도전할 것”이라며 세계 자동차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왕 회장이 살아 있을 때의 정몽구 회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1990년대 초반 한 월간지에서 정몽구 회장의 기사가 실리자 기사를 주도했던 홍보 임원 보직이 바뀐 적이 있다. 이때 몽구 회장 측은 부친이 엄연히 존재하는데 아들이 인터뷰를 하면서 미래를 얘기하는 것은 ‘불충’아니냐는 논리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제네시스’ 로고 런칭은 그 때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현대차의 미래를 결정하는 행사장에 정의선 부회장이 등장, 이를 주도하도록 했다. 이로써 후계구도가 앞당겨질수 있다는 사실을 내외에 천명했다. 제네시스는 앞으로 현대차의 모든 고급 차량에 현대차 로고 대신에 쓰이게 된다. 어쩌면 현대차 역사상 대변혁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를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면서 재계 자동차 시장에 ‘정의선’을 알렸다고 할 수 있다.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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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를 들고 나온 이유
    의선 부회장의 전면 등장은 양날의 칼을 동시에 쥐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재벌가 3세들의 무임승차에 대한 세간의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그가 전면에 나서면 부담이 따른다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의 진정한 승계는 곧 있을 연말 인사에서 어떤 색깔을 낼 것인가에 귀착될 것이라고 그룹 안팎에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6일 현대차그룹은 인재들의 동기부여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는 형태의 정기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당시 정기임원 인사는 현대자동차 141명,기아자동차 60명 등 계열사 27곳 총 433명 규모의 임원승진 인사였다. 
    직급별로는 부사장 17명,전무 44명 등이었다.연구개발,기술부문의 승진자가 전체 대상자 중 가장 높은 43.6%를 차지했다. 
    핵심기술 경쟁력과 직결되는 R&D 부분의 승진에 주안점을 뒀다. 
    연구개발 및 품질, 영업 및 마케팅 부문의 승진자 비율 확대, 핵심 기술분야 신규 연구위원 승진 임명,여성 임원 및 발탁 승진의 성과자 우대 등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달라진다. 세계 1위 자동차 메이커인 폭스바겐이 국제적으로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어부지리를 얻는 형국이다. 
    현대차가 얼마나 많은 과실을 딸 수 있을까는 오직 현대차 몫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기 인사는 ‘정의선 사람’들의 전면 등장을 예측할 수도 있다고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 
    또 하나의 관심은 현재 부회장으로 있는 인사들의 유임 여부와 더 확대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부회장으로는 정의선(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비롯,김용환(전략기획),양웅철(연구개발),윤여철(노무·국내생산),이형근(기아자동차),우유철(현대제철),김해진
    (현대파워텍),정태영(현대카드) 부회장이 있다. 
    한때 14명의 부회장이 있었으나 많이 줄어든 상태다. 
    정태영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사위이기 때문에 ‘오너경영인’에 가까운 인사다.
    2015년 11월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현대자동차‘브랜드 비전 및 전략 발표회’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고급차 전용 브랜드‘제네시스’공식 출범을 발표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이 보다 더 시급한 것은 지분 확보다. 현재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차 지분 소유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현대차 지분 316만주를 확보했다. 매매대금은 5000억원에 달했다. 이를 두고 지분 승계 작업도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따랐었다. 그러나 정 부회장이 안심할 수 있는 지분을 확보하려면 현대모비스 주가와 현대글로비스의 주가가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차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 주식을 갖지 않고 있는 정 부회장으로서는 모비스 주가가 하락하고 대주주인 글로비스(지분 23.29% 소유) 주가가 올라 가야 한다. 그러나 글로비스 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다. 따라서 순환출자 구조 중 현대모비스 지분의 확보가 곧 경영 승계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은 기아차 주식 1.75%만 갖고 있어 승계 작업이 요원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때문에 업계에선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금화하거나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제시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하는 것 역시 정 부회장의 승계 시나리오에 넘어야 할 최대 관건이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 2000년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전무,2008년 기아차 해외담당 사장을 거쳐 2009년 현대차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0년만에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리며 명실상부한 후계자가 됐다. 하지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정 부회장이 아버지 그늘에 가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 나왔다. 정 회장이 보여줬던 강력한 리더십이 정 부회장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제네시스’를 들고 나왔다. 승부를 걸겠다고 대내외에 천명한 셈이다. 제네시스로 차기 최고경영자(CEO)의 시작을 알린 만큼,제네시스의 성패가 정의선 체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세계 고급차 시장이 연간 10% 이상씩 커가는 상황에서도 제네시스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경영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제네시스가 세계 고급차 시장에서 인정 받는다면 정의선 부회장의 승계는 의심할 여지가 없어진다. ‘제네시스’를 들고 나온 정의선 부회장. 그의 성패는 3세 경영인에대한 ‘풍향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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