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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주진형 한화투자증권사장의 파격실험에 당황한 김승연 회장

浮萍草 2015. 10. 13. 10:22
    ㆍ대기업에서 전문 경영인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난해 8월초 필자에게 흥미있는 제보가 하나 있었다.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사장을 둘러싼 얘기였다. 
    종합해 보면 주 사장이 ‘안하무인식’ 경영으로 회사 조직을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요지였다. 
    주 사장과 김승연 회장의 부인인 서영민 여사와의 관계 때문에 그룹 측은 아무런 제스처를 쓸 수 없다고까지 했다. 
    즉 주 사장의 부인과 서 여사와 친구 사이라 아무도 주 사장에게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지 얼마 안돼 경영 전면에 나서지 않을 때였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말에 그룹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주 사장의 부인과 서 여사와의 사이는 와전된 것으로 밝혀졌다.
    주 사장은 최근 각종 매스컴에 오르내리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전국의 한화투자증권 지점장들이 서울 여의도 회사 본사에 모여 주 사장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피켓시위를 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증권가에서 지점장들의 단체반발은 지난 2013년 동양사태 때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지점장들이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자택에 모여 동양시멘트의 법정
    관리 신청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이후 2년만이다. 
    직원들이 대표이사의 방침에 반기를 드는 보기 드문 현상이 나타났다. 
    상명하복의 질서가 확립된 대그룹 계열회사에서 사장의 방침에 일반 사원들이 이의를 제기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왼쪽)과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조선일보 DB

    특히 한화 그룹의 김승연 회장은 그룹내에 절대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20대 후반에 총수 자리에 올라 계열사 사정을 전문 경영인 이상으로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의리경영’을 내세워 전문 경영인들의 입지를 넓혀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4년 형제간 분쟁이 한창일 때도 대부분의 원로 경영인들은 형인 김승연 회장 편을 들어 그룹이 흔들리지 않도록 했었다. 김 회장이 몇차례 검찰에 불려 다니는 등 경영 공백이 있을 때도 전문 경영인들이 잘 대처해 위기를 넘기곤 했다. 그러나 이번 주 사장의 행태는 김승연 회장을 당혹하게 만들고 있다. 주 사장은 전문 경영인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들을 최근 보여주고 있다. 주 사장은 취임하면서부터 온갖 화제를 불러왔다. 주 사장은 취임 초기 450명의 직원을 내보내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남은 직원들이 사기저하를 걱정하자 간담회를 통해 "내가 왜 여러분의 동기부여를 해야 하나"며 "나는 여러분을 낳지 않았다"는 말을 남겨 직원들을 긴장시킨 바 있다. 주 사장은 이외에도 거침없는 행보로 증권가에 많은 얘기를 양산했다. 특히 그가 도입한 ‘과당 매매 제한’과 ‘매도 리포트 확대’는 증권가 뿐 아니라 투자자 들 사이에서도 찬사를 받는 부분이다. 과당매매 제한이란 주식 매매 회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이에 대한 지점의 수익을 인정하지 않는 제도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지점의 직원들이 수수료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 고객들이 거래를 자주 하도록 유도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투자의 정석은 튼튼한 기업에 장기투자하는 것인데 장기투자를 할 경우 매매를 자주 하지 않아 증권사 수입이나 성과급을 받는 직원들의 수입은 늘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테마주처럼 주가변동이 심한 종목에 자주 거래를 하도록 권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은 수익을 별로 내지 못한채 증권사에 수수료만 내게 된다는 비판 이있어 왔다. ‘매도 리포트 확대’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내는 보고서 중 ‘매도’를 권하는 보고서를 많이 쓰도록 한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는 고객이 도움이 되도록 주가가 떨어질 것 같으면 그 이전에 해당주식을 매도하도록 권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한국 증권사들은 매도 리포트를 거의 내지 않는다. 매도할 상황에서도 여전히 ‘매수’ 라고 한 뒤 목표주가를 내리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매도리포트를 낼 경우 해당 회사나 주주들의 항의가 잦기 때문이다. 영업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증권사 입장에선 타협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행처럼 됐다. 하지만 증권사 고객 입장에선 장기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었다. 주 사장은 바로 그러한 점에 반기를 들었던 것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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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사장, 노동부 장관에게도 거침없이 직격탄
    도 의견 외에도 다른 증권사가 하지 않는 주장도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과 관련해, 삼성그룹과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충돌할 때 한화투자증권은 ‘합병 무산 가능성’에 주목한 리포트를 냈고, 삼성물산은 
    이에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주 사장은 내부에서도 여러 개혁안을 도입했다. 
    올 초 연공 서열제와 상대 평가 등급제를 폐지하고 직무별 연봉제를 도입,근속 연수가 아닌 직무 성과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도록 했다. 
    지난 5월에는 리서치센터에 언론사와 같은 편집국 시스템을 도입한 후 기자 출신 편집 위원을 영입,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감수하도록 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가 있음에도 주 사장은 설화(舌禍)와 사내 갈등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 
    주 사장은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비판적인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해 왔다. 
    거의 매일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토출해 내고 있다. 
    특히 공개적으로 정부 관계자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 등장하면서 그룹 측을 곤란하게 만들기도 했다. 때문에 ‘해임은 예상됐던 일’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 /조선일보 D

    주 사장은 지난달 10일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수십 억원 받는 CEO들의 연봉을 깎아 청년 채용을 늘려야 한다’는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발상과 억지 주장이다. 거의 감탄이 나올 정도다. 저런 분이 현정부의 노동개혁을 담당하고 있다니. 노동부에서만 일생을 보내서 저렇게 생각하게 된 것인지?”라며 강한 논조로 비난했다. 주 사장의 페이스북은 회사 방침을 발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4일 페이스북을 통해 탄력근무제를 도입하고 가정 형편이 어려운 직원들의 학자금을 4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신 갚아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사장의 이러한 파격 행보가 이어지자 그룹측은 대표이사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어 여승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전략팀장(부사장)을 새로운 이사로 선임했다.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주 사장의 후임으로 사실상 내정한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어진 주 사장의 파격적인 '실험'에 대해 그룹이 '실패'를 선언한 셈이다. 대부분의 기업은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기 1~2개월 전에 공식적인 후임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주 사장이 임기를 6개월이나 남겨놓은 상황에서 한화그룹이 후임자를 내정한 것은 사실상 "나가라"는 뜻이다. 그러나 주 사장은 보장된 임기를 채우겠다며 ‘당당하게’ 근무하고 있다. 난감한 것은 김승연 회장과 한화그룹이다. 주 사장의 임기를 보장했기 때문에 마땅한 해법도 없는 상태다. 대기업 계열사 전문 경영인이 오너의 뜻에 반기를 드는 새로운 형태의 ‘실험’이 어떤 결말을 가져 올지 재계는 유의주시하고 있다. 어쩌면 다른 기업에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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