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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채 전KT회장과 정준양 전포스코회장

浮萍草 2015. 10. 5. 09:57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에 선 이석채 전 KT 회장.
    /조선일보 DB
    석채와 정준양. 한때 국내 최대의 공기업 성격인 KT그룹과 포스코 그룹을 이끌던 총수였다. KT그룹과 포스코 그룹은 통신과 철강이라는 기간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 두 그룹을 이끌었던 수장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법원의 심판대에 있다. 이석채 전 KT그룹 회장은 최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한시름은 놓은 상태지만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은 검찰에 4번이나 불려다니는 등 망신살이 뻗치고 있다. KT와 포스코는 자산이나 매출, 계열사 규모에서 국내 10대그룹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고 있다. 재계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웬만한 재벌 총수 못지 않은 지위를 누린다. 그러나 이들 두 그룹의 총수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찰에 불려가는 수모를 겪는다. 왜 이들 자리는 정권만 바뀌면 수모를 당할까. 이석채 전 KT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정통관료 출신이다. 김영삼 대통령 재임시절에는‘좌 인호,우 석채’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었다. 40대에 정통부 장관을 지낼 만큼 관료사회에선 ‘신화’로 여겨졌던 인물이다. 너무 잘 나간 탓인지,DJ(김대중)정부 들어서는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환란 위기의 잘못을 그에게 물은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돼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한동안 잠잠하던 그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화려하게 복귀했다. KT회장으로의 변신이다. 정통 관료에서 국내 최대의 통신그룹인 KT그룹을 이끄는 기업인으로 돌아왔다. 기업인으로 변신한 그는 거침이 없었다. ‘ 사장’이라는 직책을 던지고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하자마자 무선통신 회사인 KTF를 KT와 합병하는 파격적인 안을 성사시켰다. KT와 KTF의 합병은 ‘이석채가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과감한 결단이었다’는 것이 당시의 분위기 였다. KT는 오래된 관료 풍토가 자리잡고 있었다. 공무원인 전화국에서 시작한 기업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정부 지분을 모두 팔고 민영화 했음에도 내부에선 상명하복과 복지부동과 같은 눈치보기가 만연해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일신한 이가 이석채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그에 힘입어 거칠 것 없는 기업 인수 합병(M&A)를 실시했다. 금호렌트카를 비롯,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BC카드 등 다른 경영인은 상상도 못할 일들을 성사시켰다. 경쟁회사인 SKT 등에선 이 회장이 다른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할 만큼 질시와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너무 잘 나간 탓일까. 박근혜 정부 들어 이 회장에게 시련이 닥쳤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칼끝은 정확히 이 회장을 겨누고 있었다. 시작은 참여연대가 포문을 열었다. 2013년 2월 참여연대는 ‘이 전 회장이 회사가 소유한 부동산들을 감정가에 밑도는 금액만 받고 팔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KT본사와 계열사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 전 회장을 압박했다. 이 전 회장은 검찰 압수수색에도 태연한 듯 예정된 아프리카 르완다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검찰이 본사, 지사, 임원 자택 등 40여 곳을 3차례에 걸쳐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자 백기를 들었다. 이후부터 지리한 법정공방이 시작됐다. 결론은 지난달 24일 나왔다. 서울 중앙지법은 ‘이 회장이 배임의 고의를 갖고 있었거나 부외자금을 불법 영득의사로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이 회장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검찰에서 즉각 항소해 항소심에서 어떻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어쨌든 1심에서는 이 회장의 승리로 귀결이 났다. 그러나 이번 재판을 지켜본 KT 임직원들이나 일반인들의 시선은 따갑다. 이 회장의 재임시절 ‘전횡’에 대한 비판이다. 배임죄는 무죄로 판결 났지만 경영 실패로 인한 책임은 누가 지느냐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당시 KT 임원 3분의1을 외부에서 수혈했다. 평생을 KT에 몸담은 직원들의 허탈감은 말이 아니었다. 무궁화 위성 헐값 매각과 스크린 광고업체에 대한 무리한 투자,원가보다 비싸게 사들인 사이버 MBA 등 투자 손실이 엄청나다는 얘기다. 이러한 회사의 손실은 어떻게 하냐는 지적이 따른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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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벌총수 같은 권한을 누리지만 책임은 안지는 포스코와 KT 회장
    2015년 9월 9일 오전 검찰에 다시 소환된 정준양 전 포스코
    그룹 회장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조선일보 DB
    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어떤가. 정 회장은 자타가 인정하는 포스코 맨이다. 포스코에 입사,회장에 오르기까지 한 우물을 판 정통 철강맨이다. 그가 포스코 회장에 선임될 때 온갖 구설수가 뒤따랐다. 필자에게도 정 전회장의 비리를 적시한 문건이 배달되기도 했다. 그만큼 내부 경쟁이 치열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쟁자였던 윤석만 당시 사장을 누르고 회장에 선임됐다. 이 과정에 ‘영포라인(포항 영일 출신 인사)’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깔려있었다. 정 회장 역시 취임과 동시에 문어발 확장에 나섰다. 민간 대기업이 하는 모습 그대로를 답습했다. 계열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당시 포스코의 실적은 최상위 그룹에 속했다. 정 회장의 연임도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정권이 바뀌면서 다시 문제가 불거졌다. 포스코의 부실이 하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결국 정 회장도 임기를 남겨둔 상태에서 백기를 들고 나왔다. 그뒤 밝혀진 포스코의 부실은 너무 컸다. 인수한 회사에서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연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수많은 포스코 임직원들이 검찰에 불려갔고 일부는 구속되기도 했다. 국민들 사이에선 ‘청정회사’로 소문난 포스코가 이렇게 구렸냐는 탄식이 나왔다. 포스코는 순혈주의를 고집하는 회사다. 포스코 출신이 아니면 수장자리에 앉지 못하는 특이한 인사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만제씨가 회장을 지낸 후 한번도 외부 인사는 없었다. 때문에 늘 박태준 전 회장의 ‘수렴청정’ 구조가 되고 말았다. 정 회장은 박태준 사람이라기 보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의원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회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의원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정 회장은 재임시절 이 의원과 박 전 회장의 눈치를 동시에 살펴야 하는 처지였다. 때문에 과도하게 ‘박태준 우상’ 만들기에 앞장서면서 이 의원을 거들어야 하는 형국이었다. 포스코가 지금껏 승승 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독과점’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현대차 그룹이 제철 사업에 뛰어들면서 독과점체제가 무너지고 말았다. 현대제철과 무한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에 놓여있다. 때문에 포스코의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주인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와의 경쟁에서 주인없는 회사는 필패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순혈주의는 온정주의로 변질되고 집단은 자연스럽게 부패해진다. 오래전부터 상사의 약점을 아는 부하직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공생할 수 밖에 없다. 포스코는 때만 되면 ‘윤리경영’을 외친다. 그만큼 청정하지 못하다는 뜻도 된다. ‘국민기업’이라고 그렇게 언론이나 정치권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던‘기아자동차’가 무너졌을 때 실상은 어떠했는가. 최고 수장이 부패하니까 밑에 직원들이 함께 부패하는 부패사슬로 얽매어 있었다. 이를 감지한 강성 노조는 파업으로 맞서며 자신들의 이득을 챙겼다. 결과는 부실로 이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 포스코와 KT역시 주인이 없다. ‘회장’은 위임된 자리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은 인사들은 재벌총수 보다 더 큰 권한을 누리면서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래도 재벌총수들은 자신의 회사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의 투자나 손해보는 일에는 잘 덤비지 않는다. 인사 역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을 앞장 세운다. 그러나 위임받은 총수들은 임기내 자기 사람 심기와 자신의 실속 차리기에 급급한다. 오직 정권 실세나 시민단체, 언론 등 힘있는 기관의 눈치만 본다. 사업의 일관성이나 장기적인 계획 등은 그 다음 문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KT와 포스코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공기업 성격의 주인없는 회사들 대부분이 그렇다고 해도 틀린말이 아닐 것이다. 위임 받은 권력이 더 무섭다는 말들이 왜 나오는지 공기업 수장들은 음미할 필요가 있다. 공기업 수장들이 ‘총수 놀음’을 그치지 않는 한 제2의 이석채와 정준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타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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