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국과수의 범죄학개론

1 위장 교통사고 설땅 없다

浮萍草 2015. 11. 5. 07:00
    ‘피시크래시·마디모’로 10년전 보험사기 사망사고 밝혔다
    10년 전 B(사망 당시 39세·중국동포)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던 교통사고 당시 상황을 ‘피시크래시’를 통해 재현한 모습. 차종·속도·거리·배경 등 사고 당시와 동일한 조건을 적용해 현장을 그대로 재구성했다.

    재구성된 사고 차량의 움직임을 마디모를 통해 탑승자에게 그대로 옮겨 재현한 차량 내부의 모습이다. 차량의 움직임과 충돌 정도에 따라 탑승자들의 신체가 어떻게 움직이며, 어느 정도의 부상을 입게 되는지까지 치밀하게 계산할 수 있다. 위 사진은 앞좌석, 아래 사진은 뒷좌석 탑승자의 같은 시간대 움직임을 각각 보여주고 있다. 국과수 제공
    동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많은 이들에게‘부검을 하는 곳’으로 여겨져 왔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의 사인을 밝히는 단편적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식돼 온 측면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과수는 부검 외에도 교통사고·디지털·약독극물·화학 분석 등을 통해 어쩌면 미제로 남을 수도 있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일보는‘과학 수사’에 대한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 과학수사를 통해 미궁에 빠진 사건 실마리가 풀리고 범인이 특정되는 극적인 과정을 소개해 국민 들의 과학 수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 ◇ 10년 만에 풀린 죽음의 비밀 = 약 10년 전인 지난 2006년 8월 경기도의 한 한적한 마을에서 A(53) 씨가 몰던 차량이 전신주를 정면으로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조수석에 타고 있던 A 씨의 아내 B(사망 당시 39세·중국동포) 씨의 목이 부러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A 씨와 결혼한 지 1년 만에 맞이한 죽음이었다. 그런데 B 씨가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사고를 당한 것과 달리 함께 타고 있던 A 씨와 뒷좌석에 있던 A 씨 친동생(47)은 오른쪽 늑골이 골절되는 정도의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경찰은 고의사고를 의심했다. 경찰의 추궁에 A 씨는“새벽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라며 “아내뿐만 아니라 친동생도 안전벨트를 하고 있지 않았지만,운이 좋아 살아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경찰 의심은 커져만 갔다. 사업 실패로 인해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려 생활비를 충당할 만큼 생활이 어려웠던 A 씨가 사고 발생 6개월 전부터 B 씨 명의로 6개의 생명보험을 들어 놓은 것이 확인됐다. 보험료만 매월 200만 원 이상 지출됐다. 사고 후 A 씨가 B 씨 명의로 타간 보험금은 4억 원이 넘었다. 그러나 A 씨가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사고를 냈다는 직접 증거는 없었다. 이 사고는 그대로 종결됐고, 경찰의 미제 수사 리스트에 올랐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경찰 미제 수사팀은 사건 진상을 밝히기 위해 재수사에 착수했다. 결국 사건에 대한 감정 의뢰가 국과수로 넘어갔다. 감정 의뢰를 받은 국과수 교통사고분석과는 사고 당시 차량 움직임을 재현해 분석하는‘피시크래시(PC-Crash)’와 탑승자의 움직임을 재현해 분석하는 ‘마디모 (Madymo)’ 프로그램의 연계해석을 통해 사고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해 봤다. 국과수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그대로 시뮬레이션해 A 씨의 진술과 사고 당시 상황이 다른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분석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분석 결과,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던 A 씨의 친동생조차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사망한 B 씨를 제외한 전원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사고 당시 도로에 남은 스키드마크(바퀴 자국)를 분석한 결과,졸음운전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직선 형태를 띠고 있음을 확인했다. 졸음운전을 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경우 스키드마크가 휘기 마련인데 사고 현장의 스키드마크는 굽은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정확하게 직선 형태였다. 이에 국과수는“사고는 졸음운전에 의한 것이 아니었으며 B 씨만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고의로 발생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경찰에 전달했다. 경찰은 이 같은 분석을 토대로 A 씨를 살인 혐의로 현재 수사 중이다. ◇ 죽은 자와의 ‘운전자 바꿔치기’= 지난 2011년 4월 15일 오후 11시 40분쯤 경북 구미시의 한 회전식 교차로에서 남녀가 타고 있던 승용차 한 대가 원형화단을 지나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한 한모(여·당시 26세) 씨는 숨진 채 발견됐으며, 조수석에 있던 박모(43) 씨는 얼굴에 가벼운 상처만 입었다. 박 씨는 경찰 조사에서 “유흥업소에서 만난 한 씨와 2차를 가려 했는데,자신이 술에 취해 한 씨에게 운전을 맡겼다가 사고가 났다”고 진술했다. 실제 당시 박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68%로 면허취소에 해당할 만큼 만취 상태였다. 한 씨의 신발까지 운전석에서 발견되는 등 박 씨의 진술과 사고 현장이 맞아떨어졌다. 사고 원인은 한 씨의 과실운전으로 결론 나는 듯했다. 그러나 국과수의 DNA 감정 결과는 정반대였다. 운전석의 트림(골격)과 백미러에는 죽은 한 씨의 모발과 유전자가 검출됐지만,핸들과 운전자석 에어백에서는 박 씨의 DNA가 검출됐다. 운전석에서도 박 씨의 DNA가 다량 발견된 것이다. 더욱이 숨진 한 씨의 아버지도 “딸은 운전면허가 없어 운전했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국과수는 정밀 감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운전석 트림 부분의 철제 구조물이 변형된 것이 발견됐다. 수직 방향의 물체가 찍힌 모습이었다. 국과수는 어떤 상황에서 철제 구조물의 변형이 수직으로 일어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폐차장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방향에서 볼링공을 트림 부분의 철제 구조물에 던지는 실험을 했다. 국과수 관계자는“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트림 철제 구조물에 부딪히면 대각선 방향 자국이 나고,조수석에서 날아와 부딪히면 수직 방향 자국이 난다”며“즉,조수석 탑승자의 머리가 사고의 충격으로 튕겨 나와 운전석의 구조물과 충돌한 것이지,운전석 탑승자의 머리가 충돌한 위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피시크래시와 마디모 프로그램의 연계분석을 통해 당시 상황을 그대로 재현했다. 그 결과 운전석 탑승자는 에어백이 터지면서 얼굴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것으로,조수석 탑승자가 사고의 충격으로 운전석 쪽으로 날아가면서 머리를 트림에 부딪혀 뇌진탕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모형이 나왔다. 얼굴에 가벼운 상처를 입은 박 씨와 뇌진탕으로 사망한 한 씨의 부상과 정확히 일치했다. 결국,박 씨가 자신의 음주운전 사실이 들통 날까 두려워 죽은 한 씨와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박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 등의 혐의로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김다영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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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지훈 교통사고분석과 연구원
    “백번 설명하는 것보다 한번의 실감나는 재현 범인 잡는데 도움되죠”
    “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교통범죄 상황을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당시 상황을 실감 나게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진짜 범인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최지훈(43·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교통사고분석과 연구원은 15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시크래시(PC-Crash)와 마디모(Madymo) 연계분석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피시크래시는 교통사고 당시 차량의 속도·가속도·변형 모습 등을 바탕으로 사고 상황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 프로그램 이고,마디모는 사고 시 차량 내부 탑승자의 움직임과 부상 정도 등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1년부터 국과수가 이 두 프로그램을 연계 활용하면서 많은 교통사고 및 교통범죄 분석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최 연구원은 피시크래시와 마디모 프로그램 활용과 관련해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대기업 연구원으로 오랫동안 일해온 최 연구원이 국과수에 몸담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였다. 최 연구원은 “일에 대한 열정을 잃어갈 때쯤 사명감보다는 단순히 일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국과수 일을 시작 하게 됐다”며“하지만 일을 하면서 나의 증거 감정이 수사에 도움이 되고,범죄 현장의 진범을 가려내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 연구원이 피시크래시와 마디모 연계분석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증거 감정을 하다 보니 법정에 참고인으로 가야 할 때가 많은데, 단순히 범죄 현장을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것이 사건 이해에 훨씬 효과적이었다” 며“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보다 정확하고 빠른 증거분석 기법을 개발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다영 문화일보 사회부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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