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33] 스웨이드 구두

浮萍草 2015. 11. 4. 11:12
    부드럽고 따뜻한 '겨울 오빠'의 필수 아이템
    파란색 스웨이드 페니로퍼. /팔러 제공
    씨가 쌀쌀해지면 아저씨들 눈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기모(起毛), 즉 보송보송 털이 난 제품들이다. 하지만 기모 셔츠나 바지를 즐겨 입는 남성도 구두만큼은 기모 제품에 인색하다. "구두에도 기모가 있나?" 싶지만 '세무'로 흔히 알고 있는 '스웨이드'가 바로 가죽의 기모 버전이다. 그런데 남자들은 스웨이드 구두를 꺼린다. 관리가 힘들 것 같고 추운 계절에만 신을 수 있어서란다. 편견이다. 스웨이드 구두는 의외로 관리가 수월하고 목이 긴 부츠가 아니라면 여름에도 잘 어울린다. 스웨이드는 프랑스어 '스웨덴산(産) 장갑(gants de Suede)'에서 유래했다. 스웨덴에서 스웨이드 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많이 착용했던 모양이다. 스웨이드는 표면을 문질러 기모가 생기게 한 가죽이다. 섬유를 짜 만든 천보다 질기고 따뜻하지만 일반 가죽보다 훨씬 부드럽다. 모나지 않고 융화를 잘하는 사람이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하듯 은은한 컬러로 부드럽게 발을 감싸는 스웨이드 구두는 어떤 차림이든 우아한 모습을 만들어 준다. 딱딱한 정장을 입더라도 스웨이드 구두를 신으면 한결 부드러워 보이고 짙은색이라도 스웨이드 제품을 고르면 무게 감이 덜해 온화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솔을 사용해 한 방향으로 가끔 빗어주기만 하면 한 철 잘 신을 수 있다. 단 고깃집에서 튄 기름은 스웨이드의 기모를 눌러버려 위험하다. 방수처리 효과가 있는 스웨이드 전용 스프레이 제품을 발라주면 참사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수더분한 친구, 언제든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스웨이드라고 별명 붙여줘도 좋다. 이 가을 그런 친구, 그런 오빠가 되고 싶다면 스웨이드 구두를 신어보시라.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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