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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영의정 8번 지낸 수학자 최석정

浮萍草 2015. 10. 20. 09:32
    1701년 최석정(崔錫鼎·1646(인조 24)∼1715(숙종 41))은 영의정에 오른다. 
    아홉 살 때 <시경>과 <서경>을 외웠고, 열두 살에 <주역>을 풀었던 그는 이후로 일곱 번 더 영의정에 임명된다.
    최석정이 지은 수학책 구수략(九數略)의 출간 시기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단지 여러 번 벼슬과 한직을 오가는 동안 여러 학문에 집중할 시간이 있었으리라 추측된다. 
    기존의 동양의 수학을 동양철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해석한 수학책 구수략(九數略)은 2권으로 구성되었다.
    특이하게 당시의 다른 수학책에 없는 인용서 목록이 있는데 중국의 알려진 산학책은 물론이고 중국에서 발간된 서양 수학 내용을 번역한 <천학초함>과 <주산>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이 구수략은 최초로 서양의 수학을 부분적이나마 이 땅에 최초로 소개한 책으로 평가된다.
    구수략에서 인용한 책의 목록. /이장주 교수 제공

    조선 수학책으로는 유일하게 ‘묵사집산법’을 인용 목록에 적어놓았다. 묵사집산법은 경선징(1616년~1690년)이 지은 우리의 수학책인데 최석정은 종6품 활인서 별제(活人署 別提)였던 그를 극찬하였다. 최고의 양반이 당시 중인 계급인 경선징을 대하고 평가하는 모양새는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당시 학문의 세계에서만큼은 신분의 차이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구수략의 내용을 보면,우선 수의 기원과 근본을 설명하고,덧셈,뺄셈,곱셈,나눗셈을 하기 위한 산대의 모양과 산대를 늘어놓는 방법,분수를 나타내는 방법과 그 계산, 그리고 동양수학의 교과서인 구장산술의 재해석 등을 시도하고 있다. 규칙을 가지고 더해지는 급수의 합, 연립방정식 등의 방정식 이론과 풀이도 있다.
    구수략의 내용 목록. /이장주 교수 제공
    특히 이전의 수학책에는 없는 주산과 산대계산법을 비교하였다. 여기서 그는 중국의 주판셈을 설명하면서 자세한 계산법은 중국의 수학책 <산법통종>에 있으니 반복하지 않겠다고 간략하게 언급했다. 또한 당시 중국의 관사가 산대계산을 안하고 모두 주산(珠筭)을 사용하고 일본 역시 이 주산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 깨달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석정이 주판셈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이유는 왜일까? 주산에 비해서 산대계산은 자유롭고 넓은 범위의 자릿수 표현이 가능하다. 특유의 분방함과 확장성이 가능한 우리 고유의 산대계산법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이 책의 마지막 ‘하낙변수’ 부분에서 드디어 그 유명한 각양각색의 마방진이 나타난다. 소개된 46개의 마방진들은 ‘하도’와 ‘낙서’에서 시작해 다양한 변형으로 이루어진다. 이 마방진 일부는 중국의 <양휘산법>과 <산법통종>에 나와 있는 것이고, ‘낙서오구도’, ‘낙서육구도’‘낙서칠구도’‘낙서팔구도’‘낙서구구도’‘범수용오도’‘기책팔구도’‘중상용구도’, ‘구구모수변궁양도’등은 다른 산학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석정이 직접 이름짓고 만든 것들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그윽하고 깊은 동양철학을 인간사의 법칙도 아니고 만물의 법칙도 아니고 점을 치는 수의 법칙도 아닌,수학의 법칙에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학의 관점에서 수학을 설명한다는 것은 수학을 하나의 잡학으로 보지 않고 도학의 한 계통으로 파악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구수략>은 단순히 영의정 최석정의 지적유희의 소산인 수학책이 아닐 것이다. 책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수의 이치가 비록 지극히 심오하다할지라도 어찌 이것에서 벗어나겠는가? 이제 사상에 새로운 뜻을 밝혀서 구장산술의 모든 법칙을 풀고자하니,보는 사람은 새로운 설을 만든다고 말하면서 홀대하지 말라.(P105)” 최석정은 중국의 수학책에 있는 마방진을 연구, 소개하고 그만의 독창적인 마방진을 그의 저서 구수략(九數略)에 넣었다. 구수략이 넓은 범위의 동양수학의 내용을 충실히 담고 있음에도 유독 ‘마방진(魔方陣· magic square)의 책’이라 불리는 이유는 현란하고 창의적인 마방진의 출현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백미는 사진의 ‘구구모수변궁양도’이다. 최석정이 이름 붙여준 구구모수변궁양도는 오일러보다 61년 앞서 발표되었다고 공인된 세계최초의 ‘라틴 마방진’이다.
    구수략에 실린 최초의 라틴마방진 '구구모수변궁양도' /이장주 교수 제공

    동양의 수학을 동양의 사유,철학 그 자체로 보고 다른 나라의 수학자들이 생각 못했던 수학과 상수학(象數學)을 융합하여 설명한 것은 300년 전, 또 다른 형태의 ‘한류’이다. 동양의 세 나라 중에서 그토록 견고하게 보이는 수학을 가지고 깊고 그윽한 동양철학의 옷을 입힌 것은 우리의 최석정 대감이 유일무이할 것이다.
    Premium Chosun ☜       이장주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 ljj16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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