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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일러보다 61년 빨리 9차직교마방진 만든 최석정

浮萍草 2015. 9. 15. 21:49
    난 2013년 11월 23일 한국수학사학회는‘최석정 선생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정 기념’학술대회를 열었다. 
    최석정의 9차 직교라틴방진이 세계 최초임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데 있어 헌신적으로 활동한 연세대학교의 송홍엽 교수는‘오일러를 앞선 최석정의 오일러방진’
    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였다
    ▲   영의정 최석정(좌)과 수학자 오일러의 초상화. /최석정 영정은 이장주씨 제공. 오일러 초상화는 위키피디아.

    경기도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 있는‘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은 선정자를 투표로 결정한다. 최석정 선생이 헌정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석정의 수학책 구수략은 17세기에 알려진 기초적인 수학에서 중요한 내용을 모두 추리고 역학(易學)이론을 합하여 동양철학에 입각한 수학적 이론을 세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석정은 당시 유럽의 발달된 수학에서도 알려지지 않았던 9차 직교라틴방진(九次直交LATIN方陣·PAIR OF ORTHOGONAL LATIN SQUARES OF ORDER NINE)을 발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이는 구수략의 부록인 정(丁)편 하락변수(河洛變數)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사실이 2007년 조합론디자인편람(組合論DESIGN便覽·Handbook of Combinatorial Design·Chapman&Hall/CRC출판사)에 언급되면서 국제학계에서 세계 최초로 인정 받았다. 조합수학(組合數學, Combinatorial Mathematics)의 효시로 알려진 레오나드 오일러(Leonhard Euler· 1707∼1783)의 직교라틴방진에 관한 논문발표(1776)와 비교하자면 구수략이 최석정이 죽은 해인 1715년에 쓰인 것이라 가정해도 61년 앞서는 결과다. 명곡(明谷) 최석정(崔錫鼎·1646(인조 24년)∼1715(숙종 41년))은 최명길의 손자이다. 최명길(崔鳴吉,1586(선조 19년)∼1647(인조 25년))은1636년 병자호란 때 화의를 주장했고 ‘한 시대를 구제한 재상’이라 실록에서 평가한다. 최명길은 병자호란 때 김상헌(金尙憲)이 우리와 청나라의 강화문서를 찢고 통곡하니,이를 주워 모으며 “조정에 이 문서를 찢어버리는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또한 나 같은 자도 없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손자 최석정은 백성의 어려움과 당쟁같은 폐단을 줄이고자 했던 명신이었다. 할아버지와 손주 두 분 모두 이조판서,우의정,영의정을 지낸 보기 드문 경우이다. 최석정은 일명 마방진(魔方陣·magic square)의 책으로 불리는 수학책‘구수략(九數略)’을 저술하였다. 최고위 관료가 시간이 한가해서 수학책을 저술하고 마방진을 유희처럼 생각한 것이 결코 아니다. 수학을 가지고 실생활 적용은 물론, 동양 철학까지 수학의 폭과 그 사유를 넓힌 것이다. 마방진이란 가로(각 행)와 세로(각 열) 그리고 두 개의 대각선상에 있는 수의 합이 모두 같도록 배치한 행렬을 말한다. 이것을 정사각형의 가로 세로의 길이에 따라 n차의 마방진 이라고 부른다. 마방진은 만들기도 힘들고 기묘한 성질 때문에 옛날에는 주술적으로도 쓰였다. 예를 들어 배에 붙이고 다니면 병이 낫는다든지 그것이 적힌 종이를 태워서 먹으면 액과 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   뒤러의 작품 '멜랑콜리아1'.오른쪽은 작품 우측 상단에 있는 마방진을 확대한 모습. /위키피디아

    이 마방진은 여러 방면에서 인간들의 영감을 불러 일으켰다. 수학적 상징물을 많이 사용하는 동판화의 대가로 알려진 뒤러(1471~1528)의 작품 ‘멜랑콜리아1’에서는‘뒤러의 마방진’이라 불리는 마방진이 나온다. 이 그림은 전체적으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심리적 질병,즉 우울증을 소재로 한 그림이다. 우울증을 상징하는 많은 소재 중 마방진은 당시 서양에서 목성을 상징한다고 생각되었다. 우울한 기질에서 벗어나는 데에는 목성의 힘이 필요한데,그 이유는 목성이 기분을 전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김홍도의 <씨름>에서도 마방진을 엿볼 수 있다. 씨름을 열십자 모양 선으로 네 개의 영역으로 나누면, 사람의 명수를 통해 X자형 마방진을 생각할 수 있다.
    ▲   김홍도의 '씨름'. 중앙의 씨름 하는 두명을 대각선으로 맞보는 두 그룹에 10명이 각각 등장한다.왼쪽 상단에 8명, 오른쪽 하단에 두명 합쳐서 10명이다.오른쪽
    상단에 5명,왼쪽 하단에 5명을 합치면 역시 10명이다.김홍도의'씨름'에 대각선 마방진이 숨어 있는 것이다. /위키피디아

    세계최초의 라틴 마방진이‘최석정의 마방진’이라고 인정된 것은 다행스럽다. 아차하는 순간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과 동메달리스트 남승룡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땅의 동물과 식물들의 학명과 김치 그리고 독도를 우리 것이라고 세계에 외쳐야 한다. 자칫하면 항상 도둑질해 가는 이웃이 있으니.
    Premium Chosun ☜       이장주 성균관대 수학교육과 겸임교수 ljj16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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