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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재벌가 후계자 싸움에 자비는 없다

浮萍草 2015. 9. 17. 11:07
    벌가의 후계원칙에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장남 우선 원칙은 이미 몇몇 그룹에서 깨지기 시작했다. 
    계열사를 분할, 자녀들에게 맡겼던 분할 후계 역시 통합 후계로 바뀌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 총괄 회장의 두 아들이 ‘재산싸움’을 벌인 것도 이러한 후계 원칙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작년까지만해도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는 일본 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한국 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맡아서 분할 경영하는 것으로 인식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이러한 후계 구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일본 롯데를 경영하던 장남 신동주 부회장이 경영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신동주 부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총괄회장과 이복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 등을 업고‘쿠데타’를 시도했으나 신동빈 회장의 반격에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이 사건이 있은 후 신 부회장은 일본에서의 배제는 물론 국내 롯데 계열사의 등기이사로 있던 직위마저 박탈당하고 말았다. 
    현재의 롯데 그룹은 명실상부한 차남‘신동빈 회장’ 체제로 만들어졌다. 
    차남이 장남을 밀어내고 ‘하나의 롯데,하나의 리더’라는 그림을 완성한 것이다. 
    롯데그룹의 이번 후계자 다툼은 재계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장남에게 우선권을 주던 관행에 쐐기를 박음과 동시에 형제간 기업 분할 방식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일제 강점기 때 단돈 83엔을 들고 현해탄을 넘어 일본에서 껌을 팔아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일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국에 투자,국내 재계 5위에 이르는 거대 기업군을 일궜다. 
    신 총괄회장은 경상도 특유의 보수적인 시각이 확고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런 그가 장남을 제치고 차남에게 그룹 대권을 물려준 것은 자식보다 기업의 연속성을 더 염두에 둔 결과로 해석된다. 
    지난 연말 갑자기 장남을 일본 경영에서 배제한 것이 아니라 오래전에 차남을 후계자로 점지, 착실하게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조선일보 DB

    일찍이 장남을 후계자에서 배제한 그룹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장남과 차남을 아웃시키고 3남인 이건희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만들었다. 장남과 차남이 이병철 회장의 눈밖에 난 것은 부친에 대한 항명과 경영능력에 대한 회의에서 비롯되었다. 누구보다 냉철한 기업인으로 평가받았던 이병철 창업주는 철저하게 장·차남을 기업 경영에서 소외시켜 이건희 회장의 등극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했다. 결국 이 회장은 오늘의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의 회사로 만드는데 성공,3남으로의 경영권 이양이 적절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되고 있다. 아모레 퍼시픽그룹의 서경배 회장 역시 차남 경영인이다. 창업주인 서성환 회장은 장남을 제치고 30대 초반의 서경배 회장을 사장으로 앉혀 경영수업을 시켰다. 현재 아모레 퍼시픽 그룹은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로 거듭났다. 서 회장은 주식 평가액 국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대 부호가 됐다. 대웅제약도 3남인 윤재승 회장이 그룹 대권을 이어 받았다. 차남과의 경영권 경쟁에서 창업주인 윤영환 회장이 3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내 제약 업계 1위인 동아제약 그룹 역시 4남인 강정석 사장이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 받았다. 강신호 회장은 차남인 강문석 사장을 모기업 경영에서 배제시키고 4남에게 경영대권을 이양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처음에는 장남이나 사실상 장남이 경영대권 수업을 받았으나 나중에 부친이 경영권을 회수한 케이스에 속한다. 경영 능력이 모자라거나 부친의 기업 운영 방식에 반기를 들었다가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났다고 보면 된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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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나 최근의 후계 방식은 철저한 능력 중심으로 후계자를 선정하고 있다. 
    롯데 그룹이 그렇고 최근 후계자로 부상한 대성산업도 그렇다. 
    김영대 대성산업 회장의 장남인 김정한 사장이 최근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후계구도가 3남인 김신한 사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김 회장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할 후계구도의 윤곽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대성산업은 김정한 사장이 최근 대성산업 사장직(기계사업부문)에서 사임했고 계열회사인 라파바이오 사장직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정한 사장의 이번 사임과 관련해 재계에서는 대성산업이 지난해부터 추진해 왔던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감에 따라 후계구도를 조기에 가시화
    하려는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성산업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아들 3명 가운데 3남인 김신한 사장이 후계 승계 구도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 계속 제기돼 왔다. 
    김신한 사장은 2013년 초 장남인 김정한 사장보다 먼저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후 대성산업의 건설·유통사업부문을 맡아 자산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주도해 
    왔다. 
    김신한 사장은 지난해 11월 대성산업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후 현재는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성산업가스 사장을 맡고 있다.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왼쪽부터),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조선일보 DB

    두산 그룹 역시 후계 구도에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두산은 현 박용만 회장에 이르기까지 형제가 번갈아 가면서 ‘회장직’을 맡는 독특한 구조로 경영권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지난 2005년 형제의 난으로 홍역을 치르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두산그룹은 창업 2세인 고 박두병 창업주가 현재 그룹의 모태를 일군 이후 3세대부터 이례적인 형제 경영을 시작했다. 박두병 창업주의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1981년부터 1996년까지 그룹 총수를 역임한 이후 차남인 고 박용오 성지건설 회장이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회장직을 맡았다. 그러나 그는 2005년에 동생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창업주의 3남)이 그룹 총수로 추대되자 이에 반발,검찰에 그룹이 경영 과정에서 편법을 써 비자금을 횡령 했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하며 형제의 난을 일으켰다. 형제들은 그를 가문에서 제명했고 박용오 회장은 2009년 자살했다. 현재 두산그룹 총수는 창업주의 5남인 박용만 회장이다. 문제는 박용만 회장의 다음 순서다. 박용만 회장 동생인 박용욱 이생 회장이 있으나 박용욱 회장은 일찍부터 그룹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자연 4세 경영인으로 이어질 순서다. 4세 경영인들은 현재 가장 큰 형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정원 두산 건설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박용성 중앙대 이사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 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사장,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과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과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오리콤 사장과 박재원 두산 인프라코어 부장 등이 있다. 이들은 모두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서열상으로는 장손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이 맡을 차례다. 그룹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현재 두산건설 경영상태가 좋지 않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영 능력에서 한계를 보여주었다는 설명이다. 또한 형제 경영에서는 그나마 호흡을 맞출 수 있으나 4촌간 경영은 상당한 애로점이 따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후계구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시각이다. 효성 그룹 역시 후계 구도는 현재 오리무중이다. 부친인 조석래 회장은 3형제를 당분간 경영수업을 시킨 뒤 골고루 그룹을 분할, 경영토록하는 그림을 그렸다가 현재는 백지화된 케이스다. 둘째인 조현문 변호사가 반기를 들어 형제간 갈등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앞서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으나 경영 대권은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장남이라는 프리미엄 보다 경영 능력 우선이라는 실용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몇몇 그룹에서 형제간 분할 경영에서 통합 경영 방침으로 방향이 틀어지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 국내 기업 역사가 60~70년을 넘어서면서 3세 들어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능력이 모자라도 장남이나 외아들은 승계자가 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경영 상태에선 장남 보다 경영 능력이 누가 있느냐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룹을 쪼개 형제간 분할 경영하는 방식도 능력자에게 모든 권한을 주는'원톱'방식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경영 능력이 없으면 대주주로서 권리만 행사해야 한다. 기업 경영은 잘 훈련되고 능력있는 경영인이 맡아야 기업도 살고 대주주도 살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조선일보 객원기자(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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