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31] 파나마 모자

浮萍草 2015. 8. 26. 09:49
    가을 타는 '오빠'의 필수품
    ▲  /Enrico Labriola
    추잠자리 날아다니는 걸 보니 가을 문턱에 온 모양이다. 날씨 선선하니 야외 활동이 늘지만 여름 못잖게 햇볕이 강렬한 계절이 가을이다. 자연 소재가 주는 통기성, 멋과 역사성까지 겸비한 파나마모자(Panama hat)로 '오빠'의 존재감을 드러내보면 어떨까. 파나마모자는 파나마에서 약간 떨어진 에콰도르 토산품이다. 고대 잉카인들이 쓰기 시작해 16세기에 지금과 비슷한 모양을 갖췄다. 1930~1950년대에는 남성 필수품이었다. 험프리 보가트와 게리 쿠퍼의 여름 모자를 기억하시는지. 에콰도르산 모자가 파나마모자가 된 데는 몇 가지 설이 존재한다. 에콰도르 모자가 중남미 무역·정치·군사 요충지였던 파나마를 거쳐 전 세계로 수출되면서 파나마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과 20세기 초 파나마운하를 건설하던 노동자들이 쓰던 모자를 1904년 운하 건설 현장에 온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이 쓰고 사진에 등장하면서 파나마모자로 굳어졌다는 주장이다. 요즘은 여성도 즐겨 쓰는 이 모자를 우아한 오빠답게 쓰려면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로비,복도,엘리베이터는 괜찮지만 실내에선 모자를 벗는 것이 기본이다. 연장자나 여성에겐 모자를 벗고 인사해야 한다. 이때 모자는 안쪽이 상대에게 보이지 않도록 가슴에 모자 바닥을 붙여 들고 있어야 한다. 파나마모자는 여름 소재인 리넨,시어서커 같은 소재의 옷과 잘 어울린다. 밝은 파스텔 색상 옷이 파나마모자를 더욱 빛나게 한다. 파나마모자는 에콰도르산 식물 섬유를 엮어 망치로 수천 번 내리쳐 만든다.
    식물 섬유가 가늘수록, 부드러울수록 고급이다. 2.5㎠당 1200개가 넘으면 최고급 파나마모자다. 이마 닿는 부분에 땀을 흡수하는 라이너가 있어야 비싼 섬유가 땀으로 삭지 않는다. 안 쓸 땐 잘 말려 형태가 유지되도록 둥근 모자 통에 넣어 보관하면 손자에게까지 물려줄 수 있다. 골프 필드나 가족 나들이에도 야구캡 대신 파나마모자가 멋스럽다.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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