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29] 반바지 정장

浮萍草 2015. 8. 5. 08:57
    반바지에도 원칙이 있다… 딱 맞게, 상의는 긴팔로
    ▲  이헌 제공
    내 최대 기업이 반바지 착용을 허용했단다. 하지만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면 '속았다'는 기분이 든다. 주말·공휴일 출근 시에만 반바지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런 발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아저씨들 사이 반바지 착용이 빠르게 받아들여질 것은 시간문제다. 남성복식사를 들여다보면 반바지 근무복이 완전히 금기였던 건 아니다. 영국령 버뮤다 섬에선 '버뮤다 쇼트'란 이름의 반바지가 정장으로 채택된 바 있다. 버뮤다의 한 은행 책임자는 2차 대전 당시 물자 부족과 더불어 더운 날씨에 은행에서 근무하는 남성 직원을 위한 복장을 고민 하다가 아열대 지역에 주둔하는 영국군 반바지를 모델로 정장을 만들어 입혔다. 이 은행이 공식 지정한 '반바지 정장 차림'은 무릎길이 반바지에 무릎까지 올라오는 양말을 신은 다음 셔츠와 타이를 챙겨 입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쉽지 않으니 다음 다섯 가지 원칙을 충족하는 선에서 '오빠'로 거듭나 보자. 첫째 핏(fit)이 중요하다. 너무 벙벙한 반바지는 안 된다. 다리 근육을 잘 드러내는 날씬한 핏의 반바지가 알맞다. 둘째, 길이는 무릎보다 약간 짧은 것이 적당하다. 칠부바지나 허벅지가 허옇게 드러나는 짧은 반바지는 휴양지용이다. 셋째, 옷깃 없는 반팔 차림은 금물.
    반바지에 반팔, 칼라(옷깃) 없는 티셔츠를 입는다면'노는'옷차림이지 일터를 향하는 모습은 아니다. 넷째, 재킷을 갖춰 입으면 미팅용으로도 쓸 만하다. 얇은 홑겹의 셔츠 재킷은 반바지와 찰떡궁합. 재킷이 부담스러우면 조끼도 괜찮다. 다섯째, 반바지에 정장 구두는 안 된다. 끈 매지 않는 슬립온과 로퍼를 맨발에 신어 여름 룩(look)을 완성하자.
    Premium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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