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흔들리는 공무원

5 "어차피 안 될 장관…저녁있는 삶 중요"

浮萍草 2015. 8. 21. 00:00
    세종시 공무원 10명 중 9명은 “승진보다 저녁 있는 삶"
    남자공무원 육아휴직도 4년 동안 두배 가까이 증가
    가 정책을 관장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직장인화(化)되고 있다. 권한이 국회와 민간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목소리도 있지만,국가 정책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ㆍ직급 낮을수록 ‘승진보다는 저녁이 있는 삶’ 원해
    지난해 수습사무관 딱지를 떼고 세종시의 한 경제부처에 발령받은 박정현씨(가명)는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일주일에 두번씩 요가 동호회에 나가고 있고, 일이 빨리 끝날 때는 동기들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도 한다. 중앙부처 공무원은 잠 잘 시간도 없다는 말에 단단히 각오를 하고 세종시로 왔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야근이나 주말근무는 많지 않았다. 공무원들의 저녁 시간이 달라졌다. 과천청사 시절에는 밤 늦게까지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던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세종시 이전 이후에는 '저녁이 있는 삶'을 찾고 있다. 전반적인 공무원 사회 분위기 자체가 일과 삶을 균형을 찾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국·과장 등 간부급 공무원들의 잦은 출장으로 상관이 자리에 없는 일명'무두절 (無頭節)'이 늘어난 영향도 크다. 조선비즈의 설문조사에서 203명의 5급 이상 세종시 공무원 중 178명(87.7%)은 '승진이 늦어도 저녁이 있는 삶'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저녁보다는 승진이 빠른 삶을 택하겠다고 답한 공무원은 20명(9.9%)에 그쳤고, 일주일에 한번만 저녁 있는 삶을 택하겠다는 응답자도 있었다. 승진보다는 삶의 여유를 택하는 경향은 젊은 공무원일수록 강했다. 2급 이상 고위공무원 중에 저녁이 있는 삶을 택하겠다는 비율은 78.3%였지만 5급 공무원에서는 90.1%가 저녁이 있는 삶을 택했다. 중앙부처 중에서도 바쁘기로 소문난 기획재정부의 한 사무관은 "기회만 되면 좀더 여유있는 부처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과거 중앙부처 공무원들에게는 장·차관이 되는 것이 지상목표였지만 이제는 일반 직장인들처럼 하루하루 생활 자체에 만족하게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육아휴직 현황에서도 드러난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2010년만 해도 남자 공무원 중 육아휴직을 쓴 사람은 서기관급인 4급은 9명,사무관급인 5급은 32명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통계를 보면 남자 4급 중 육아휴직을 쓴 공무원은 총 16명으로, 5급은 63명으로 늘었다. 남자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쓰면 동기들에 비해 당연히 승진이 늦어질 수밖에 없지만 이제는 승진보다는 가정이나 자기계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ㆍ공무원의 직장인화 "우려스럽다" vs "시대 따라 문화 바뀌어야"
    공무원의 직장인화를 바라보는 선배 공무원들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은"옛날 같으면 남자 공무원이 육아휴직 쓰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며"갈수록 공무원들이 직장인처럼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역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최근 젊은 사무관들이 올리는 보고서의 질이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다"며"예전에는 주말마다 다같이 출근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 했는데 세종시로 온 뒤에는 국·과장들이 서울에 있다보니 젊은 사무관들은 주말에 출근도 안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불만이라는 대답이 많았지만 만족한다고 답한 공무원들은 빠른 퇴근이나 근무여건 개선을 이유로 들었다. ' 야근 감소 등 업무량 축소'덕분에 세종시로 이전한 것이 만족스럽다고 답한 공무원이 8.9%였다. 회식 등 저녁 시간을 잡아먹는 문화도 사라졌다. 기재부의 한 사무관은"과천 시절에는 일주일에 한두번은 과사람들과 회식 겸 저녁자리를 가졌는데 세종시로 내려온 뒤에는 간부들이 저녁에 서울에 올라갈 일이 많아 회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 변화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와 국회의 권력관계가 지난 10여년 사이 일방적으로 국회로 기울었다. 민간보다 적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국가 정책을 만든다는 사명감에 일하던 공무원들로서는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직사회의 힘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연차가 낮은 젊은 공무원들은 일반 직장인처럼 저녁과 주말을 누리며 공무보다는 개인의 삶에서 만족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중앙부처에서 과장까지 지내다 민간기업으로 이직한 한 전직관료는"민간기업으로 오고 나서 주말에 사장에게 이메일을 한 번 보냈다가 크게 혼나서 매우 놀랐다" 며"이제는 오래 근무하고 야근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도 미덕이 아닌데 공무원들만 아직도 그런 문화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iz Chosun ☜       조선비즈 정책팀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