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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우리나라 횡단보도에 화살표가 있는 이유

浮萍草 2015. 8. 13. 08:53
    ▲  횡단보도의 화살표
    인슈타인은 말년에 통일장이론에 매진했다. 이것은 모든 것을 하나의 법칙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 룰은 간단할수록 좋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울 방향으로 자동차를 타고 들어오다 보면 바로 옆에 공항철도 레일이 보인다. 주의 깊게 보면 자동차는 우측통행하고 있는데 기차는 좌측통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왜 우리나라는 자동차와 기차가 다니는 방향조차 통일하지 못했을까?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처럼 자동차와 기차가 모두 좌측통행했지만 해방 후 미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자동차가 우측통행하게 되었다. 바로 우리 역사의 굴곡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다보니 서울 지하철도 국철과 연결되는 것은 좌측통행, 나머지는 우측통행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동차와 기차는 서로 충돌할 일이 없으니 굳이 통행방향을 통일할 필요가 없다고 치자. 하지만‘사람은 좌측통행,자동차는 우측통행’ 체계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 왜 사람과 자동차가 통행방향이 달라야 하는가. 자동차가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에서는 횡단보도에서 오른쪽으로 건너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왜냐하면 횡단보도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차가 왼쪽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좌측통행하던 시절 우리나라 횡단보도에는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2개의 화살표가 등장하게 됐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걷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런 단편적 처방이,속된 말로 이런 ‘땜빵’이 어디 있는가. 나는 이것이 참 창피하게 느껴졌고 외국인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웠다. 나는 중앙공무원교육원 등에서 이 내용을 10년이 넘도록 강의했고 이후 사람과 자동차의 통행방향은 우여곡절 끝에 우측으로 통일됐다. 이제 두 개의 화살표는 우측통행을 계몽하는 품격 높은 것으로 팔자가 확 바뀐 것이다. 이제 횡단보도에서 이 화살표들을 지워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문화는 많이 나아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여전히 고쳐지지 않는 점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그림1>과 같이 마지막 차로가 직진과 우회전 모두 허용되는 교차로를 생각해보자. 이 교차로에서 먼저 진입한 차량 A(빨강색)가 직진하려고 신호대기하고 있고 바로 뒤의 차량 B(파랑색)가 우회전하려는 <그림2>의 경우를 생각하자. 우리나라 에서는 차량 B의 운전자가 경적을 울리며 양보를 강요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래서 마침내 <그림3>과 같이 차량 A를 옆 차선에 밀착시키거나 아예 교차로 안쪽으로 45도 각도로 밀어 넣고 차량 B는 기어코 백미러를 스치며 아슬아슬하게 우회전을 달성한다. 어떤 경우는 아예 차량 A 운전자가 알아서 밀착시켜 정차하기도 한다. 욕먹기 싫어서 마지막 차로에 직진차량들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말 부끄러운 우리나라 교통문화의 현주소다. 차량 A는 직진할 권리가 있고 차량 B는 비키라고 강요할 권리가 없다. 이 경우 차량 B 운전자는 그냥 그날의 운세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나는 운전면허를 미국에서 받았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미국에서 늘 하던 식으로 교차로에서 <그림2>의 차량 A처럼 정차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차량 B 운전자가 내려서 욕을 퍼부어대는 것이 아닌가. 남의 우회전을 막고 야간에 교차로에 정차하면서 전조등도 끄지 않은 나를 보고 자기밖에 모르는 나쁜 사람이란다(사실은 더 다이내믹한 어휘들을 사용했다). 상향등을 켠 것도 아닌데 전조등까지 언급하니 어이가 없었다. 낮에도 전조등을 켜고 다니라는 최근 교통 캠페인을 그 운전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 모든 것이 선진국의 <그림4 >같은 교차로와 혼돈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림4>는 마지막 차로가 오직(ONLY) 우회전만 허용되는 교차로다. 이 교차로에서 먼저 진입한 차량 A(빨강색)가 직진하려고 신호대기하고 있고 바로 뒤의 차량 B(파랑색)가 우회전하려는 <그림5>의 경우를 생각하자. 만일 차량 A가 직진하면 선진국 경찰은 바로 스티커를 발부한다. 차량 A는 직진할 권리가 없고 차량 B는 비키라고 강요할 권리가 있다. 이 경우 차량 A는 결국 우회전을 할 수밖에 없다. 애당초 우회전 차로에 들어온 것이 잘못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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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퇴근할 때 직진해야 하는 교차로 중 하나는 <그림1>과 <그림4> 중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알 길이 없다. 마지막 차로에 화살표가 없고 간격이 넓어 차량 두 대가 동시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형차량이 자주 차로 중앙에 정차해 정당한 우회전도 막아버린다는 것이다. <그림4>처럼 선을 그어 분명히 구분해줘야 할 것이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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