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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6·25 때 인제에서 강 건너다 피살된 미군 남편이 남긴 유언

浮萍草 2015. 6. 25. 09:49
    리빙스턴(Livingstone) 다리와 리빙스턴(Livingston) 다리
    거리뷰를 통해 본 리빙스턴 다리. 사진 오른쪽에 기념비가 있다. /네이버지도
    래 SF(Science Fiction·과학소설)에 관심이 많던 나는 유학시절부터 틈틈이 여러 작품을 써왔다. 우리나라 사람이 주인공이고 배경 또한 한반도인 SF가 나와야 한다는 소신 때문이다. 그럴듯한 배경을 선정하기 위해 강원도 설악산 일대를 뒤졌다. 그러던 중 설악산 가리봉 근처와 인제초등학교 가리산 분교가 내 소설 환경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다. 운동장 구석에 서 있던 이승복 소년 동상까지 완벽했다. 소설을 완성한 나는 1997년 ‘가리봉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어렵게 책으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당시 가리산분교 곽연자 교장 선생님과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1998년에 닥친 IMF 한파로 출판사가 문을 닫아 책이 서점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그 소설을 아까워한 다른 출판사가 다시 출판을 제안해왔다. 그래서 원고를 추가해 ‘코리안 페스트’라는 제목으로 1999년 다시 출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물론 내 소설이 졸작이기도 했지만 당시 우리나라 SF 시장의 척박함을 극복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 소설은 ‘와트슨’ 역할을 하는 김은하와 ‘홈즈’ 역할을 하는 최신성이 나오는 1인칭 소설이다. 어느 해 여름 설악산 가리봉에 UFO가 추락하고 김은하, 최신성 두 기자는 이를 추적한다. 그런데 탈영병 사건과 괴질까지 겹쳐 일이 점점 복잡해진다. 군은 인제초등학교 가리산 분교 운동장에 임시 본부를 설치하고… 출판을 포기한 그 소설을 ‘침입자’라는 제목으로 내 블로그에 올려놨으니 읽어보기 바란다. 가장 기억에 남은 내용은 아래와 같이 리빙스턴 다리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나, 최 기자, 현 박사, 이렇게 셋은 내설악으로 향했다. 인제를 벗어나 장 PD가 전에 애틋한 사연이 있다고 간단히 설명해 준 리빙스턴 다리를 다시 건너게 됐다. 나는 그 사연이라는 것이 궁금해 두 사람에게 잠깐 내리기를 제안했다. 다리 옆의 기념비에 새겨진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았다. 그 다리는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국 육군 리빙스턴 소위의 이름을 따서 명명됐다. 인제 지구 전투에 참가한 리빙스턴 소위의 부대가 강을 건너던 중 매복하고 있던 적의 기습을 받아 대부분이 희생됐다. 소위도 중상을 입고 후송됐으나 결국 순직했다. 그는 임종 직전 다리가 있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부하가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국에 있는 부인에게 사재를 털어서라도 그곳에 다리를 가설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를 전해들은 리빙스턴 소위의 부인은 전쟁이 끝난 1957년 다리를 만들었다. 물론 그 다리는 원형이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당시에는 ‘빨간 다리’라고 불렸을 만큼 빨간 페인트칠이 돼있었다….’ 참 읽으면 읽을수록 기가 막힌다. 내가 대전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리빙스턴 다리를 아는 사람도 주위에 거의 없다. 아프리카 잠비아의 빅토리아 폭포 옆 리빙스턴 다리를 아는 사람이 몇 명 있을 뿐이다. 세계적 관광지인 아프리카의 리빙스턴(Livingstone) 다리보다 강원도의 리빙스턴(Livingston) 다리가 나에게는 더 소중하다. 이 다리는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합강리에 있다. 마침 6·25여서 이 칼럼을 게재한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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