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주 이야기

46 아이들 별 보여주라고 거액을 내어놓은 은행

浮萍草 2015. 7. 9. 11:07
    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507/06/2015070602806_0.jpg
    K 은행의 후원으로 제작한 스타-카.
    축제는 대도시에서도 자주 열리지 못한다. 일단 천체망원경을 비롯한 여러 장비들을 차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니 도서벽지 아이들은 천체망원경으로 달조차 볼 기회가 없다. 한국천문연구원장 시절 천체망원경을 탑재한 스타-카(Star-Car)를 만들고 싶었으나 예산이 여의치 않았다. 마침 K 은행이 ‘Star Bank’를 표방하며 변신한 직후여서 친한 임원에게 시비를 걸었다. “누구 허락 맡고 그렇게 이름 지었습니까?” “예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이들에게 별이라도 보여주면서 ‘Star Bank’를 외치셔야지….” “은행이 어떻게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줍니까?” “스타-카를 만들어주시면 됩니다. 운영은 저희 천문연구원이 하겠습니다.” 내 말에 귀를 기울이던 그 임원은 스타-카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고 몇 달 뒤 후원이 결정됐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놀라움과 반가움에 뒷얘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고 싶은 K 은행 임직원들의 열의가 천문학자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 한 것 같지 않았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스타-카는 단순히 천체망원경을 탑재한 차량이 아니다. 많은 시청각 기자재를 동시에 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대형트럭 값의 3배 정도 제작비가 든다. K 은행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예산을 전액 지원했다. 평소 기업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우리 한국천문연구원이 기부 받은 역사상 최고 액수였다.
    스타-카 방문지. 민통선 지역, 제주도, 울릉도… 안 간 곳이 없다.

    나는 스타-카를 도장할 때 K 은행의 로고를 최대한 크게 그려 넣으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생색 한 번 내지 않은 K 은행에게 조금이라도 은혜를 갚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후 스타-카는 한국천문연구원의 커다란 자랑거리가 됐다. 연구소 앞길에서 신호 대기하는 운전자들 보라고 나는 스타-카를 일부러 정문 옆 주차장에 세워 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청원경찰이 건의하는 것이었다. “원장님, 스타-카를 더 이상 그 자리에 세워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왜요? 일부러 거기 세우는 건데….” “스타-카가 이동식 은행인 줄 알고 사람들이 자꾸 차를 세우고 돈을 찾으러 옵니다.” 동네 어귀에 스타-카가 나타나면 아이들이 좋아서 그때부터 차를 따라 뛰어다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치 내가 어렸을 때 모기약을 뿌리던 차를 따라다니듯…. 스타-카는 도장을 새로 해서 이제 모습이 완전히 바뀌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다닌다. 위원회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 방문지를 결정하는데 올여름 스케줄은 이미 꽉 찬 상태다. 스타-카는 아이들에게 별과 우주에 대한 꿈을 심어 준다. 스타-카에서 별을 보며 자란 아이들은 과학자, SF 작가, 우주만화가, 우주음악가, 우주미술가,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며, 영화를 만들어도 한국판 ‘스타워즈’를 만들 것이다. 어떻게 하면 헐벗고 굶주린 북한 아이들에게 별을 잘 보여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것이다. 그 때는 누구에게 시비를 걸어야 하나……. “누구 허락 맡고 휴대폰 이름을 ‘갤럭시’로 정했습니까?” “사이다 이름이 북두칠성이네요.” “낮에는 대통령께서 통치하시지만 밤에는 천문학자들이 통치한다는 사실 잘 아시지요?”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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