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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고속도로

浮萍草 2015. 8. 20. 00:00
    ▲  미국의 고속도로망
    난 48번 칼럼에서 교통문제를 다룬 김에 우리나라의 고속도로에 대해 알아본다. 먼저 미국의 고속도로망 지도를 보자. 홀수 번호는 남북 방향 도로로서 제일 서쪽, 태평양 쪽에서 5번으로 시작해 15, 25, ……, 제일 동쪽, 대서양 쪽의 95번으로 끝이 난다. 짝 수 번호는 동서 방향 도로로서 제일 남쪽, 멕시코만 쪽에서 10번으로 시작해 20, 30……, 제일 북쪽, 캐나다 쪽의 90번으로 끝이 난다. 홀수 번호 고속도로는 반드시 남쪽 방향(S, South)과 북쪽 방향(N, North),짝수 번호 고속도로는 반드시 동쪽 방향(E, East)과 서쪽 방향(W, West)을 표기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유학했던 텍사스 오스틴에서 일리노이 시카고를 고속도로로 가려면 35N -> 80E 같이 기억해야 한다. 즉 35번 도로를 북쪽 방향으로 달리다가 80번을 만나 동쪽 방향으로 바꿔 타면 된다. 우리나라 고속도로망도 미국과 비슷하다. 홀수 번호는 남북 방향 도로로서 서해 쪽에서 15번으로 시작해 25, 35, ……, 동해 쪽의 65번으로 끝이 난다. 짝수 번호는 동서 방향 도로로서 남해 쪽에서 10번으로 시작해 20, 30, ……, 제일 북쪽 60번으로 끝이 난다. 단지 1번 도로만 상징적으로 원래 번호를 간직하고 있다. 고속도로망이 점점 더 확대되면서 미국처럼 동(E), 서(W), 남(S), 북(N) 표기가 최근 추가됐다.
    ▲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망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미국의 텍사스보다 작은 영토에 거의 미국 수준의 고속도로망이 구축돼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마치 전자공학의 집적회로 같다고나 할까! 이렇게 전국 방방곡곡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나라가 과연 세계에 몇 나라나 있겠는가. 대전에 사는 내가 차를 몰고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지역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을 정도다.미국에서는 대도시를 둘러 싼 순환도로들이 이중삼중으로 배치돼 있는데 세 자리 번호들을 부여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완성된 순환도로라고 할 수 있는 도로는 서울 주위의 100번과 대전 주위의 300번 정도다.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지도를 보면 인천 주위의 400번,광주 주위의 500번, 부산 주위의 600번,대구 주위의 700번이 순환도로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편번호를 이용해 순환도로 번호를 매긴 한국도로공사의 지혜가 돋보인다. 다른 번호들 역시 우리 실정에 맞게 잘 부여돼서 예를 들어 25번 도로에서 갈려나간 251번이나 253번 같은 번호는 25-1, 25-3 같이 생각하면 된다. 252번, 즉 25-2 도로가 없는 이유는 25번 도로가 남북 방향 도로여서 홀수로 끝나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유학했던 1980년대의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인구 20만의 쾌적한 도시였다. 그런데 인적도 거의 없는 서쪽 교외에 360번 도로가 있었다. 그 먼 곳에 왜 자동차 도로를 만들었는지 의아하게 여기며 드라이브를 하곤 했다. 하지만 인구가 50만으로 늘어난 오늘날 이 도로는 순환도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십 년을 내다보고 순환도로를 미리 건설한 오스틴의 지혜에 혀를 내둘렀다.
    ▲  오스틴의 360번 도로(구글 지도).

    ▲  미국에서 두 도로의 중복을 알리는 표지.
    생각해 보라. 서울 100번 순환도로 건설과정이 얼마나 힘들었는가. 여러가지 마찰로 생각보다 많은 예산을 들이고 시간도 더 걸려 준공하지 않았는가. 오스틴만큼 미래를 내다봤더라도 그런 시행착오는 없었을 것이다. 옛날 고속도로 주위에 접도구역을 선정했던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이 새삼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미래를 내다본다는 것은 개인이나 국가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 고속도로에 대해 한 가지만 언급하고 싶다. 예를 들어 35번 남(S)을 타고 서울에서 내려오면 남이 갈림목에서 35번이 사라졌다가 1번 -> 300번을 타고 산내 갈림목에 이르러 35번 남(S)이 다시 나타난다. 이 경우 1번 -> 300번 구간도 사실 35번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미국처럼 두 도로의 중복을 알리는 표지를 곳곳에 보강하면 훨씬 더 운전하기 쉬운 우리 고속도로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광복 70년을 맞이한 우리 대한민국은 미국 부럽지 않은 자랑스러운 고속도로망을 소유하게 됐다.
    이것은 도로 전문가들과 정부 등이 그 동안 묵묵히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남북통일이 되면 홀수 도로들은 북한 영토로 뻗어 올라갈 것이다. 예를 들어 15번, 65번을 타고 북쪽 끝으로 가면 각각 신의주, 청진에 이르게 될 것이다. 평양-원산 고속도로는 70번으로 편입되지 않을까……. 고속도로망 구축과 마찬가지로 도로명 주소 도입,우편번호 개편,차량 번호판 교체,버스 노선 개선…… 여러 가지 사업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들과 정부 등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이 모두 자랑스러운 선진국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당장 불편함을 호소하기 전에 조금은 참고 기다리는 국민의 미덕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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