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왜 미국은 졸업식을 주말에 하는 걸까?

浮萍草 2015. 7. 2. 11:13
         ㆍ미국 대학 졸업식 참여기
    
    이 이야기는 사실 쓸까 말까 망설였다. 
    독자들이 딸 자랑한다고 할까 봐 그랬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 졸업식과 많이 다른 현장 경험담이라 쓰기로 했다. 
    30년 직장생활을 하느라 가정에서 나는 불량주부, 불량엄마였다. 
    불량엄마의 딸이 고생 끝에 5년 만에 박사과정 졸업을 한 것이다. 
    나도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직장일로 참여하지는 못했었다.
    학사, 석사, 박사가 모두 참여하는 대학의 졸업식은 일요일에 개최되었다. 
    장소는 2만 명 규모의 큰 매머드 운동장. 미국 북동부에 있는 학교인데도 여름이 빨리 왔는지 5월의 햇빛은 뙤약볕 수준을 넘어섰다. 
    한여름처럼 뜨겁고 강렬했다. 
    모두 모자, 선글라스로 햇빛을 차단하였지만 그래도 들어오는 햇빛으로 다들 지쳐버렸다.
    하지만 졸업식은 진지하고, 경건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나라 졸업식에 참여한 지인들은 대학 졸업식의 의미와 권위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고 걱정하였는데 여기서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행사는 세 시간쯤 진행되었는데, 본 행사는 총장 등 축사로 한 시간 내에서 간단히 끝났다. 
    학생들의 행진과 입장에만 두 시간 정도 걸렸다.
    ㆍ축제같은 분위기가 부러웠다
    졸업식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축제같은 분위기와 주말에 졸업식을 하는 점이었다. 우리나라 대학 졸업식은 우수 졸업자 시상식 위주여서 상 받는 사람들만의 행사처럼 여겨질 적도 있다. 그러나 이 학교의 졸업식 식순에는 시상식은 처음부터 없었다. 성적우수자들에게는 목에 거는 별도의 띠를 하나 더 줄 뿐이었다. 소수의 우등생을 강조하지 않으니 참여하는 졸업생의 부담도 줄어든다. 학부생들의 높은 참여도 인상적이었다.
    대학 졸업식 전경

    지난달에 짧게 미국을 다녀왔다. 대학원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이 이번 미국방문의 주요 목적이었다. 큰딸이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다니는데 이번에 졸업하였다. 박사과정에 입학한 지 5년 만의 일이다. 축제분위기는 식전 행진부터 시작된다. 행진은 박사, 석사, 학사 순서로 진행되는 데 학부생보다 먼저 박사 졸업생을 배려하는 학교 측의 의도가 엿보였다. 부모와 가족들은 졸업생들이 행진하는 길가에서 기다리면서 행진하는 졸업생에게 손뼉을 치고 환호를 한다. 모두가 웃으면서 참여하고 축하해주는 분위기이다. 하나의 축제였다. 인사말에서 총장 하는 말이 박사 졸업자의 99.2%가 취업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박사 취업률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그 학교는 일요일에 메인 졸업식을 하고 이어서 단과대학별로 졸업식을 했다. 또 그 전 날 토요일에는 박사학위 대상자만 모아서 후딩 세레모니(박사학위를 상징하는 후드를 지도교수가 걸어주는 의식이다)를 했다. 박사의 경우 참석해야 하는 졸업식은 세 개나 되었다. 하지만 모두 토, 일요일에 개최하니 가족들이 참여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졸업식을 주말에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미국은 나라가 커서 이동시간이 길어서 그런가 보다 생각할 수도 있다.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그런데 이는 땅덩어리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동네 고등학교의 학교행사도 졸업식을 포함한 모든 행사는 저녁 아니면 주말에 한다. 아예 parents’ night이라고 행사이름도 정해져 있다. 많은 엄마들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 첫 번째 이유라면 아버지도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은 또 다른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 미국사회는 워낙 다양한 가족이 많기 때문에 가족구성원 중 누구라도 아이들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아닐까 나름 추측을 해본다. 우리나라도 점점 일하는 엄마들이 늘어나고 아빠들의 자녀 학교생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졸업식에 가거나 행사에 참여하려면 직장에 조퇴하든지 양해를 구해야 하니 쉽지가 않다. 워킹맘들의 부담감과 죄책감은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참여하기 어려울수록 증가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맞벌이 가구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유배우 가구(배우자가 있는 부부 가구)는 총 1171만6000가구이며, 이중 맞벌이는 509만7000가구로 전체인원의 5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도 부모들의 학교생활 참여가 용이하도록 밤이나 주말에 학교행사를 했으면 좋겠다. 주말에 하는 졸업식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은 졸업식 시상식이 없는 졸업식이 부럽기만 했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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