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20 “귀청소를 병원에 안가고 왜 밀실서 하나요?”

浮萍草 2015. 4. 1. 11:01
    터미널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귀청소방 간판과 무단게시물.
    난 달 서울 광진구에 있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지방에 다녀왔다. 글귀도 요상하고 그림도 야시시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터미널 근처 전봇대에 귀청소방 전단이 띄엄띄엄 붙어 있었다. 도대체 귀청소방은 무엇을 하는 곳일까? 사람들이 궁금해서 광고를 흘낏흘낏 쳐다보며 지나간다. 키스방을 청소년유해업소로 지정하니 키스방 단속을 피해서 귀청소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업소가 생긴 것이다. 본래 옥외광고물은 시군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게재할 수 있다. 허가를 받고 저 광고들을 붙인 것일까? 엉성한 포스터에는 “미녀들과 대화하면서 귀를 청소하세요. 즐거운 대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밑에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귀청소방도 신 변종업소의 일종이다. 키스방,귀청소방,성인 PC방, 인형방등 방 종류도 다양하다. 자유 업종으로 등록해서 영업을 하고 있어 전국에 몇 곳이나 있는지 파악조차 어렵다. 자유 업종은 인가 또는 허가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영업정지등 행정처분의 대상도 아니다. 귀청소방은 일본에서 전파된 신종업소로써 일부 유사성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근에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귀청소방 단속을 나갔다가 온 경찰들을 만났다. 남대문 근처와 봉천동에 있는 귀청소방을 단속하였다. 귀청소방에서 불법행위를 했을 때만 행위관련 근거 법으로 단속할 수 있다. 주로 성매매방지특별법에 근거한 유사성매매 등 성매매행위가 있었는지가 주요 단속대상이 된다. 남대문에 있는 귀청소방은 약 30평 규모의 업소 내에 1평 크기의 룸 10개실을 갖춰놓고 있었다. 방을 일본식 다다미방으로 꾸며 놓고 20대 초반의 여자종업원 3명을 고용하여 영업하고 있었다. 인터넷 또는 전화 예약을 통하여 남자 손님들에게 30분 서비스에 5만원을 받으면 종업원에게 2만원을 준다고 한다. 남대문 근처의 회사원들이 점심때에 이용을 많이 한다. 관악구에 있는 귀청소방은 약 50평 규모의 업소 내에 소파베드 등을 구비한 0.5평 크기의 룸 12개실을 갖춰놓고 있었다. 여기는 다다미방은 아니었다. 이 업소는 규모가 커서 20대 종업원 9명을 고용하고 있었다. 인터넷 또는 전화 예약을 통하여 30분에 3만5천원 1시간에 6만원을 받고 남자손님을 상대로 영업하고 있었다. 귀청소를 어떻게 하기에 30분, 한 시간까지 귀청소를 하고 있을까?
    귀청소방의 내부 모습과 종업원의 소품가방

    어렸을 적 나는 엄마가 귀지를 청소해주면 시원하다고 좋아했다. 귀지가 쌓일 겨를도 없이 조금 생기기만 하면 귀지를 파달라고 졸랐다. 엄마의 무릎 위에 앉아 있으면 스르르 조름도 왔다. 엄마의 손길이 그리워 더 자주 귀를 파달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큰아이가 갓난아이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아이가 귀의 통증을 호소해서 들여다보니 귀지로 귀가 꽉 막혀 있었다. 놀라서 이비인후과에 얼른 데리고 갔다. 병원에서는 최신 장비로 귀지를 감쪽같이 제거하고 소독을 해주었다. 모든 가정에서 귀지에 얽힌 사연들 한둘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귀 청소는 의료행위일까? 아닐까? 귀를 병원이 아닌 곳에서 청소하는 것은 의료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 의료법 제27조에 의하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귀지를 제거하다가 염증에 걸릴 수도 있다. 귀는 중요한 몸의 기관이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 저렇게 방치해두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신 변종업소인 줄 알면서도 이용하는 고객들과 불법인 줄 알면서도 단속의 눈을 속여서 버젓이 영업하는 영업주들이 있는 한 이러한 신 변종업소는 또 다른 형태로 생길 것이다. 정부 규제에 앞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건전한 시민의식이란 생각이 든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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