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22 차별의식 없이 특별교육시키는 미국 고등학교들

浮萍草 2015. 5. 16. 12:39
    국연수 중에 고등학교 다니는 자녀를 둔 교포들이“우리 아이가 올 A를 받았어요.
    ”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외로운 이민생활에서 자녀가 공부 잘하는 것은 큰 기쁨일 것이다. 
    그런데 어떤 과목의 A인지 궁금했다.
    미국 고등학교에는 대학수준의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A 학점이라고 다 똑같은 A가 아니다. 
    특별프로그램은 AP와 IB이다. AP는 Advanced Placement, IB는 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이다. 
    두 과정은 일반 고교과정과 교육 수준이 다르다. 
    교과서도 다르고 교육내용도 다르다. 
    난이도에 큰 차이가 있다.
    숙제도 거의 매일 부과되어 학생들은 정신없이 바쁘다. 
    시험도 어렵지만 학생들끼리 경쟁도 치열하니 학점을 잘 받기도 어렵다. 
    미국 고등학생들도 AP와 IB 과목을 수강하면 우리나라 고3처럼 심신이 고달프다. 
    그러나 모든 고등학교에 이들 특별과정이 다 있는 것은 아니다. 
    AP와 IB과정 교과목을 가르치기 위해서 교사들은 별도의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AP와 IB과정 설치현황으로 학교를 분류해보면 두 과정 다 있는 학교,AP만 있는 학교,IB만 있는 학교,하나도 없는 학교.4가지 조합이 생긴다. 
    AP와 IB과정 두 과정 모두 다 있는 학교는 우수한 학교이다. 
    아주 시골 벽촌에 있는 학교들 빼놓고는 AP 과목 중 최소한 한두 개는 개설이 되어 있다. 
    지금 이러한 이야기는 공립고등학교의 이야기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특별과정들이 누구에게나 오픈된다는 점이다.
    누구나 원하는 학생은 모두 자유롭게 특별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과목 선택결정은 학교가 하는 것이 아니고 학생 본인들이 한다. 
    문호가 열려 있으니 처음에는 많은 학생이 AP나 IB 신청을 한다.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누구나 수준 높은 공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듣고 성적을 받고 나면 많은 수가 수강을 포기한다. 
    2학년 되면 또 다수가 포기한다. 3학년 되면 거기서 또 그만둔다. 
    4학년 되어 최종 IB 학위(Diploma)를 받는 아이들은 전체의 10%도 안 된다.
    수강신청을 하는 학생들./조선일보DB

    이 모든 과정은 본인이 결정을 하는 시스템이므로 아무도 남 탓을 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기회를 오픈하니 차별이란 생각도 안 든다. 차이를 인정할 뿐이다. 과목별로 나타나는 능력과 관심의 차이. 또 대부분의 학교가 일반과목이나 AP, IB 과목의 학점을 똑같이 매긴다. 평점도 똑같아 형식적으로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 AP, IB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고등학교에서의 불이익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대학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비리그 등 명문대학에서는 대학 지원할 때에 가중치를 두어 보이지 않게 우대한다. AP, IB에서의 A는 4.0이 아니라 가중치를 두어 최고 5.0까지 산정한다. 어려운 과목을 공부한 학생들은 고등학교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니고,대학에 진학해서 큰 혜택을 주는 셈이다. 대학에 입학할 때는 내신에 가산점을 주고, 입학하고 나서는 대학의 학점으로 인정해 준다.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공부 선택을 위한 동기부여도 되고 보상도 되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양성을 위한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면서도 차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모든 학생에게 기회를 똑같이 주기 때문이리라. 내가 아는 학부모는 대학에서 이미 20여 학점을 인정받았다고 좋아하였다. 그 아이는 고교시절에 전 과목 IB 과목을 들었고 IB 졸업장까지 받았다. 물론 유명한 대학에 합격도 하였다. 마음만 먹으면 대학교를 1년 이상 조기에 졸업할 수도 있으니 시간은 물론 등록금도 크게 절약된다. 차별의식이 들지 않게 하면서 특별교육을 하는 미국 고등학교가 있지만, 성적을 기준으로 학교시설 이용에 차이를 두는 우리나라의 학교도 있다. 최근에 지방에 양성평등교육특강을 갔다. 강의 후 질문하라고 했더니 한 분이 손을 든다. "우리 사회에는 남녀차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적차별도 있어요”하면서 자기 아들이 다니는 학교 이야기를 한다.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반에서 공부 잘하는 10명만 정독실에 가서 공부하게 한다. 정독실은 말 그대로 조용히 공부하는 공간이다. 정독실에 못 들어간 아이가 창피하다고 학교 안 가겠다고 운단다. 결국 그분은 학교 가서 하소연했다. 학교에서는 정독실의 좌석이 제한되어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왜 하필 ‘성적’을 기준으로 선정해야만 할까?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차라리 학업이 뒤지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면 어떨까?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나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들을 보더라도 수십 년 전의 고등학교 성적이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차이가 차별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회에 나가면 공부가 아니더라도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인생 곳곳에 널려 있다. 중요한 것은 자존심이다. 아이들이 자신감과 자존심을 잃지 않고 잠재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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