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가족 이야기

19 노팁, 노쇼핑 관광 나서자마자 가이드가 하는 말 “저 좀 도와주세요”

浮萍草 2015. 3. 13. 21:40
    여행옵션에 상품 구매를 추가하는 여행사는 아직도
    존재한다. 조선일보 DB
    난 연말 생애 처음으로 여행사를 통한 가족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동안은 나도 아이들도 직장과 학교에 매여서 가족 해외여행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우리도 남들처럼 한 번 가보자 하고 계획을 세웠다. 행선지는 딸에게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을 보여주고 싶은 남편의 희망대로 중국으로 정했다. 상해와 항주, 주가각을 도는 3박 4일 일정이었다. 자유여행으로 할 까하다가 중국어도 못하고 패키지 관광이 옛날과 다르다는 주위의 권유도 있고 해서 처음 으로 패키지 관광으로 가보기로 했다. 모처럼 가는 가족 여행이니 조금 비싸더라도 노팁.노쇼핑 상품을 선택했다. 여행사는 최근 소비자중심경영(CCM) 인증을 받았다는 “ㅊ” 여행사였다. 같이 간 일행은 예상 외로 모두 가족단위였다. 친구들 모임이 많아 시끌시끌할까 봐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장인,장모를 모시고 간 딸네 가족, 신혼부부 가족,어린 딸에게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어 자주 해외여행을 다닌다는 초등학생 가족 등 다섯 가족이었다. 다들 점잖고 조용했다.
    상해공항에 마중 나온 조선족 가이드는 버스에 타자마자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일정을 마음대로 바꾸더니 갑자기 옵션관광을 세 개를 제시했다. 옵션 한 개에 30불이었다. 가이드는 그날 밤 호텔방을 일일이 돌며 옵션관광 비용을 거두러 다녔다. 옵션도 별 내용도 없었던 지라 남편이 우리는 옵션 모두 안 하겠다고 했다. 갑자기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가이드가 하는 말은 “옵션을 안 하시면 후회하실 거에요”가 아니라 “저 좀 도와주세요.”이었다. 가이드를 도와주러 여행을 온 것도 아닌데 왜 도와달라고 하는지? 가이드도 수고한 만큼의 정당한 대우를 당당하게 받아야 한다. 도와달라고 해서 될 일은 아니다. 이튿날 아침 식당에서 자연스레 어젯밤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도 옵션을 강제하는 일이 있다니 개탄하였지만 모처럼의 여행을 망치고 싶지 않아 다들 입을 다물었다고 한다. 어느 중년아저씨는 가이드가 옵션 강요하는 말을 다 녹음했다고 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저렇게 순한 분도…….” 이튿날은 단체로 발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자기 훤칠하게 생긴 흰 가운을 입은 청년이 들어오더니 “제가 한의사인데요. 피부 각질이 몸에 안 좋아요. 발바닥 각질제거는 1만5000원에 해 드릴게요. 혈액순환에 좋은 홍화씨가루는 한 팩에 3만원.홍화씨 한 팩 사면 각질 제거는 공짜에요. 전신마사지는 4만원 추가에요. 전신하면 각질제거는 공짜랍니다.” 정신없이 세일 세일을 외쳤다. 어떡하면 관광객들 지갑을 열리게 할 것인지 그 궁리만 하는 사람들 같았다. 귀국하는 날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가이드에 대한 신뢰가 모두 무너졌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그는 갑자기 쇼핑센터를 들른다고 통보했다. 버스 안에는 순간 침묵이 흘렀지만,‘계약과 다르지 않아요?’ 하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쇼핑센터는 말이 쇼핑센터이지 그냥 창고 같은 사무실이었다. 선반에는 제조연월일도 성분표시도,원산지도 없는 상품들이 엉성하게 놓여 있었다. 가이드는 그냥 시중보다 물건이 싸다는 말만 반복했다. 어느 한 가족이 참깨와 술을 한 병 샀다. 초등생과 함께 온 엄마가 귓속말로‘저분이라도 사서 다행이에요.’ 하고 말했다. 불만과 안도가 동시에 교차하는 표정들이었다. 음식도 그랬다. 국제도시 상해에는 맛있는 음식도 많을 텐데 가이드가 데려간 음식점의 음식은 너무나 부실했다. 혹시 나만 까다로워 못 먹는 것이 아니냐고 다른 가족들 눈치를 봤지만 나와 똑같은 표정이었다. 양도 적었다. 둘째 날 한식을 먹는다면서 간 식당의 삼겹살은 1인당 딱 세 점만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니 체중이 쑥 빠져 있었다. 남편 하는 말 “다이어트도 하고 잘 되었네.” 3박 4일 다이어트 여행 갔다 온 기분이었다. 귀국하고 여행사에 전화해서 불편함을 이야기하였다.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로 끝이었다. 관광업계의 오래된 관행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요금에 상응하는 적정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조금 편하게 다녀오자고 패키지 관광으로 갔더니 마음은 더 불편해져서 왔다. 누가 패키지관광이 개선되었다고 했는가? 수십 년 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관행은 아직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Premium Chosun        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bslee8812@gmail.com

      草浮
    印萍